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 평면적 이미지들로 만들어진 입체적 구조물은 단순히 눈앞에 있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아닌 감상자를 둘러싼 또 다른 공간으로 작용했다. ‘내가 보고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시선을 조금 달리하니 전혀 다른 공간이 보이고, 구조물의 각 표면을 채운 사진들이 빈 공간에서 만나며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러한 ‘중첩’은 철저히 작가가 의도하고 계산한 결과물이지만, 보는 이들은 그 이상의 것을 본다. 그렇다. 바로 ‘환상 공간’이다.
고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조각가’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할 당시 사진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사진에 빠져들었고, 대학 전공인 조각과의 결합을 시도하면서 ‘사진조각’이 탄생했다.
그 스스로도 “사진으로 입체 작품을 만든다는 게 그 당시엔 정말 황당하고 무모한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플라스틱 같은 구조물 위에 그저 사진을 덧붙이는 것으로 시작한 ‘사진조각’은 OHP(Over Head Projector)필름을 이용한 2000년 이후 지금의 투명한 구조물로 발전했다.
(한국경제매거진 인용)
김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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