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일본은 세습 정치인의 나라다. 의원 30%가량이 세습했다. 스스로 ‘봉건국가 같다’는 자조도 한다. 미국에는 케네디가, 부시가 등 대통령과 의원 여럿을 배출한 가문이 있지만, 세습 정치에 대해선 우호적이지 않다.

의원 중 2세 비율이 5% 정도라고 한다. 젭 부시가 대선에 출마할 때 의도적으로 성을 빼고 ‘젭! 2016’이란 선거운동 로고를 쓴 적이 있다. 우리는 ‘금수저’라 하는데 영, 미에선 부모 배경 정치인을 ‘푸른 피’라 한다.

노동을 하지 않아 흰 피부에 푸른 혈관이 돋보인다는 야유가 담겨 있다. 국회 헌정기념관에 가면 ‘가족 당선’ 기록관이 있다. 부자 국회의원은 모두 37차례, 부녀 의원은 5차례 있었다. 세습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3대 의원’은 딱 한 번인데 정일형, 정대철, 정호준 의원이다. ‘삼 형제 의원’도 있었는데 김홍용, 문용, 성용 형제가 1950~60년대 전남 담양에서 의원을 지낸 기록이 있다. 3부자 의원은 조병욱과 둘째 아들 조윤형, 셋째 조순형 의원 가족이 첫 기록이다.

이번 총선으로 새 기록이 만들어질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 셋째 아들 김홍걸씨가 민주당 비례 4번을 받아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큰아들 고 김홍일씨는 아버지 지역구에서 15-16대 의원을 지냈고 비례 의원도 한 번 했다.

둘째 김홍엽 씨는 17대 때 재·보선에 나와 의원이 됐다. 이번에 막내까지 의원이 되면 4부자가 모두 의원을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본도 아버지가 아들 한 명에게 물려주기 때문에 4부자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 세 아들은 모두 비리 전과가 있다. 홍업씨는 게이트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다.

장남 홍일씨도 나라종금 로비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임기 말 김 전 대통령은 “제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고개 숙여야 했다.

3형제 모두 비리에 연루되고도 빠짐없이 의원을 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인터넷에선 홍걸씨 비례 배정에 대해 ‘아빠 찬스’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스물 다섯 대학생이 시의원 엄마 치맛바람으로 민주당 비례 번호를 받았다는 ‘엄마 찬스’ 논란도 더해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세 아들을 불러 놓고 “조용히 살 것”을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아들들은 아버지 당부를 잘 따르지 않는 모양이다. 21대 국회의원 후보 등록 결과 전체 지역구 후보 중 20대는 1.3%, 30대도 5%에 그쳤다.

여성은 5명 중 한 명(19%)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후보 중 여성은 12.6%, 미래통합당은 10.9%로 전체 평균 보도도 한참 낮다. 20, 30대는 민주당 2.8% 통합당 5.2%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여성 참여 확대와 세대교체를 하겠다고 늘 시늉에 그쳤다.

여성, 청년, 정치신인에게 주는 공천 가산점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가산점 5%라 해도 받은 점수의 50%를 주는 식이라 기본 점수 자체가 적은 신인들이 현역 의원이나 기성 정치인의 문턱을 넘기에 역부족이다.

오히려 공정하게 선정했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실세나 측근 정치인을 신인, 청년과 경선을 붙이는 ‘무늬만 경선’도 비일비재하다. 출마자 1.118명 중 전과가 있는 후보가 3분의 1이 넘는 419명(37.5%)에 달한다.

민주당은 100명, 통합당도 62명이다. 소수정당 및 무소속 후보 중에는 강제추행, 존속상해, 심지어 살인 전과가 있는 사람도 있다. 남성 후보의 17%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22명은 최근 5년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선거는 동량을 선출하는 과정이고,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 등 한국 정치의 밑바닥을 드러낸 불상사가 다시는 대한민국의 선거에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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