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코리아방송]

자그레브 Zagreb

카파도키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넘어와 Air BnB를 통해 예약한 숙소를 찾아 여장을 푸니 밤 10시. 근처 바에서 물 한 병 사서 마시고 난 후 취침. 에어비앤비 숙소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자그레브의 지도를 보며 시내 중심가를 향해 1 시간 정도 천천히 걸어가 보았다. 도중에 서너 명에게 길을 묻곤 했는데 모두 다 가던 길을 멈추고 친절히 설명해 주고 안내해 주었다. 터키에서와는 달리 크로아티아에서는 어느 정도 영어가 통해서 편했다. 우리가 받은 느낌은 자기네 나라를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베푸는 작은 친절이 자국의 이미지와 관광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모두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이런 친절함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여행하는 내내 유럽의 모든 나라들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의 중심가는 한마디로 예쁘다.

우리는 도시의 중심에 자리한 자그레브 대성당을 찾아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성당 앞 작은 광장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작은 성벽과 금색의 동상 등을 구경하며 한동안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서 골목길을 돌고 돌아 돌라체 전통시장으로 갔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니 와인도 팔고, 치즈도 팔고, 꽃도 팔고, 그릇도 팔고, 각종기념품도 파는 등 없는 게 없어 보였다. 우리는 잠시 꽃 시장 구경을 하다가 크로아티아 아줌마가 하는 좌판대 에서 직접 손으로 수를 놓았다는 테이블보를 하나 샀다. 가격은 한국에 비해 엄청 쌌다.

시장을 지나서 근처에 개인이 열어 놓은 작은 갤러리에도 들러 미술 감상도 했다.

시장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반 옐라치치 광장(Ban Jelacic Square) 주변은 중세 도시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현대식 건물들이 조화롭게 들어 차 있었다.

우리는 광장 중앙에서 크로아티아의 전쟁 영웅 옐라치치의 동상이 겨누고 있는 날카로운 칼끝을 피해 다니며 광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자그레브 시민들이 항상 모이는 중심지인데 차는 다닐 수 없고 진한 하늘색상의 전차만 가끔씩 통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광장을 지나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자유로워 보였고 손을 잡고 거니는 노부부의 산책은 여유로워 보였다. 또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웃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유럽 도시들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이곳을 지나온 후, 우리도 여유롭게 길거리 동상에 기대어 한 커트 찍어보았다.

구시가지 구역의 중심에 있는 마르코 성당은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다. 직접 가서 보니 작은 성당의 지붕을 전부 타일로 만들었는데 빨강, 파랑, 흰색의 아름다운 체크무늬 바탕에 크로아티아 국가와 자그레브 시의 문양을 나란히 배치해 놓은 것이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고로 크로아티아에서 세계 최초로 생산한 제품들은 만년필, 넥타이 그리고 낙하산이라고 한다.

자그레브를 여행하고 난 후의 감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자그레브는 볼거리가 많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으므로 먼저 시내를 산책 하면서 둘러보는 게 좋다. 그러면서 가는 길에 있는 박물관이나 성당 그리고 맛 집 등을 검색해서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해서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

자그레브에서 소형 렌트카를 빌려 국도 1번을 따라 남쪽으로 운전을 했는데 가는 내내 도로 주변의 시골 정취가 참 보기 좋았다. 푸른 들판에 소, 양, 말을 키우는 목장들이 보였고 시골집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게 한국의 시골과 닮은 데가 있었다. 한적한 시골 길을 2시간 반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세계 자연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폴리트비체 국립공원.

도착 후 근처에 있는 숙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호텔에서 일하는 안내인의 소개로 찾아간 곳이 폴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남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코레니카(KORENICA)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에 있는 숙소였다. 주인은 아래층에 살고 2층을 렌트해 주는 개인 주택이었는데 하루 숙박비 60불에 비해서 내부 시설이 너무나 좋았다. 크고 조용하고 깨끗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우리는 이곳에서 2박 3일 동안 있었는데 더 머물고 싶은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조용한 산속 마을에 있는 편안한 숙소였다.

◆ 폴리트비체 PLITVICE

비 오는 날의 폴르트비체 국립공원은 날씨 때문인지 우중충했다. 그런데 처음엔 나무들에 가려져 잘 몰랐던 폴리트비체의 자연 경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자 내일 다시 보러오자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옷을 사서 몸에 걸친 후 우산을 쓰고 폴리트 비체의 계곡으로 내려가 3시간 정도 걸으면서 감상한 폴르트비체는 한마디로 죽여주는 비경이었다. ‘폴리트비체를 보지 않고는 물을 봤다고 하지 말라’는 말을 인용할 정도로 훌륭한 자연경치였다.

작은 폭포들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작은 호수들과 여러 갈래의 큰 폭포들이 쏟아져 계곡 아래로 쏟아져 흘러내리는 풍경은 정말로 장관이었다. 이곳엔 92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16개의 호수들로 연결된 경치가 펼쳐져 있어서 가는 곳마다 마치 그림엽서를 들여다보는 것 같이 보기 좋았다. 물길을 따라 만들어 놓은 나무 길을 걸으며 바지와 신발이 젖는 줄도 모르고 멋진 경치들을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감상했다.

그런데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니, 송어 떼들이 유유히 헤엄치면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물속을 둘러보니 사방에 송어들 천지였다. 식탁에서만 가끔씩 만나던 송어를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반가워~.

이곳의 안내서에 있는 사진들을 보니, 폴리트비체 호수의 물 색깔이 초록과 푸른빛이 도는데 이는 호수 바닥에 쌓여있는 탄산석회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와서 자연 과학 상식 하나 건졌으니 공부해서 남 주는 게 아니란 걸 또 실감.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중국 사천성에 있는 구채구의 풍경 중에 폴리트비체와 비슷한 게 있지만 이곳의 좁은 협곡이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자연 경관이 더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우리는 이곳 마을에 있다는 두 군데 식당 중 한 곳인 비스트로 마리나(bistro marina)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음식 맛은 주방장의 요리 솜씨가 수준급인지 아주 좋았다. 그래서 총 세 번의 식사를 이곳에서 했고 두 번은 근처 마켓에서 재료들을 사다가 아파트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었다. 냠~.

그런데 코레니카 마을에 있는 마켓에서 식재료를 사던 중 과일 파트에서 난생 처음 보는 배(Pear)종류를 보고 사서 먹어보니 그 식감이 독특하면서 맛이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더니 요런 모양의 배가 6종류나 되었다. 형태는 비슷한데 수확기가 다르고 맛이 달라 자신이 좋아하는 종류로 잘 골라 사야만 한다.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한 서너 가지 종류를 먹어본 갓 같은데 그중에서 아래 사진에 있는 Seckel 이라는 배 종류가 가장 맛이 좋았다. 식감은 표현하기가 힘든데 굳이 얘기하자면 사과와 복숭아를 섞어 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맛이 달다.

여행 중에 모든 나라에서 이런 배를 자주 사먹었는데 어떤 종류는 당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맛이 덜한 것도 있었다. 어쨌든, 유럽에서 맛본 그런 배를 다시 먹어보고 싶은데 왜 한국에 없는 건지..... 너무 싸서 그런가?

우리는 아쉬움 속에 이곳을 떠나면서 다음번엔 반드시 날씨가 맑은 날 폴리트비체를 찾아오리라 맹세(?)하고 다음 행선지인 스플릿으로 차를 몰았다.

◆ 스플릿 split

스플릿은 지중해성 아열대 기후를 갖고 있는 아드리아의 해변 도시로 유럽인들이 자주 찾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스플릿이 관광지로 유명한 이유는 BC 295년경에 이곳을 너무나 사랑했던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일찌감치 이곳을 찜해 놓고 나중에 황제 자리에서 물러난 후 거주할 거대한 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황제는 디오클레시안 궁전이 완공되기도 전에 죽어서 이곳에 살아보지도 못했다.

지금은 스플릿 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들이 있고 관광객들을 위한 각종 상점들과 식당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하지만 비교적 옛 정취를 잘 간직한 도시로서 궁전과 시내 곳곳의 건물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훌륭한 도시다.

스플릿에 입성 후 주차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리 칠 저리 칠 하다가 괜찮다 싶은 장소를 발견하고 주차를 한 후 본격적으로 스플릿 탐색에 나섰다. 하지만 나중에 차를 세워둔 곳에 다시 와 보니 차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주차위반 티켓이라도 남겨놓고 끌고 가지 않았나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도둑인가? 주차위반인가? 하면서 한동안 벙 쪄서 얼쩡거리고 있는데 경찰차 한 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다가가서 여기 주차한 차가 없어졌다고 얘기하자 아마 교통국에서 가져갔을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어디로 가면 되냐고 했더니 웬걸 친절하게도 거기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경찰차를 얻어 타고 한 15분 정도 가니 위반한 차들을 주차시켜 놓은 주차장이 보이고 안내소로 보이는 건물에 2명의 사무관들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경찰차에서 내려 빠이빠이(Bye bye)를 하고 사무관들에게 다가 가서 여권을 주면서 저기 세워놓은 저 차가 우리 차라고 알려줬다. 그러자 한 사무관이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토잉 서비스료 4만원에 방금 타고 온 경찰차 비용 5만원 합계 9만원을 내라는 게 아닌가.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난 'Come on, give me a break. I did not ask for the ride.(이봐, 좀 봐줘. 차는 내가 태워달라고 하지 않았어.)' 하면서 돈을 내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둘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농담이라며 그냥 토잉 비용만 내라고 했다. 아니,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돈 달라는 농담을 혀? 요것들을 인터넷에 올려? 스플릿 시장에게 전화를 혀?

돈을 내고 영수증을 받고 차를 찾아서 그곳을 나오면서 이 사람들이 영어가 잘 안 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그렇게 바가지를 씌우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갈 길이 바쁜디 우짜겠노. 우리는 일단 작은 위기를 그렇게 넘기고 다시 눈요기 하러 출발.

스플릿은 로마시대의 유적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시간이 멈추어 선 듯 한, 동유럽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그런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에 있는 돌길을 따라서 끝까지 가면 해변이 나오고 왼쪽으로는 식당들과 카페들이 있는 리바 거리가 나온다. 해안 도시라서 그런지 해산물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들이 많았다. 매일 아침마다 수산 시장이 열려서 제때에 잡히는 신선한 생선들을 많이 판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이곳을 거닐었는데 상쾌한 공기와 더불어 조용한 해변의 경치가 썩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근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다보며 어찌하여 이런 근사한 도시까지 오게 됐는지 자문하며 한동안 상념에 잠겼다.

스플릿에서 두브로브닉까지 아드리아 해변을 따라 가는 드라이브 길은 경치는 아름답지만 다시 운전해서 가라면 두 번 다시 가지 않겠다. 왜냐하면, 주로 좁고 구부러진 길이 많은 양방향 2차선 도로를 과속으로 추월하는 차들이 많아 운전 경력 40년의 나도 아슬아슬한 위기감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는 치킨게임처럼 맞은편에서 중앙 분리선을 넘어 달려오다가 마지막 순간에 내 차를 피해가는 그런 난폭 운전자들이 꽤 있었다. 

아드리아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은 두브로브니크 근처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4시간씩이나 목숨 걸고 낭떠러지가 있는 도로를 따라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두브로브니크를 가는 기차 편이 없다. 그래서 꼬불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4시간 정도 가야 하는데 이 길 역시 편안한 여행은 아니다. 굳이 권하자면 두브로브니크를 항공편으로 가서 관광한 후 아드리아 해변 도로를 타고 스플릿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올라오는 길의 차편은 바다 쪽이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위험이 덜 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기 20분 쯤 전 스톤(stone)이란 작은 어촌에 들렀다.

이 작은 마을은 굴양식으로 유명한데 가다가 차를 세우고 내려다보니 자연 지형이 동그랗게 만을 형성하고 있어서 굴양식을 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싶었다. 굴을 넣어 놓은 양식통이 바다위에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게 근사해 보였다.

스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쿠차(KUCA) 식당에서 굴 튀김요리와 이름 모를 생선구이 한 마리를 맛있게 잡숫고 다시 출발.

참고로 두브로브닉에 거의 다 가서 슬로바키아의 국경 검문소를 거쳤다가 다시 크로아티아의 영토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여행객들은 반드시 여권을 지참해야 한다.

◆ 두브로브니크 Dubrovnik

아름다운 마을이란 오랜 시간 속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맞는 곳이 바로 두브로브니크다.

차를 몰며 하이웨이에서 내려다 본 붉은 지붕들로 가득 찬 두브로브니크 성채는 과연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멋진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석양의 햇살에 꽃구름이 낮게 드리운 아래로 물비늘이 잔잔히 흐르는 그 속에 마을은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삼면이 바다고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니 자연 지형을 이용해서 지은 천연의 요새인 것이다. 두브로브니크는 중세 건물들이 있는 성채가 구시가지이고 그 바깥쪽으로 형성된 도시가 신시가지이다.

우리가 잡은 개인 숙소는 두브로브니크 성 건너편 가파른 언덕 위에 있었다. 그래서 발코니에서 두브로브니크 성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는데 머무는 4일 내내 아침저녁으로 다양한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고요한 새벽의 바다와 찬란한 오후의 햇빛을 받은 해안의 풍경 그리고 붉은 석양에 저물어가는 빨간 기와지붕들도 멋이 있었다. 밤이 되자 등불이 켜진 두브로브니크의 밤경치도 일품이었다. 우리는 숙소에서 200계단 정도 내려가야 도착하는 성 입구까지 걸어가서 슬슬 야경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근데, 누구나 계단을 내려가는 건 쉬워도 올라오는 건 좀 고되다. 그걸 사흘 내내 하루 2번씩 했으니 다이어트 운동이 따로 없었다.

어쨌든, 지도 한 장 들고 필레 성문으로 들어선 후 골목길과 샛길 그리고 작은 광장과 성벽을 둘러 본 우리는 유럽의 역사는 돌의 역사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거치며 공들여 창조한 문화를 지키고 보존해 온 사람들의 노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두브로브니크는 그동안 전쟁과 화재 그리고 지진 등으로 부서진 도시를 다시 재건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상인들의 상혼이 앞장 서는 오늘 날에도 시티 코드(city code:건축에 대한 구획 정리와 규정)가 엄격히 잘 지켜져,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고가지만, 그 문화유산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거 같았다.

성내로 들어선 우리는 무게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천천히 감상하며 반들반들한 돌길을 따라 늘어선 작은 가게들과 식당들 그리고 미술품들을 둘러보았다. 한 곳에서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클래식 기타를 치는 악사가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아주 수준급 실력이었다. 왕년엔 나도 한 기타 쳤는디...

플라차 대로를 따라 쭉 걸어가면 성 사비오르 성당이 나오는데 바로 그 옆 건물 벽 아래에 지름 10cm 정도의 작은 돌이 하나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뭔가 알아보니, 이 돌 위에 올라서 3초를 버티면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돌 위가 반질반질한 걸 보니 수많은 시도가 있었던 걸로 보였다. 우리는 이번 여행 중의 안전과 맛있는 음식만 먹을 수 있기를 빌은 후 돌 위에 올라서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게 보기보다 만만치 않았다. 결국 1.5초 정도의 버티기만 성공하고 ‘에구, 욕봤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그곳을 떠났다.

밤에 성 안을 걷다가 반대쪽 끝 문으로 나가보니 ‘절벽 카페’가 있었다. 커다란 바위들을 후려치는 파도 소리가 요란한 바로 위에 서치라이트를 켜 놓은 카페가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맥주를 즐기며 밤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성벽 아래에서 용가리 통뼈처럼 파도치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술 한 잔 하는 것도 운치가 있어 보였지만 내일 새벽에 공항으로 나가야 돼서 사진만 찰칵!

두브로브니크 공항에서 아침 7시에 로마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공항으로 차를 몰았다. 공항에 진입하면서 렌터카를 돌려주기 위해 렌터카 업체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서 교통경찰이 다가와 인상을 팎 찌푸리면서 일방통행으로 들어왔다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뿔싸! 어스름 새벽에 표지판이 잘 안보여 그렇게 된 거 같았지만 이미 차는 진입금지 도로를 역주행해서 공항 현관까지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할 수 없이 'Sorry'를 연발하며 비위를 맞추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요구하는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건네주자 들여다보면서 'korean?'하고 묻기에 'yes, Sir!' 하고 추켜올렸더니 더 이상 암말 안 하고 렌터카 업체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일러주었다. 아마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게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크로아티아에서 렌터카에 얽힌 두 번째 위기도 무사히 넘어가고 우리는 아드리아 해협을 넘어 이태리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두브로브니크에 머무는 동안 만난 고양이들과 구 시가지를 주제로 한 그림을 혜리 화가가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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