뮤지컬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어린 시절 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익숙히 알고 있던 '빨간 머리 앤' 을 원작으로 하는 순수 창작 뮤지컬이 극단 걸판(대표 최현미)을 통해 대학로에서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앤 ANNE' 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CJ 아지트 대학로점에서 프레스콜을 가졌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극단 걸판의 대표이자 배우인 최현미를 비롯해 음악감독 박기태, 차준호, 송영미, 신정은, 이빛나, 우현용, 서대흥, 임찬민, 조혜령, 유원경, 조흠이 참석했다.

뮤지컬 <앤 ANNE>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연작소설 앤 가운데 1권 '녹색 지붕의 앤' (Anne of Green Gables)을 원작으로 걸판여고 연극반이 정기공연으로 '빨강 머리 앤'을 결정하면서 생기는 소동을 명랑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공연 연습의 과정에서 원작의 줄거리가 소개되고 18개의 흡입력 있는 넘버와 연기 그리고, 재기 발랄한 안무와 무대장치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여주인공 '앤'의 성장 시점을 3개로 나눠 3명의 배우가 앤을 연기하면서 여러 배우가 선보이는 '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다.

극단 걸판 최현미 대표가 뮤지컬

극단 걸판의 대표이자 배우이며 이번 작품에서 작,연출은 맡은 최현미 대표는 하이라이트 시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먼저 '극중극' 형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 작품 첫 개발을 앞두고 제작진과 얘기할 때, 극단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 내에서, 그리고 적은 제작비로 만들 수 있는 극의 설정을 생각했다. 그러다 여고 연극반이 연극공연을 준비하는 것으로 하게 됐다. 이렇게 설정하면 세트 장치나 무대 미술이 많지 않아도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넘버 중에 앤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곡이 있다. 앤이 여기 올 때의 감정을 탐구하는 노래다. 그 노래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앤을 돌아가면서 하게 된다. 앤은 초록 지붕 집에 오기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 여기저기 떠돌다가 고아원에 간다. 앤에게는 산에 외친 메아리가 친구고,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친구인 소녀였다. 자기 자신을 친구로 만들 수밖에 없던 아이가 다이애나와 부모같은 마릴라와 매슈를 만난다. 이 아이가 성장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세 명의 배우가 각 나이대의 앤을 연기한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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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앤의 원작은 10권이다. 이 방대한 원작을 가지고 작, 연출을 할 때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서 최현미 대표는 " 원작 10권 중 1권만 가지고 왔다. 여기서 앤의 여정을 어떻게 살려 보여드릴수 있을까가 첫 번째 생각한 지점이다. 두 번째는 번역된 것을 똑같이 쓰지 않으려 했다. 비슷한 단어라도 다르게 쓰려고 했다. 사람들 기억 속에 앤이 각각 다르기에 앤도 세 명으로 나눴다. 초록 지붕에서의 앤, 학교 다니는 앤, 도시에서 새로운 꿈꾸는 앤 이렇게 세 단락으로 나눠 여기에 가장 부합되는 장면을 찾았다. 개성있는 인물로 보여주고 싶었고, 이 작품 자체가 한 인물을 위한 작품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판단은 관객들이 해 주실 몫이다" 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최현미 대표는 '빨강 머리 앤'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 처음에는 무조건 '명랑'을 하고 싶었다. 

우리는 경기도 안산에서 13년째 연극을 하고 있는 극단이다. 그당시 굉장히 슬픔에 잠기고 우울할 때였다. 2014년이 가고 2015년이 지나면서 '언젠가 사람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게 됐을 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준비하자' 는 마음이 들었다. 

명랑하고,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고,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작품을 떠 올리다가 '앤'이 생각났다. 

'허클베리 핀'도 떠오르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앤'을 통해 명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동안 사람들이 많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하기 위해 , 여배우들을 많이 출연시켰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앤'을 선택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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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최현미 대표가 밝혔듯 뮤지컬 <앤 ANNE>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밝고 맑은 뮤지컬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큰 호응을 얻은 뮤지컬 <레드북> , <키다리 아저씨>  등 여배우가 극을 이끌며 성공한 작품들의 사례가 많은데, <앤 ANNE>이 그 기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극단 걸판의 차기 작품인 '드롭스'도 주인공이 여성으로 여성이 부각되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최현미 대표는 " 12년 정도 연극을 하다보니, 나는 항상 누구의 엄마이거나 할머니이거나 누나, 여동생이었다.

언젠가 창단멤버끼리 술을 마시다가, '이젠 내 이름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말한 적 있다. '왜 남자 역할밖에 없지?' 라고 고민을 계속하게 됐다. 

여자주인공이 시련을 받는 인물로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오롯한 인간으로서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그런 고민 중에 좋은 여성 배우들이 많이 모이게 됐고, 마침 그 배우들이 노래도 다 잘해 이 친구들을 데리고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했고 그 결과가  바로 '앤' 이다.

차기작이 '드롭스'이기는 하지만, 그후에는 '삼마미아'가 예정돼 있다.

'삼마미아'는 남성 배우 중심 뮤지컬이다. 걸판 작품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페스트' , '늙은 소년들의 왕국'도 다 남성이 주인공이다. 무조건 여성 중심 작품만 하는 팀은 아니다. 작품마다 여성 배우, 남성 배우들이 주연과 조연을 돌아가며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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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최현미 대표는 극단 걸판의 힘에 대해 " '지금과 똑같지 말자'고 늘 생각해왔다. 

마당극하면서 노동현장에 자주 갔다.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에서 찾아가는 콘서트를 했는데, 그곳 직원식당에서 공연하며 그들의 담백한 박수를 받아본 적 있다. 힘들게 작업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무대를 향한 박수나 웃음이 익숙지 않은 분들이라 들었다. 그분들께 받은 박수가 그렇게 행복했다. 그러다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상에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선과 경계들이 참 많다. 그러나 '우리는 경계를 잘 넘어 다니자'고 되뇌며 공연해왔다. 지금도 걸판이 가장 잘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확정지어 답할 수 없다. 현재 이 배우들과 2,3년 뮤지컬 작업을 하고 있지만, 또 안주하는 것 같으면 경계를 넘고자 한다. 그게 걸판 공연의 매력이 됐으면 한다." 고 답했다. 

이어 "꾸미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왔다. 대학로로 들어오며 다른 배우들을 추가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냥 저희끼리 왔다. 이 모습이 다르게 비춰지지 않게 우리의 솔직한 민낯, 우리만의 당당한 색깔로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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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걸판은 "뮤지컬 <앤 ANNE>은 현재와 과거를 관통하는 삶의 빛나는 순간들을 밝혀 나가는 작품으로 노래의 제목에 숨어있는'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며 '앤'을 알고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중독성 강한 주제곡을 함께 흥얼거리게 되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뮤지컬 <앤 ANNE>은 만 12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목요일 마티네 공연에 한해서는 만 5세 이상부터 관함하여 여러 연령대의 관객들과 만날 수 있으며, 8월 17일부터 31일까지 CJ  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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