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현재 세계 최고의 노인대국은 일본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28%를 차지한다고 하니 한국의 14.9%에 비하면 근 2배다. 인구 구성이 달라지면 사회 분위기도 변한다. 지난해 10여 년 만에 일본에서 설계된 지인은 “어딜 가나 유니클로 패션이라 놀랐다.”고 했다.

‘유니클로 패션’이란 수수하고 실용적인 옷차림을 말한다. 과거 여기저기서 눈에 띄던 호사스러운 멋쟁이들이 사라졌다는 얘기였다. 패션도 노인이 주류가 된 사회에 맞춰 변한다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는 2000년대 이후 일본에서 ‘국난’이라 표현할 정도로 화두로 떠올랐다. 군사안보전문가가 “일본의 가장 큰 안보과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고 잘라 말할 정도다.

노인들은 일손 부족으로 정년이 연장된 데다 장수가 가져다준 끝을 알 수 없는 ‘노후’탓에  쉴 새 없이 일하며 짐이 될 시간을 늦추려 애쓴다. 이런 풍경들을 ‘강 건너 불’처럼 바라보던 한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45년 한국은 일본을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고령화율 37%)가 된다고 통계청이 예측을 내놓았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 탓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이라 하니 일본의 1.43명(2017년 기준)과 비교해도 한참 낮다.

생산가능인구도 줄어 2067년이면 인구 절반이 일해 나머지 절반(생산가능인구 100명당 102.4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은 100명당 14명에서 30여 명으로 늘어나는 정도다.

부양과 복지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어깨에 올려진다. 이런 나라에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생산성이 저하되고 복지 등 지출은 늘어 소비와 투자의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겨난다. 말 그대로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다. ‘아이 한 명 키우는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의 성장에 가족은 물론이고 이웃과 사회의 수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실제로 이웃끼리 유대를 갖고 돕는 문화가 남아있는 섬 지역에서는 출산율이 훨씬 높다는 보고가 많다.

각박하고 치열한 경쟁을 겪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아이를 낳아 기를 엄두를 못 내는 것도 이해가 간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평균수명이 한국 여자는 85.7세, 남자는 79.7세, 전체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의 84.2세와 불과 1.5세 차이다. 자살을 제외하고는 암, 치매, 순솬기게 질환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측에 속한다.

객관적인 건강상태와 주관적인 느낌은 확실히 다른 모양이다. 본인이 건강하다 고 생각하는 비율은 한국이 29.5%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세계 1등 장수국 일본 사람 역시 거의 3명 중 1명(35.5%)만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사람들은 10명 중 8명 이상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대답했다. 본인의 건강에 관한 한 한국 일본 사람이 ‘쓸데없는 비관주의자’들이라면 미국 호주 쪽 사람들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 들이라고 할 만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인의 장수 양대 비율로 ‘김치’와 ‘건강염려증’을 꼽았다.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만 봐도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사람들이 만나면 건강 관련 주제는 빠지지 않고, 잡지들은 철마다 다이어트 특집을 싣고, 건강보조식품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고 많이 먹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김치, 된장 등 발효음식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면서 암을 예방한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된 바다.

건강에 대한 염려도 적당하면 장수 비결이요, 과하면 정신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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