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국회에서 기자들이 들어갈 수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곳이 본회의장 뒤편의 의원 휴게실이다. 이곳에선 공개된 자리에서 조금 전까지 얼굴 붉히던 여야 의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맞담배를 피운다.

작년 패스트트랙 사태 때도 거친 몸싸움을 벌인 의원들이 의원 휴게실에선 서로 등을 두드렸다고 한다. 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선 늘 싸우는 듯 보이지만 뒤돌아서면 서로 ‘형님’, ‘동생’하는 경우가 많다.

의원들은 밥그릇 늘리고 제 식구 챙기는 일에서 늘 하나가 된다. 세비 인상, 보좌관 늘리기, 예산 품앗이, 체포동의안 부결 등이다. 의원은 자기 월급을 자기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 새해 예산안에 슬그머니 끼워 넣는다.

비난 여론에 철회하거나 반납하는 일도 있었지만 처우는 꾸준히 좋아졌다. GDD(국내총생산) 대비 의원 연봉은 세계 톱클래스라고 한다. 세비는 눈에 잘 띄기라도 하지만 의원들이 곳곳에 숨겨놓은 눈먼 돈도 많다. 주유비, 차량 유지비, 정책연구용역비, 정책자료발송비 등이 감시 사각에서 꾸준히 올랐다.

20년 전 5명이던 국회의원 보좌관은 지금 9명으로 늘었다. 모두가 의원들 짬짜미의 결과다. 정랑들은 때만 되면 의원 특권 축소 공약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의원들은 올해 국회 예산에서 특수활동비를 삭감했다. 그런데 동시에 업무추진비를 슬쩍 늘려놓았다. 특수활동비를 업무추진비로 대체해 국민 눈을 속인 것이다. 5년 전 카드단말기 출판기념회가 도마에 올랐다.

의장 직속으로 ‘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란 게 만들어져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빈말이었다. 작년 말 여의도엔 출판기념회가 성황이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대한 예산 지원은 늘 비판 대상이었다.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올해 예산에도 헌정회 지원으로 64억 원이 배정됐다. 여야 의원들이 짬짜미하면 국민은 알수가 없다. 국회가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을 10명 늘리는 임용규칙 개정안을 마지막 본회의에서 슬쩍 끼워 넣어 통과시켰다.

5년간 70억여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 자리에는 각 당의 당직자들이 파견 가는 자리다.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입법 활동을 돕는다지만 돈 받고 노는 자리다. 20대 국회는 4년 내내 싸웠다. 늘 합의 처리해 온 선거법을 두고도 몸싸움을 벌였고 격국 여당이 강행처리 했다.

싸우기만 했을 뿐 한 일이 없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20대 국회는 ‘숙의 정치’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특히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회는 여야 격돌의 주전장이 돼버렸다. 여야가 국민의 목소리엔 귀를 막고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다 보니 법안처리 실적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2만 4081건으로 법안 처리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무더기 발의한 법안도 있었지만 법안 처리율이 민주화 이후 가장 낮았던 19대 국회(41.7%)보다 떨어졌으니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만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인사청문회는 삼권분립 원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국회에 부여된 엄중한데도 있으나 마나 한 요식 행위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국회가 정권의 독주를 방임하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유민주국가의 운영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21대 국회 본연의 입법부 기능부터 회복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회는 적절한 긴장관계로 움직여야 국정의 일방 독주를 막을 수 있다.

국회 운영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사사건건 법안처리의 발목을 잡는 것도 문제지만, 거여가 177석의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처리 속도전에만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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