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 KBS 1TV <독립영화관>

                              경의선

- 연출 : 박흥식
- 출연 : 김강우, 손태영, 백종학, 차서원
- 개봉 : 2007년 5월 (재개봉 : 2012년 2월)

■ <경의선 >의 줄거리
 
지루하고 반복된 일상 속에서도 성실함을 잃지 않고 일하는 지하철 기관사 만수에게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열차를 기다렸다가 간식거리와 잡지를 건네는 한 여인이 있다. 가족도 동료도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매번 바뀌는 열차운행시간을 어떻게 알고 매일같이 정확한 시간에 기다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등장은 어느덧 만수의 일상에 활력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기치 못한 열차 투신자살 사건으로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만수는 특별휴가를 받고 경의선 기차에 오른다.
 
같은 과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선배와 위태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사랑하고 싶은 대학 강사 한나. 남부럽지 않은 능력과 조건을 갖춘 엘리트지만 어쩐지 채워지지 않는 그녀의 공허한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생일을 맞아 그와 함께 떠나려던 여행은 뜻밖의 사건으로 조각나버리고, 지나치도록 냉담한 그의 행동은 한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애써 무시했던 상황과 마주하고 난 한나는 먹먹한 가슴으로 경의선 기차에 몸을 싣는다.
 
■ <경의선 > 2007년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리뷰 (글:김성은)

선로는 이어져 있다. 지상과 지하를 오르락내리락, 밝음이든 어둠이든,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때론 역을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남자는 성실하게 일해 왔지만, 선로에 뛰어든 사람을 치인 후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여자는 유부남 전임교수와 불륜에 빠져 있고 결국 그 부인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다. 두 사람은 사람의 힘이 막아놓은 선로(경의선)의 종착역에 우연히 함께 남게 된다. 고단하게 달려온 그들의 삶이 일련의 사건들에 지쳐 잠시 정차한 그 시점에 그들이 함께 보내게 되는 하룻밤은 서로 보듬어 주거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보다는 각자가 처한 현실에 솔직하게 빠져들어 풀어내는 과정에 그 의의를 가진다. 작품 전반에 자주 등장하는, 기관사의 시점에서 본 철로는 흥미롭다. 시점의 전환만으로 새롭게 보이는 일련의 장면들처럼 불륜, 자살 같은 소재들은 절제된 접근 방식으로 새로움을 얻는다. 계속되는 삶을 위해서는 때론 살풀이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삶은 지속된다.
 
■ 영화 속 또 하나의 주인공, 지하철 촬영에 관한 에피소드
 <경의선> 속 주인공의 직업과 배경이 되는 지하철 촬영지 허가는 제작자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안전과 사고에 민감한 도시철도공사로부터 적나라한 지하철 사고 장면까지 찍어야하는 영화 촬영의 허가를 받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자의 절실한 노력과 배우들의 도움으로 도시철도공사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얻으며 촬영을 시작했다. 덕분에 지하철 역사뿐만 아니라 기관사의 삶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인 숙직실과 대합실 등을 어떤 영화에서보다도 사실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
 
■ 추위도 이겨낸 배우와 스태프들의 노력
 

두 주인공이 눈 속을 걸으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영화 속 장면은 국내 최초로 스키장에서나 사용되는 제설기를 사용해 인공 눈을 만들어 내 촬영했다. 영하 3도 이하에서만 작동이 가능한 제설기로 인해 온 스태프들은 기상예보를 지켜보며 하루하루 수은주가 내려가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한파가 몰려오고 배우들은 임진강 역 앞을 걸으며 해가 뜨기 전까지 촌각을 다투는 촬영을 진행했다. 손과 발, 입까지 꽁꽁 얼어 입김조차 나오지 않고 대사를 하기 힘들 정도의 한파였지만 모두의 노력으로 더 없이 멋진 장면을 완성시켰다.
 
■ < 경의선 >의 로케이션 : 한겨울의 임진강역부터 지하철 기관실까지
 


“배우는 전화하면 오지만 장소는 발로 찾는 수밖에 없다.” 박흥식 감독에게 <경의선>은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곳을 직접 가보고 시나리오를 쓴 것은 물론이다. “경의선을 타고 땅굴까지 가보니 감이 서더라.” 추운 겨울날 눈길을 걸으면서 긴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들을 한밤중에 임진강 역으로 불러내 걸으면서 대사를 읊게 하였다. 가장 어려웠던 섭외 장소는 지하철이었다. 만수의 직업이 기관사인 만큼 지하철역은 물론이고 기관실도 영화에 등장해야 했었다. 영화 속에 지하철에 치어 자살한 사람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때 제작자이자 박흥식 감독의 부인인 박곡지 편집기사가 나섰다. “아내가 도시철도공사와의 섭외에 나섰다. 두 배우를 지하철 홍보대사로 촉탁하기로 하고 지하철에서의 촬영을 승인받았다.” 임진강역 장면 뒤에 이어지는 눈길을 걷는 장면은 포천 근처에서 찍었다. 눈이 안 와서 제설기를 동원해 영하 3도를 밑도는 날씨에 영화를 찍었다. 한나의 불륜상대인 대학교수의 서재에 꽂힌 책은 모두 감독 자신과 서울대 독문과 과도서실의 책들이었다. 책을 꽂은 순서도 다 의미가 있다고 하니 꼼꼼히 살펴보시길.

■ 방송 : 12월 29일 (화) 밤 12시 35분, KBS 1TV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