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길 84에 위치한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2020년 3월 26일 목요일 – 6월 6일 토요일까지 박영숙 개인전 ‘그림자의 눈물’이 개최된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박영숙 개인전 ‘그림자의 눈물’ 개최

아라리오갤러리는 여성 사진가로서 한국 현대 사진사와 페미니스트 운동에 주요한 역할을 해온 박영숙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박영숙은 역사적, 사회적으로 불온한 배제의 대상으로 여겨진 여성성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도발적인 인물 초상사진을 주로 작업해왔다. 그는 여성의 정체성에 밀접하고도 직관적으로 연결된 신체를 전면에 위치시켜 여성의 몸과 역할을 억압해온 사회의 부조리와 성적 권력구조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처음으로 인물이 아닌 자연만을 담아낸 <그림자의 눈물> 연작 18점을 선보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박영숙 개인전 ‘그림자의 눈물’ 개최

<그림자의 눈물>은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는 인물의 부재이다. 기존 <미친년 프로젝트>나 <화폐개혁>의 시리즈는 여성의 신체가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구도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여성이라는 인물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과감한 시도의 결과물이었다. 반면 <그림자의 눈물>은 여성의 신체가 아닌 곶자왈이라는 제주도의 한 지역을 담고 있다. ‘쓸모가 없어 버려진 땅’이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촬영한 박영숙은 부재의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버려져 온 여성의 흔적을 기억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축이 되는 것은 인물이 부재한 자리를 채우는 오브제들이다. 박영숙은 지금까지 수집해왔던 물건들을 자연 속에 배치함으로써 작가의 연출, 나아가 인물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작업이 박영숙 개인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보편적인 여성의 삶과 섹슈얼리티라는 다층적 맥락을 포괄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사진에 담긴 골동품 사진, 분첩, 웨딩드레스와 같은 오브제는 여성으로서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 버려진 땅 곶자왈에 살았던 한 여성의 이야기가 중첩되고 엮이는 은유의 그물망을 직조해 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박영숙 개인전 ‘그림자의 눈물’ 개최

박영숙은 <그림자의 눈물>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이제는 얽매여야 할 과거’가 아닌 ‘삶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작가의 바람’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 자유로워진 박영숙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여성성에 대한 그의 새로운 시각을 느껴보길 바란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박영숙 개인전 ‘그림자의 눈물’ 개최

1941년 천안에서 태어난 박영숙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와 동 산업대학원 사진디자인학과를 졸업하였다. 1975년에는 UN이 제정한 ‘세계여성의 해’ 기념으로 ‘여성연합’이 주최한 《평등, 발전, 평화》 전시에 초대받아 다양한 여성 현실과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선보인 사진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40대에 들어 선 1981년부터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1992년부터는 민중미술계열의 페미니스트 단체인 ‘여성미술연구회’에 가입하여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섰다. 작가는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등 유수의 국내외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으며, 2002년 광주비엔날레 《멈춤, 止, PAUSE》에 참여하였다. 2006년 한국 최초의 사진전문갤러리인 트렁크갤러리를 개관하여 2019년까지 운영하였다. 2016년에는 아 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성곡미술관, 국가인권위원회, 이화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등 다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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