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그림손에서는 2020년 3월 25일 (수) – 3월 31일 (화) 까지 표주영 개인전 ‘만발하는 시간’이 전시될 예정이다.

표주영 개인전 ‘만발하는 시간’

표주영 작가는 한지로 만든 얼룩 조각들을 자르고 붙이고 그리는 콜라쥬 방식을 통해서 촉각적 결과 겹의 공간을 가시화 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녀의 작품 “시간의 겹”을 보면 얼룩진 한지 조각들이 반복적인 작업을 통하여 하나의 결을 이루고 있다. 제목처럼 반복된 물리적인 시간의 겹을 회화적으로 구현하였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얼룩의 결을 여러 겹으로 붙이는 반복적인 신체의 움직임은 나에게는 내면의식을 투영하고 시간성을 가시화하는 작업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반복적이고 무의식적인 얼룩을 한지 위에 생성하면서 동시에 찢고 오리며 다시 붙여나가는 한지 콜라쥬 작업을 통해 중층으로 된 내면으로 향한다.” 라고 말했다.

표주영 개인전 ‘만발하는 시간’

그저 abstract 하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작품은 풍경을 그녀만의 정제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눈으로 보여지는 무언가를 볼 때 시각적인 자극뿐 아니라 동시에 마음속에서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느낀다. 표주영 작가의 작품은 한지에 스며든 푸른 얼룩처럼 우리에게 시각적인 자극 이상으로 가슴 속에 서서히 스며드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홍지석 미술비평가는 그녀의 그림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단번에 우리의 시선을 자극하는 강렬하고 화려한 그림이기보다는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우리의 몸을 감싸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표주영 개인전 ‘만발하는 시간’

표주영의 <정제된 풍경>(2019~2020) 연작을 바라보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것은 단번에 우리의 시선을 자극하는 강렬하고 화려한 그림이기보다는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우리의 몸을 감싸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정제(精製)된 풍경’들을 바라보다 보면 우리는 이 풍경들이 매우 조용하게 “일렁이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마치 잔잔한 바다 물결처럼 또는 물에 비친 달처럼 표주영의 풍경은 조용하게 일렁이면서 아른거린다. 그런가 하면 <푸른 노트>(2020)에서 ‘푸른빛’은 지나치게 눈부신 광명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미묘하고 완곡한 방식으로 우리 앞에 출현한다.

표주영 개인전 ‘만발하는 시간’

한지에 스며든 푸른 얼룩, 그것도 정면에서가 아니라 배면(背面)에서 은은하게 배어든 푸른빛 조각들을 사용해 표주영이 연출한 풍경은 물리적인 자극으로서가 아니라 심리적인 정조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사물이 아니라 영혼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회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제된 풍경>과 <푸른 노트>는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회화가 아니라 ‘뉘앙스’를 전달하는 회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 뉘앙스를 파악하려면 우리는 시간을 들여 그 풍경을 섬세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표주영 개인전 ‘만발하는 시간’

앙드레 펠리비앵(André Félibien) 같은 17세기의 프랑스 비평가들은 이렇게 내적 영혼의 움직임을 드러낸 그림을 두고 “우아하다”고 평했다. 그러니까 ‘우아’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미묘하게 변하는 누군가의 몸짓, 미소는 특별히 우아하게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명확한 윤곽이 부재한 가운데 우리의 시선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리고 다시 저쪽에서 이쪽으로 “은근하게” 이끄는 표주영의 <시간의 겹>(2020)은 “감추어져 있어 은근하게, 또는 예고 없이 그리고 알 수 없이”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우아의 특성을 간직한다. 그것은 지나치게 빠른 변화, 타인의 무례에 상처받은 마음이 그리워하는 느긋하고 은근한 여유, 배려와 연민의 감정을 새삼 환기한다.

표주영 개인전 ‘만발하는 시간’

표주영은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며 개인전 9회, 부스전 9회, 그 외 공모전 및 단체전에 다수 참여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춘추회 청년 작가상 수상, 성신여자대학교, 강릉원주대학교, 백제예술대학, 신흥대학 강사로 재직했으며 현재 춘추회, 나토회, 한국화 여성 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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