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서울= 아트코리아방송] = 문재인 정부의 ‘뜨거운 감자’였던 증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정기회가문회의가 ‘증세 없는 복지확대’ 방침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당·정·청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40%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중산층과 서민, 중소기업에는 증세가 없는 기조가 5년 내내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증세를 공식화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거론하고 있는 증세는 모든 납세자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증세’가 아닌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부자증세’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2.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112곳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5억 원 최과 소득자는 4만 명이다.

 

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면 2조 7.000억 원의 세수가 증대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이면 1조 1.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증세로는 복지수요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그나마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의 명목세율을 올리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던 기획재정부가 명목세율 인상을 비롯한 증세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증세 없이 복지 확대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178조원에 이른다. 당초 정부의 구성대로 증세 없이 세입확충이나 세출절감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 아니다.

 

부자 증세의 범위를 넓혀야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5억 원 초과에서 3억 원 초과로 내리고,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에 적용하는 종합과세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

 

또 연 2.000만 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고, 비과세 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지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빚을 지지 않으려면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세금을 올리겠다고 하려면 먼저 정부의 지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씀씀이를 줄이고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도 도저히 안 될 때 하는 최후의 수단이 증세다.

 

새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화 하려던 증세를 앞당기려는 것은 이것 말고는 국정과제에 드는 예산 178조원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 지지율이 높은 지금이 정치적 반대를 뚫고 민감한 과제를 밀어붙일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공론화 절차를 건너뛴 채 속도전에 나서면 뒤탈이 날 수 있다. 법인세 인상 논란은 지난 정부 내내 계속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이슈다. 국가의 세수는 세율을 올리는 게 아니라 경제를 키워 올리는 것이다. 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가 살아나면 세금은 자연스럽게 더 걷힌다.

 

그 액수도 매우 크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면서 지난해만도 246억 달러의 기업투자가 해외로 빠져 나갔다. 이것만 국내에 잡아도 수십만 개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 및 조원이 더 걷힌다. 그렇지만 정부·여당은 서비스기본법·국제특구법 같은 기본적인 경제 활성화 법제마저 안 하겠다고 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나은 복지를 약속했다면 그에 걸 맞는 증세와 관련해서도 국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7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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