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냉전 종식 이후 1991년 10월, 폴랜드의 첫 자유선거에 ‘맥주 애호가당’이 등장했다. 보드카 문화를 안전한 맥주로 바꾸겠다며 당명을 그렇게 붙였는데 하원에서 무려 16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다가 기업인들 중심의 ‘큰 맥주’파와 진보 인사들의 ‘작은 맥주파’로 분열됐다.하지만 이런 장난스러운 이름은 정치 결사체의 대의와 거리가 멀었다. 당장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했다.

정체성을 상징하는 정당의 명칭은 그만큼 중요하다. 2003년 등장한 ‘열린우리당’ 약칭 우리당의 명칭을 두고 놀란이 일었다. 일상 어휘를 당명으로 독점하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각 당이 입장을 밝힐 때 “우리당은  · · ·”이라고 논평을 내는 방식에도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

‘남의 당’을 ‘우리 당’으로 불러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특정인을 연상시킬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된 ‘친박연대’도 정당 명칭 사용을 두고 논란을 빚었다. 2008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회 통념에 비춰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명칭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정당법에 유사명칭 사용 금지 외에는 제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선관위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 ㅇㅇ당’이라는 정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자유한국당은 ‘비례자유한국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는 “유권자들이 오인, 혼동할 우려가 많아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한 결정이라며 선관위가 중립성과 일관성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말 ‘민주당’이 있을 때 변경한 당면이다.

현재 선관위에는 ‘공화당’과 ‘우리공화당’, ‘기독당’과 ‘기독자유당’ 등 유사한 당명을 가진 정당이 등록돼 있다. 물론 비슷한 당면이 불허된 사례도 적지 않다. 선관위는 2015년 ‘신민주당’ 2016년 ‘더민주당’과 혼동될 우려가 있다며 당면 등록을 불허했고 지난해에는 ‘신공화당’이 ‘우리공화당’과 구별되지 않아 혼란을 유발한다며 불허했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때 선관위는 ‘통합정의당’, ‘자주진보당’처럼 통진당을 연상케 하는 정당 등록 신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례정당 명칭 논란은 범여권 ‘4+1 협의체’가 만든 공적선거법 개정안이 연말에 통과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소선거구 지역구에서 버려지는 사표를 줄이겠다는 명분에서 출범했던 비례대표제가 벌써부터 민의 왜곡 논란에 휩싸인 모습이 씁쓸할 뿐이다! 민심은 엄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 투표를 포함해 절반을 넘는 안정 의석을 얻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과반에 27석 못 미치는 123석을 얻어 1석 차로 제1야당을 차지했던 민주당으로선 압승이라 할 만한 결과다. 국민은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를 맞아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수권 세력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미래통합당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4연속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기록을 세웠다. 민주화 이후 통합당 계열 정당이 전국단위 선거에서 3연속 승리한 적은 있었지만 4연속은 처음이다.

더욱이 완화되는 듯하던 영호남 지역 양상도 더 뚜렷해졌다. 20대 국회에서 지겹도록 되풀이된 파행 국회의 고리를 끊기 위한 진정한 협치 모델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총선 이후 정부 여당엔 더 엄중한 과제가 부여될 것이다.

코로나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전 국민의 동참과 협조가 필요하다. 전방위에 걸친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도 야당을 청산 대상이 아닌 국정 파트너로 삼아 함께하는 협치가 절실하다.

정부 여당이 전 국민을 포용하고 단합하게 만드는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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