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22에 위치한 갤러리그림손에서는 2020. 7. 1 (수) – 7. 6 (월)까지 제미영 개인전 '조각 풍경'이 전시 될 예정이다.

제미영 개인전 '조각 풍경'

갤러리그림손에서 7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 <조각풍경>이라는 타이틀 아래 제미영 개인전이 진행됩니다.
전시 타이틀 “조각 풍경” 에서도 보여지듯 제미영 작가의 작품은 조각난 천과 한지들을 가지고 오리고 붙이고, 바느질하는 꼴라주 기법을 통하여 하나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다. 그녀는 “풍경”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산과 나무가 아닌, 우리의 아련한 기억 속에 존재하던 동네의 풍경을, 특히 기와지붕의 집들을 묘사 하였다. 그녀의 작품 속에 보여지는 노을 진 하늘 아래 반사되어 붉게 빛나는 기와지붕 집들은 그 어떤 풍경보다도 우리에게 잊혀진 장면일 것이다. 그녀에게 동네의 풍경은 어떤 의미일까?

제미영 개인전 '조각 풍경'

제미영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보여지는 기와집들은 북촌과 삼청동, 인사동을 묘사한 것이라 한다. 학업을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처음으로 접하게 된 이 동네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다. 자연스럽게 친근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만든 이 동네를 자주 방문하였고 그녀의 작품에 큰 영감을 주게 된다. 제미영 작가에게 동네의 풍경은 단순히 옛모습을 간직한 관광지 북촌마을이 아닌 현실의 자신과 과거의 나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제미영 작가는 전통 조각보라는 형식을 빌려 오색 찬란한 다양한 색감을 담고 있는 풍경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예쁜 기억 속의 풍경을 만들어내려 함은 아니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약간의 황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친숙한 풍경 이지만 동시에 잊혀진 이질적인 장소, 그리고 인적을 빼버린 풍경에서 작가는 쓸쓸함을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7월 1일에서 6일까지 갤러리그림손에서 전시하는 제미영 개인전 <조각풍경>에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 드립니다.

제미영 개인전 '조각 풍경'

평론
삶에서 추출된 이질적 요소들의 접합
이선영 (미술평론가)
 
제미영의 [조각 풍경] 전은 단편(조각)들로 이루어진 전체(풍경)로 이루어진다. 풍경은 이질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한데 모을 수 있는 장이다. 작품에는 선 안에 면이 그 안에 또 다른 무늬가 있고, 이렇게 이루어진 복합적 단편들이 작품의 면면을 이룬다. 최초의 재료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다. 만들기와 그리기를 병행함으로서 밀도와 분위기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 바느질과 가위질, 붙이기와 칠하기는 단편들을 잇고 분리시킨다. 거듭되는 뒤섞기 과정에서 구성과 해체는 하나가 된다. 요소들이 조합되는 경우의 수는 많아서, 작가는 자신이 만든 것을 발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삶의 작은 단편들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 풍경은 최초의 모습을 무색하게 한다. 원근법이 있기는 하지만, 평면적 단편들로 구성된 풍경은 하나의 시선에 포괄되지 않는다.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단편에는 제 각각의 시공간이 내재되어 있다. 단편들은 마치 영화 같은 방식으로 편집된다. 공시(共時)적 매체인 회화이니만큼 공간적인 영화인 셈이다.


제작 단계에서 중요한 바느질은 단편을 이어준다. 감침질로 이루어진 촘촘한 이음매는 그 자체가 또 다른 조형적 요소다. 조형적 꼴라주와 영화적 몽타주는 하나가 된다. 하나는 공간적 병치이고 하나는 시간적 병치지만, 공간과 시간은 연결되어 있다. 기억과 지각은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마주한 상황을 갱신한다. 작은 구슬도 꿰면 보배가 되듯,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풍경들은 강렬한 기념비로 우뚝 선다. 현실에서 추출된 꼴라주의 단위들은 하나의 지배적 원칙이 적용되는 구조가 아니라 그때그때 삶의 굴곡 면에 걸맞게 배치된다. 추상적 원리보다는 융통성이다. 한옥집이나 연립주택이라는 공통적 소재는 비슷한 문제에 비슷한 해결방식을 낳는다. 만약 그것이 아파트 같은 보편적 구조였다면,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배치는 공리나 영원으로 굳어버린 추상적 구조에 대한 대안적 개념으로 부각된 바 있다. 펠릭스 가타리는 [기계적 무의식]에서 창조성은 기호나 코드화 체계가 아니라, 체계를 분절하는 배치에 속한다고 말한다.


가타리에 의하면, 배치는 폐쇄되고 추상적인 구조에의 의존이 아니라, 스스로 고유한 활동에 맞게 인간의 사회생활을 기초 지우는데 있다. [기계적 무의식]은 구조와 배치를 대립시키듯이, 구조와 지도를 대립시킨다. 구조와 달리 지도는 모든 차원으로 개방될 수 있고 또 찢길 수도 있으며 모든 종류의 몽타주에 적용될 수 있다. 체계나 구조가 아닌, 배치와 지도의 방식은 삶의 다양한 국면과 조응하는 개방성을 가진다. 배치는 지도처럼 미지의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미영의 경우 이접(離接)을 통해 나아간다. 이접은 시대의 보편 및 표준과 거리가 있는 분열적이고 이질적 양상을 보인다. 가타리는 다른 책 [카오스모제]에서 주체성 또한 이질적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이질적 구성’은 주체든 객체든 구조로 환원되거나 우연으로 해체되는 것을 지양한다.

제미영 개인전 '조각 풍경'

20대 후반에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작가의 눈을 끌던 장소가 인사동, 북촌, 가회동, 삼청동의 골목길 이곳저곳에 포진한 낡은 집들이었다. 작가는 ‘그곳에 가면 친근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되어 자주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찾아보니 고향의 향수를 대체한 장소였다’고 말한다. 즉 ‘무의식에 남아있던 기억이 비슷한 이미지를 만나게 되면서 감정전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오래된 집들은 정물처럼 관객의 눈앞에 끌어당겨진다. 평범한 소재의 변신에는 기법이 크게 작용했다. 평소에 한복 천 들을 조각보처럼 감침질을 하여 쟁여 두었다가 배접해서 보다 평탄하게 만든 후, 가는 띠 선으로 오려서 화면에 꼴라주하는 방식인데, 최근 작품에는 한지도 가세했다. 생산 연도나 생산지와 무관하게 고풍스러워 보이는 한복천이나 한지는 오래된 동네/집들의 표현에 어울린다. 서양화로 친다면 여러 층의 결과물인 색채나 질감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각기 다르게 오려지는 천 조각의 펼침이 물감을 대신한다. 물론 물감도 사용되지만, 물감은 중성적인 배경을 위해 평평하게 칠해진 부분에서 눈에 띌 뿐이다. 제미영의 작품은 인상파 회화처럼 병렬된 색면/띠가 눈에서 직접 섞이기 때문에 매번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 장소/집은 별천지 같지만 기시감이 있다. 색다른 풍경이지만 작가는 멀리 찾아 가지 않는다. 동네 쏘다니기는 작품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 목적 없는 이끌림에 의한 것이다. 초현실주의 작품에 도시 산책자의 관점이 나타나듯, 삶과 체험이 먼저였다. 우연히 만난 사물이 낳은 상황은 의미(해석, 해몽)로 이어지는 무의식의 발견이었다. 또한 집은 ‘익숙함 속의 낯섦, 즉 기괴함’(프로이트)의 거처이기도 하다. 집 같은 일상공간에서도 할 수 있는 바느질 또한 조형적 수단 보다는, 자기 치유적 속성이 강했다. 한땀한땀의 감침질은 매번 산산이 흩어질 수도 있는 삶과 예술을 이어주었던 것이다.


인사동 일대가 생존의 압박이 이끄는 대로 진화하여 나름대로 이국적 면모를 갖추었다면, 작가는 생활의 발명품으로 가득한 청기와에 붉은 벽돌집 같은 동네 풍경도 주목한다. 서울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개척한다기 보다는, 처음 인상 깊었던 곳을 계속 다니면서 유년기와 연결된 잃어버린 시간 찾기에 몰두한다. 그것은 새로움이 아니라, 갱신이다. 새로움이 직선적 시공간을 전제한다면 갱신은 순환하고 회귀한다. 작품 [굴뚝이 있는 집]에서의 붉은 벽돌집은 흔적 기관처럼 남아있는 굴뚝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붉은 계통의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얇게 오린 천 들을 붙여 벽돌의 단위를 만들었다. 벽돌뿐 아니라 건물을 이루는 크고 작은 선과 면이 모두 꼴라주로 표현된다. 바느질로 연결된 천 조각들을 또다시 잘라 붙인 띠 선은 여러 겹의 층과 면을 만든다. 집이 생활의 모든 것을 축약해서 다 쓸어안고 있듯이, 집 안팎에는 무한한 세목(細目)이 나온다.


집을 둘러싼 배경 없이 화면 한가운데 단독으로 서있는 집은 정물화같이 보인다. 19세기에 풍경을 정물처럼 표현했던 세잔은 현실과 화면의 현실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현대미술의 시조로 평가됐다. 모더니즘 초창기에는 (대상의)재현과 (화면의)자기지시성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있었다. 이후 지시대상을 끊어내고 그림 자체의 자족성만을 추구했던 주류 미술사의 흐름에 모든 화가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입체파를 대표적으로, 현대미술에서 정물화는 여러 분석적 시점을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제미영의 정물적 풍경은 큰 화면으로 제작돼도 밀도를 잃지 않는다. 화려하고 거대한 것만 주목 받는 스펙터클의 시대에 보잘것없는 낡은 집을 구성하는 빼곡한 조형적 장치들은 신기함만큼이나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친숙함 속에서 낯섦, 일상성 속의 이질성을 끌어내는 태도이다. 이러한 태도는 그에 걸맞은 일련의 언어를 이끌어낸다. 제미영의 구사하는 언어는 이질적이다.

제미영 개인전 '조각 풍경'

이질성이 혼돈이 아닌 열림이 되기 위해서 최소한의 구심점이 필요했는데, 그 대상이 집이다. 집은 여러 곳에서 기원한 삶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한다. 펠릭스 가타리의 [기계적 무의식]에 의하면, 언어는 수학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언어는 어디에나 있지만 자신에게 고유한 어떤 영역도 소유하지 않는다. 언어는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언어활동을 특정화하는 것은, 언어가 그 자신에 준거하지 않고 모든 다른 기호화 양식을 향해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다. 언어의 구조는 차용, 혼합, 접착, 오해로 이루어져 있는 일종의 헛간(다른 대목에서는 조각 천으로 이어져 알록달록한 아를르껭의 의상의 예를 들기도 한다)이 화석화한 것이다. ‘모든 방향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배열 체계 혹은 모든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규칙 체계’(가타리)가 중요하다. 작품 [조각 풍경]은 몇 번은 허물어지고도 남았을 낡은 한옥이다. 한옥은 손님의 관심과 선택을 위한 작은 소품들을 담고 있지만, 그 자체도 갖고 싶은 소품처럼 나타난다.


배경을 이루는 노랑 평면은 작은 보물을 감싸는 포장지 같이 한 가운데에 자리한 대상을 부각시킨다. 한옥의 지붕 부분은 기와를 받쳐주는 부대 구조물이 켜켜이 쌓여있어 어느 부분보다 띠 선의 밀도가 높다. 삶의 안식처인 집은 많은 것들이 쌓여 있는 곳이다. 집 안팎의 작은 전등도 그냥 천 조각 하나로 처리 할만도 한 데, 제미영은 작은 부분들조차도 대개 2-3개, 또는 그 이상의 다른 천들이 촘촘한 바느질 땀으로 연결했다. 조각보에서 받은 감흥을 그림이라는 또 다른 축소모델의 사물 하나하나에 관철시킨다. 집 안팎에는 화분을 비롯한 식물들이 있는데, 동양화 전공의 작가로서는 거의 손과 일체화한 붓으로 휙 그리는 것이 더 간단할 법한데, 이조차 꼴라주다. 그러나 식물과 사물과는 차이가 있다. 줄기나 잎 새 등을 이루는 조형적 단위들은 더 단순하다. 물론 외곽선은 더 복잡한 가위질이 되어있지만, 식물을 품고 있는 화분에 비하면 바느질 땀 같은 인공적 연결망은 많지 않다.

제미영 개인전 '조각 풍경'

제미영 프로필
 
학력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및 기획초대전
2020  주(住)토피아 프로젝트전 (영통구청갤러리,수원)
2017  단원미술제 대상수상작가 초대전 (온유갤러리,안양)
2017  So-So (이랜드스페이스,서울)
2016  집이 있는 풍경 (갤러리가비,서울)
2016  가화(家花)-집과 꽃에 깃든 소망 (수원시미술전시관,수원)
2015  가화만사성(家花萬事成) (한가람미술관,서울) 
2015  길상(吉祥)-집과 꽃에 깃든 소망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서울)
2014  조각조각 빛깔 풍경 (세종문화회관 삼청각,서울)
2014  길상(吉祥)-아름답고 착한 징조 (갤러리41,서울)
2014  길상(吉祥)-아름답고 착한 징조 (갤러리도스,서울)
2012  예술가, 집을 분양하다 (보름산미술관,김포
2012  색깔풍경–생경(生硬) (박광일갤러리,서울)
2012  색깔풍경–생경(生硬) (화봉갤러리,서울)
2012  색깔풍경–생경(生硬) (이랜드스페이스,서울) etc
 
기획 및 단체전
2020   단원미술제 선정작가 수상자전 (단원미술관,안산)
        한뼘그림아트페어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서울)
        3E; Espirt, Edit, Effect전 (갤러리그림손,서울)
        2020 화; 기획전 (충무로갤러리,서울)
        WITH SILK (아트리에갤러리,분당)
2019   동아대학교 총동문회 예술작품전 (석당미술관,부산)
        책거리 Today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대구)
        책거리 Today (동덕아트갤러리,서울)
        와유금강(臥遊金剛) (겸재정선미술관,서울)
        WITH SILK (갤러리한옥,서울)
2018   AHAF SEOUL 2018 (파르나스호텔,서울)
        단원본색 (문화예술의전당,안산)
        Mix&Match<첩첩화중> (단원미술관,안산)
        풍경을 펼치다 (서호미술관,남양주)
        新 경교명승첩 (겸재정선미술관,서울)
        세화(歲畫)전 (포스코갤러리,포항)
        Seoul soul of Korea (세움아트스페이스,서울)
        시작-돌아보다 그리고 나아가다 (갤러리32,서울)
2017   2017 special present 2018 (벽과나사이갤러리,서울)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여수세계박람회장,여수)
        제 18회 단원미술제 선정작가 해외전 (일본시즈오카시청,일본)
       ‘우리동네’어린이작품 전시회 (갤러리AG,서울)
        서울 머니쇼 (서울코엑스,서울)
        아뜰리에 STORY (한가람디자인미술관,서울)
       봄을 수(秀)놓다 (단원미술관,안산)
        그림을 봄ll (예술의전당 미술관,천안)
        공감의 공간(共間),위로를 나누다 (슈페리어갤러리,서울) etc
 
수상 및 선정


2017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공모작가 선정
2016  단원미술제 대상
2015  오픈 갤러리 공모작가 선정
       마포구 관광기념품 공모전 우수상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공모작가 선정
2011  이랜드스페이스 공모작가 선정
2010  겸재정선미술관 내일의 작가 선정
2005  대한민국 청년작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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