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트코리아방송] =  거친 숨소리가 가득한 종합격투기 체육관. 남성들이 대부분인 곳에 예쁜 여성들이 들어왔다. 착용한 운동복을 제외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여고생, 여대생들과 다를 것 없는 선수들. 홍윤하(27, VON JIUJITSU), 임소희(19, NAMWONJUNGMUMUN), 이예지(17, TEAM J), 남예현(18, CHEONMUGWAN), 김해인(24, SSABI MMA), 강진희(18, APGUJEONG GYM)까지 총 6명인 여성 파이터들이 합동 훈련을 하기 위해 모였다.

여성 파이터들의 훈련 전 모습은 케이지 안에서와는 완전히 달랐다. 많은 여성 파이터들이 한자리에서 모여 이렇게 훈련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다.

“여성 파이터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훈련하는 경우가 자주 있나요?”
“아니요. 저희도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서 훈련하는 것이 처음이에요.” 남예현이 웃으며 답했다. 옆에 있던 이예지, 임소희도 “몇 명은 같이 운동을 해봤는데, 6명이 한꺼번에 모여서 운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라며 거들었다.

♦ ROUND 1 여성 파이터들의 이야기

6명의 파이터들은 훈련에 앞서 동그랗게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화주제는 역시 종합격투기에 관련된 것이었다. 훈련, 감량, 경기 복장, 데뷔전 이야기 등 일반 팬들이 듣지 못하는 고급(?)정보들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이날 함께 훈련에 참여한 파이터 중 ROAD FC (로드FC)에 데뷔한 파이터는 총 4명. 김해인과 강진희는 아직 ROAD FC (로드FC) 정식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데뷔를 앞둔 김해인이 “첫 프로 데뷔 시합이라서 머리스타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해인과 머리 길이가 비슷한 남예현에게 작년 12월 데뷔전에서 머리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남예현은 “그때 머리를 세 번 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국에는 경기를 하다보니까 산발이 됐다"고 털어놨다.

남예현이 단발인 커트머리라면 홍윤하는 더 짧은 숏컷이다. 참고로 홍윤하의 머리는 대세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정연의 머리와 비슷한 숏컷이다.
“항상 머리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머리를 기르게 되면 운동할 때 불편해서 짧게 자르죠. 운동할 때 불편해서 신경 쓰면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잖아요” 홍윤하는 숏컷을 유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예지와 임소희는 머리가 좀 더 길다. 그래서 이들은 머리를 땋는다. 정성스럽게 땋아서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예지는 “사촌 언니가 경기 때마다 머리를 직접 땋아준다.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반 정도, 경기장 도착한 후에는 대기실에서 마무리를 한다. 언니가 꼼꼼하게 땋아줘서 풀릴 일이 없어서 괜찮은데 다만 케이지에 머리가 걸릴 수도 있고, 혼자서는 머리를 못 한다는 게 좀 불편하죠”라며 경기 전 머리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다. 

임소희도 마찬가지다. “산타를 했을 때는 헤드기어를 쓰니까 그냥 묶었어요. 종합격투기에서는 헤드기어를 안 쓰니까 계체량 하는 날에 머리를 하죠. 그냥 머리를 묶고 할 때 보다 편해요. 잘 헝클어지지도 않고, 고정 되어 있으니까요.”
 
머리 얘기로 김해인이 데뷔전에 꿀팁(?)을 얻어가자 각자의 데뷔전 경험을 공유하면 데뷔를 앞둔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ROAD FC (로드FC) 일본대회, 중국대회를 모두 경험한 이예지는 “음식에 신경을 써야 돼요. 보통 감량을 하고, 계체량 통과 후에 음식을 먹으면서 리바운딩을 하는데, 저는 저번 중국대회에서 리바운딩이 안 됐어요. 중국 음식이 입맛에 좀 안 맞았거든요. 데뷔전이니까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야할 거예요.” 음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남예현은 이예지가 말한 음식에 중요성 외에 비행기에 대한 얘기도 했다. '음식도 중요하지만 비행기를 타야하니까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가까운 중국에 가더라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착륙해서 짐을 찾는 시간, 그리고 숙소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 생각해야 한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은 짧을지 몰라도,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시간은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감량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운 지옥의 시간일 수 있다.

♦ ROUND 2 남성 파이터들과 다를 것 없는 거친 훈련

이야기를 끝내고, 훈련 시간이 되자 여성 파이터들은 눈빛부터 달라졌다. 능숙하게 밴디지를 감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케이지를 돌며 계속해서 몸을 풀었는데,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쉴 새 없이 계속 케이지를 도는 모습에 몇 바퀴 도는지 세다가 카운트를 포기했다.
 
한참을 돌고 나서야 런닝이 끝났다. 잠깐 숨을 고른 뒤 본격적인 훈련이 이어졌다. 종합격투기 기술을 하나 둘씩 연습하더니 한명씩 짝을 맞춰 스파링 훈련을 진행했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는 모습이었다. 훈련 강도가 강해서 그런지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소용없었다. 훈련하는 선수들의 얼굴에서 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야외에서 훈련하는 것처럼.

오랜 시간 기다린 후 기대하던 인터뷰 시간. 

가장 먼저 홍윤하에게 다가가 훈련 소감을 물었다.
 
“이렇게 많은 여성 파이터들이 모여서 합동 훈련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에요. 다른 체육관에 와서 여러 선수들이랑 하니까 도움이 많이 됐네요. 김수철 선수가 여성 파이터들의 훈련을 도와주면서 많이 가르쳐줬는데, 세심하게 잘 지도해줘서 감사하죠.”
 
옆에 있던 남예현도 “평소에 체육관에서 훈련할 때 여자가 없다보니까 남자들이랑 훈련해요. 이렇게 많은 여성파이터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훈련하는 기회는 흔치 않아요. 훈련이라서 힘든 시간이기도 했지만, 즐겁게 했어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남예현이 말했듯이 상대적으로 여성 파이터들의 숫자는 많은 편이 아니다. 각 체육관마다 1명 정도에 불과하고 많아야 2명 정도가 최대 인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 파이터들은 남성 파이터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한다. 훈련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성 파이터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여성 파이터들에게 훈련 파트너가 남자일 때와 여자일 때의 차이점을 물었다. 그러자 여성 파이터들은 힘과 리치 차이를 가장 먼저 꼽았다.
 
“힘과 리치 차이죠. 아무래도 여자보다 남자의 힘이 강하고 리치가 길어요. 그래서 타격 거리를 잴 때 더 어렵고, 여성 파이터들과 할 때보다 힘을 더 많이 써야 돼요.” 홍윤하의 말이다.
 
이예지는 “기술을 걸 때 저는 정말 열심히 힘쓰고 있는데, 남자 선수들이 그대로 들어버릴 때가 있어요. 그러면 가볍다보니까 제가 공중으로 붕~ 뜨죠.”라며 남자 선수들과의 훈련 모습을 설명했다.
 
아직 프로 데뷔를 하지 않은 여성 파이터 강진희도 남자 선수들과의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남자 선수들과 훈련할 때 바닥에 깔리면 아무것도 못해요. 감독님께서 뭐라도 해보라며 막 움직이라고 하시는데, 마음대로 안 돼요. 다 제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죠.”
 
강진희에게 추가로 질문을 하나 더 해봤다. 운동이긴 하지만,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면 몸이 부딪히니까 불편하지 않은지.
 
그러자 강진희는 “운동이니까 그런 건 없어요. 훈련할 때 그런 걸 생각하면 훈련을 못하죠. 다만 몸 상태가 좀 안 좋을 때는 여자인 게 좀 불편하긴 해요.”라고 말했다.

“남자랑 여자랑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기술을 걸 때 남자 선수들은 확실히 힘이 강한 게 있어요. 근데 여자 선수들은 힘이 강하지는 않지만 세밀하다고 해야 하나? 꼼꼼하게 하는 게 있어요. 말로 잘 설명하기는 힘든데 차이가 있어요.”
 
남예현이 하고 싶은 말은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들의 기술 차이였다. 남자 선수들이 힘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여자 선수들은 좀 더 꼼꼼하게 기술을 거는 강점이 있다는 것. 남예현의 설명을 듣고 표현하기는 다소 어렵지만 여성 선수들의 기술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TRA ROUND

훈련을 지켜보면서 여성 파이터들이 주어진 여건에서 정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느꼈다. 훈련 강도만큼 굵은 땀방울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고통의 시간들이 보였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여성 파이터들이 선수로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파이터들의 숫자가 적다보니 앞서 말했듯이 훈련에 어려움이 많고, 선수 용품도 남자들보다 종류가 적다. 사소한 것도 여성 파이터들에게는 불편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 ROAD FC (로드FC)에는 훈련에 참여한 6인의 파이터를 제외하고도 박정은 등 걸출한 파이터가 있다. 데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파이터들도 많다. 앞으로 여성 파이터 인재풀이 늘어나 많은 파이터들이 데뷔해 시장이 더욱 커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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