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풍경(風景)”

...이것은 1981년 겨울, 내가 즐겨 찾던 설악산(雪嶽山)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겨우 지금과 같은 하나의 시각을 갖게 되었다. 참으로 내 감각이 무딘 탓이었을까, 아니면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 탓이었을까.

30대 초반까지 나의 사진은 내가 속해있는 사회가 보다 밝은 곳이 되는데 기여하려고 노력했었다. 그 후 40대까지, 지금도 그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나의 조국이 갖고 있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전통,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소박한 마음을 내 사진을 통해하여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세대들에게 남겨보려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도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옛것에 대한 지나친 향수일 것이다.
다시 지금의 풍경사진을 이야기하여 보자.

나의 풍경사진들은 나의 감정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다거나 미화시킬 수 없다. 이 사진을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에 매료되어 내가 느낀 것 그 이상으로 나의 사진 속으로 깊이깊이 빠져 들어가기를 기대한다.
동산(洞山)스님은 장자(莊子)의 말을 인용하여 “뜻을 얻으면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하였다.

내 사진에 대한 견해도 이 말로 대신할 수 있었으면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1993년 출간된 “잃어버린 풍경” 작가 작업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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