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서울 동부지법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석방했다. 판사는 유씨가 금융위 국장과 과장 시절 업자들에게서 받은 4200만 원이 뇌물이라고 인정하고서도 ‘개인적 친분 관계로 받은 돈’이라며 풀어 준 것이다.

법리를 떠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유씨는 업자들에게서 현금과 전세금 항공권, 골프채, 골프텔 숙박비를 받고 오피스텔도 공짜로 썼다. 여러 병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받았고 대부분 유 씨가 먼저 요구했다.

범죄 혐의를 덮으려고 정권 실세들에게 구명 로비까지 벌였다. 검찰은 ‘탐관오리의 전행’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금품을 선의로 생각했을 수 있다’며 형을 깎아줬다. 공직자가 업자들과 어울리고 금품을 받은 ‘유착’을 ‘친분’이라고 한다.

앞으로 뇌물 받은 공무원이 ‘친분 관계로 받았다.’고 하면 모두 풀어줄 건가! 유씨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유씨는 청와대 특검반 조사도 빠져나갔다. 그의 구명에 정권 실세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청와대는 뇌물 의혹이 불거진 사람을 오히려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시켰다.

상식 밖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더니 이제 판사까지 유씨 구명에 나섰다. 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3000만 원 이상 뇌물 수수에 대해서는 징역 3~5년을 기본으로 최저 2년 6개월, 최고 6년의 형을 선고하라고 돼 있다.

‘적극적 요구’, ‘장기간 수수’.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가중처벌된다. 유씨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양형 기준이 정한 최저형에도 미달하는 형이 유씨에게 선고된 것이다.

집행유예 사유는 더더욱 찾을 수 없다. 다른 판사들조차 ‘이례적 판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말이 이례적이지 ‘권력에 아첨하는 판결’이다. 2018년 기준 3000만 원 이상 뇌물 수수료 유죄판결을 받은 101명 가운데 91명(90%) 1심에서 실형 판결을 받았다.

유씨 같은 고위적 공무원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실형이 선고됐다. 군사법원장이 6000만 원 뇌물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고무줄 판결’도 정도가 있다. 누가 법원이 공정하다고 믿겠나! 이 정권 들어 법원 재판이 정권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공공기관 운영 정상화’라며 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있었다. 돈 준 사람을 구속했는데 정작 돈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동생 영장은 기각되기도 했다. ‘재판이 곧 정치’라고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유 전 부시장의 경우 대부분이 뇌물을 먼저 요구해 받았다. 2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차례 돈을 받았다. 대법원이 제시한 양형 기준 해설에 명시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할 요인이다. 재판부 스스로도 “업무 관련성이 있는 회사 운영자로부터 반복해서 뇌물을 받은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햇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를 모두 무시하고 초범이라는 감형 요소만 인정해 하한선에도 못미치는 형량을 정했다. 작정하고 봐준 판결이란 비판을 벗기 어렵다. 돈을 준 사람들이 사적으로 친했다는 점을 감형 요소로 판단한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나중에 뇌물을 주려면 미리 친분을 유지하라고 권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뇌물죄의 경우 집행유예를 해주면 안되는 사유도 정해 놓고 있다.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반성도 하지 않는 등의 사유가 겹치면 실형을 권고한다. 재판부는 이마저도 무시했다. 유 전 부시장이 받은 여러 뇌물 중 몇 가지는 김영란법이 통과된 뒤 받았다. 이렇게 법원 스스로 정한 양형 기준을 무시하면 판결은 신뢰받을 수 없다.

게다가 조국 전 민정수석 등 유 전 부시장을 봐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으로선 재판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민주 국가 근본인 법치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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