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총련 위원장 및 아트코리아방송 칼럼니스트

인왕은 말뜻이 고고하다. 실로 아득한 문명의 덫을 입은 이름이다. 성리학의 나라요, 유교이념의 실험과 혁명을 단행한 조선의 수도에 이름이고 보면 깊은 성찰의 사유가 요구된다. 「금강」의 뜻을 「인왕」으로 직결하려는 의미는 인도불교와 중국불교의 습합 과정으로 읽는다. 그럼에도 민족종교의 습합을 밀도 있게 살피는 고려의 「팔관회」는 오히려 도교의 넓은 우주관과 조우한다.「칠성당」,「산신각」의 절묘한 파노라마다. 가람에 조용히 내려앉은 삼라만상의 주관자요, 삼천대천 대우주의 조율자임을 석가세존과 응집한다. 이러함의 직관을 모두 살필 수 있는 「뫼」가 인왕산이요, 인왕의 「옥쇄」다.

「인왕토국금강바라밀경」을 교본삼아 인왕의 이름은 세워졌다. 서산의 테두리에 열매를 삼아 서원했다. 그렇다면 남산의 목멱은 단군의 뿌리요, 고구려, 고조선, 부여를 연결하는 장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조선수도, 국사이며, 국사당과 관음전의 다례이고 초제다. 물론 고려의 훈요6조의 팔관회, 연등회의 꼭지 점은 주요한 원형이다. 백악의 소격소와 삼청전, 삼청동의 유례다.

크게 중흥하며 덕과 인을 옹호함이 마땅하다. 크고, 넓음의 주관자. 태화관은 누구를 옹호하고 있을까. 지금의 총리공관 앞마당 병풍바위에 유교의 선비들이 새겨놓은 각자 삼청동문은 유례의 깊이를 보여준다. 유교, 불교, 도교의 습합이 정교하게 체화된 문명, 조선의 정신이다. 그럼에도 낙산 너머의 안양암의 소요는 「之」 그러니까 「비보」의 도선 국사의 맥을 읽게 된다. 흥인지문의 아스라한 만남이다. 어찌되었든 「고려의 하늘」백악의 중심은 삼각 뫼, 관악 뫼의「혈」을「하이얌」으로 숭고하게 펼치려는 뜻이 사무쳐있음이다.

인왕은 이렇듯 백악, 낙산, 목멱과 함께 한강을 「은하수의 전설」 즉, 서울의 신화 격을 규정짓는 바로미터다. 「조선의 아침」이다. 이를테면 고려의 하늘 - 용의 눈물 - 봉황의 꿈 - 은하수의 전설, 모두가 서울 신화의 둘레길이다. 신화의 올무는 우리의 근대화 개념에서 사유하고 고찰함이 마땅하다. 폐허와 망각을 딛고 일어선 헤브라이즘의 열정만큼 주요해 보인다.

이를테면 서울 신화의 테제는 무엇일까. 당연히 사각지대와 파편이 난무할 것이 자명하지만 완성은 오히려 나무전봇대다. 인사동 골목, 나무전봇대는 피맛골 - 전통문화의 전당이라는 명성보다 생명력을 담고 있다. 인사동 - 회화나무 정령과 배꼽 - 서울 중심석을 연결하는 오브제요, 오마쥬다. 인사동 나무전봇대 중심축은 인왕, 목멱, 낙산, 백악에 자리 잡고 있다. 마치 탁란의 계략으로 산산이 부서진 신화를 지키는 장승처럼 존재한다. 인증 샷을 연결하여 이야기로 담아내는 작업을 옥인동에서 시작함이 마땅해보인다.

그럼에도 인왕의 아미타불과 백악의 부아암 - 맷돌바위의 신화는 이곳에서 숨결이 보인다. 아득하지만 신화가 「골목」으로 내려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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