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윤아 작가와의 인연은 2013년 ‘말(馬)을 말하다’ 전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가을. 때마침 말띠 해를 앞두고 있는 늦가을이기에 말(馬)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친분이 있던 작가님들의 도움으로 여러 작가님들을 모시고 그룹전을 기획하게 되었는데 회화, 조각 등. 그 당시 새내기 기획자였던 내가 오히려 많이 배우고 경험했던 전시라 할 수 있다. 그렇게 그곳에서 만난 작가들과 나는 서로의 안녕을 멀리서나마 전하고 그들의 활발한 전시활동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명윤아 작가 또한 그렇게 만났고 지금, 수년의 시간을 넘어 2020년 3월 전시를 위해 다시 마주하고 있다.

조각을 전공한 명윤아는 전통적인 조각을 탈피하고자 하는 조각가이자 시각 예술가이다.어쩌면 조각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고민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이루어냈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내고 발전되어질 것이기에 그에게 시각예술가라는 호칭이 같이 따라다니는 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을 보면 마치 내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듯한 느낌을 갖는다. 어디선가 회중시계를 든 토끼가 나타나 나를 이상한 세계로 인도한다. 그곳에서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데 사물과 자연을 연상시키는 비유과 상징, 비틀림으로 내가 이상하고도 즐거운 상상의 나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그 곳에는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서로 상반되는 개념들이 뒤섞여 있다.

  

3월의 토끼가 엘리스에게 진심으로 권했다.

“차 좀 더 마셔.”

엘리스는 기분이 상해서 대답했다.

“난 아직 아무것도 못 마셨어요. 그러니 ‘더’ 마신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모자 장수가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안마셨을 때 ‘더’ 마신다는 것은 말이 되지. ‘덜’ 마시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중.

 

 

 

이처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어린이 동화이지만 이런 종류의 가벼우면서도 잘 짜인 농담과 말장난으로 그 시대 상황을 풍자하며 온갖 비유와 상징으로 비틀고 있다.  한마디로 그것은 농담, 즐겁고 유쾌한 농담이기에 아무리 뒤섞고 비틀고 늘려도 그리고 수없이 많은 주석가들과 과학자, 수학자들의 머리 아픈 연구와 분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판타지이며 잘 다듬어진 농담인 것이다.

명윤아 작가의 작품도 실재와 허상을 혼합하고 비틀고 늘리는 과정이 시각 예술로 드러난다. 자연스레 순수한 개념의 조각뿐만 아니라, 설치 조각, 조각과 회화를 결합한 부조 페인팅, 초현실 사진 등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시공간을 압축하여 감상하게 만든다. 작가의 작품은 ‘과정(Becoming)’이 곧 작품이 된다. 여기에서 과정(변화와 생성)은 시작과 끝 사이, 중간, 진행 중인 상태, 과거와 미래의 공존, 운동을 의미하는데 그래서 나는 그의 작품을 계속 진행 중인 ‘ing’라 말하고 싶다.

마치 독자가 적당한 때에 웃을 수 있는 순진함만 있다면 시대와 장소를 넘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엘리스 시리즈처럼 명윤아의 작품 시리즈도 시공간을 넘어, 관람자를 실재와 허상, 현실과 꿈, 이성과 감성, 익숙함과 낯섦의 소용돌이로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경계의 혼합’ - 이것이 곧 나의 예술이다. 

오늘날, 차고 넘치는 문화 예술의 범람 속 새로운 미술이 과연 존재할까? 조각 전공자로써 현대미술이라는 난해한 개념아래 새로운 조각(미술)을 향한 고민들로부터 나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오늘날 새로운 미술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색다른 미술은 있다. 색다른 미술을 향한 탐구들로부터 스스로 도출한 방법은 '혼합(Mix-ing)' 이었다. 

클래식과 현대식, 구상과 추상, 조각과 회화의 혼합을 시도한 혼합미술을 통해 현실과 꿈, 이성과 감성, 익숙함과 낯섦 등 경계들이 혼재하는 미술을 보여주고 그 속에 존재하는 무한한 열림을 드러내려 한다.  다른 색들이 서로 뒤섞이면서 늘어나거나(Stretching) 소용돌이치는(Swirling) 형상들.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혼합점토 조각들은 불규칙과 규칙이 기묘하게 결합된 복잡한 질서의 세계-카오스모스 세계와 유사하고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예술이다. 혼합하면 열리고 또 열리는 무수한 시공-그 무한한 예술은 사실 혼돈 속 질서로 가득한 우리들 세상이라는 것을. 

오직 시각예술(미술)로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것. 이것이 나의 작업이다. 

<경계의 혼합, 2020> 작가노트 

  

이번 명윤아 작가의 ‘경계의 혼합-혼재된 풍경’ 전시는 부조페인팅 장르의 작품들로 선보인다.

혼돈과 질서가 혼재된 세상을 작가의 ‘혼합’ 이라는 예술 행위의 결과물을 통해 이것이야말로 복잡한 세상의 유일한 본질임을 알리며 이러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치 봄을 마중 나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채로운 색감과 독특하고 재미있는 부조작품으로 예술적 교감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색다른 미술을 향한 작가의 혼합 행위는 그의 도전일 뿐만 아니라 세상을 좀 더 긍정적이고 이상적으로 살아가려는 그의 노력이며 이것이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자들에게도 좋은 기운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대혼란을 겪으며 두려워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으로써.

이상한 나라가 되어있는 이 무서운 현실이 꿈이길 바라며.

그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현실과 꿈이 믹스 된 상상속의 경험이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나우리 아트갤러리의 3월 전시에 함께 하시길...

  

2020. 2. 27

정 주 연 (나우리 아트갤러리 부관장)

 

 

 

 

명윤아展

제 목 : 경계의 혼합-혼재된 풍경

기 간 : 2020. 3. 3 - 3. 23

장 소 : 서초구 서초대로 55길 9. (나우리 아트갤러리)

입장료 : 무료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