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자영업자인 마흔일곱 후배는 민주당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을 찍었다고 했다. 이 정권이 부동산 정책 말고는 잘못한 게 별로 없고 코로나 19 대응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탈원전 같은 실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가 싫은 게 아니라 미래통합당이 싫다”며 세월호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막말하고 그걸 처리 못해 우왕좌왕 하는 걸 보며 ‘저 사람들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유권자는 4399만여 명으로 사상 최다였다. 그중 60대 이상 비율이 27.3%로 가장 높다는 뉴스가 34.9%를 차지한다는 데 주목한 뉴스는 거의 없었다. 30~40대 중에서도 ‘X세대’라는 1970년대생이 이번 총선을 좌우했을 가능성이 있다.

야당도 이를 감지하고 있었다. 투표 이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는 “우리 판세 분석에서 30~40대 중도층 이탈 현상이 급격히 드러났다”고 했다. X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서태지 세대’다. 이들은 1992년 서태지가 데뷔했을 때 10대 초반~20대 초반이었다.

‘팬덤’을 처음 만들어 낸 세대라는 뜻이다. 이들을 뭉치게 한 강력한 엔진은 인터넷이었다. 지금 온갖 인터넷 동호회와 맘카페의 핵심 멤버도 이들이다. 이들이 성년이 됐을 땐 이미 정치 민주화가 이뤄져 생각과 행동에 제약이 없었다.

20대 때 해외여행 자유화를 맞아 이민이나 출장 외엔 외국을 경험해보지 못한 위 세대와 뚜렷이 구별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10년간 다져놓은 문화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세대개 지금의 30대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X세대를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주의 세대’로 규정했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 하고, 타인ㅇ르 의식하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첫 세대라는 분석이다. 이들에게는 현실 정치보다 성평등 이나 환경 문제 같은 ‘정치적 올바름’이 더 중요한 가치다.

애초 ‘정권 심판’ 같은 선거 캠페인은 이들에게 “30~40대는 논리가 없고 무지하다”고 했으니 부동층이던 표가 달아날 수밖에 없다. 전대미문의 참패 책임은 하나부터 열까지 통합당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국호 첫회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당하고도 3년 내내 누구 하나 진심으로 반성하며 물러난 사람이 없었다.

친박은 비박 탄핵 세력을 ‘배신자’라 몰아붙이고, 비박은 비박대로 당권 투쟁을 일삼아 ‘도무지 희망이 없는 당’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정책 면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이나 탈원전, 남북 화해 등 정부의 노선을 비판하기에 급급했을 뿐 국민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사한 적이 없다.

통합당은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통합당은 뼈를 깎는 자성과 개혁으로 환골탈태 해야 한다. 상황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정당 투표에서 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가장 높은 득표율 33.84로 더불어민주당을 2석 앞선 19석을 확보했다. 또 부산, 경남에선 4년 전 잃었던 의석 상당수를 되찾았다.

이에 따라 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 합당하면 103석, 자당 출신 무소속들까지 함류할 경우 107가량의 의석을 갖게 된다. 이런 자산을 바탕으로 통합당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재창당의 각오로 새 판을 짜야 한다.

정권 코드에 맞춰진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조수사처장 임명에는 원칙을 갖고 맞서되 코로나 관리 등 민생 현안엔 협조해 수권정당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대권주자급 후보들이 죄다 낙선한 건 지금이 인물로는 안 되니 백지상태에서 재출발하라는 민심의 명령이다.

통합당은 이제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로 근본적 쇄신과 혁신을 해야 한다. 눈앞의 의석 1~2석 늘리는 데 급급해 낡고 퇘색한 인물들을 끌어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신 시대정신을 대변할 새로운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혁명적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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