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코리아방송] 김지인 기자 = 낭만해변

이호진

‘바닷가’, ‘해변’, ‘해안’이라는 단어와 함께 연상되는 푸른바다, 멋진 일출과 일몰, 백사장, 활기 넘치는 어시장, 신선한 해산물과 그것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 등의 이미지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실상 인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닷가와 포구들은 콘크리트와 공장 그리고 철조망으로 뒤덮혀 있었고 그나마 바다를 접할 수 있는 비좁은 틈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뿌연 황해와 가끔 오가는 화물선과 어선들, 그리고 부대끼며 형형색색의 텐트를 치는 사람들, 많지 않은 고기를 낚거나 무언가를 굽는 군상들, 소주잔을 기울이는 몇몇의 벌건 얼굴들과 얼근한 알콜 냄새가 메마른 먼지에 섞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관찰로는 해안선의 맨얼굴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낭만적이었다. 이 작업은 그런 모습들을 기록하는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작업은 해안이 어때야 하는지의 정의나 가치평가와는 관련이 없으며 해안이라는 공간의 맨얼굴과 그곳을 지나가는 찰나의 시간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잠시 서서 주변을 보고 있기도 하며 나름대로의 해방감을 느끼며 유희를 즐기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할 것이지만 이것이 해안이라는 공간과 그곳을 방문하는 방문자의 시간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해안은 언제나 경계이다. 지리적 경계임과 동시에 해안이라는 공간과 방문자의 시간의 경계이며 이 경계는 존재들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낭만은 언제나 주체의 감성이며 상상의 결과이기 때문에 만날 수 없는 바다는 언제나 낭만의 대상이며 그립다. 해안이라는 경계가 주는 무표정은 당신에게 더욱 낭만을 요구할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결국 해변은 더욱 간절하게 낭만적이다.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작업에 참여해준 방다솜, 박지영, 나가혜에게 특별한 감사를 보낸다.


전시작가 ▶ 이호진(Lee Hojin)
전시일정 ▶ 2016. 01. 19 ~ 2016. 02. 15
관람시간 ▶ Open 00:00 ~ Close 24:00
아트허브 온라인 갤러리(ARTHUB Onlin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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