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병원체다. 세균은 페니실린 스트랩토마이신 같은 ‘스타 항생제’가 있지만 바이러스는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바이러스는 인체의 세포 속으로 쏙 들어가 증식해 세포를 죽이지 않는 한 약을 쓰기도 어렵다.

에이즈와 헤르페스가 쉽게 제압되지 않고 인플루엔자, 아시아독감, 신종를루 등이 맹위를 떨치는 것은 원이 바이러스가 변종이 많아 백신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염성 질병은 통상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야 타인에게 전염을 시킨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었던 사스와 메리스의 경우 치사율이 매우 높지만 증상 없는 상태에서 남에게 전염시킨 사례는 없었다. 그런에 이번에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못된 특징까지 지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는 사스 및 메리스 바이러스와 유전자 엽기 서열 유사성이 각각 85%와 50%에 달하는데 유독 ‘무증상 전염’이라는 ‘스텔스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공포를 더하는 것이다. 독일을 방문했던 중국인 여성은 귀국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독일 체류 중 접촉한 3명의 독일인이 2차 간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한에 다녀온 선전의 10세 소년은 자신은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서 가족 4명에게 전염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증상 감염자’를 ‘걸어 다니는 폐렴’이라고 불렀다.

바이러스가운데 무증상 전염이 이뤄지는 것은 홍역과 인플루엔자 정도였는데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기적으로 바이러스의 공습을 받는 인류가 새로운‘악마’ 속성에 직면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사스보다 더 많은 감염자를 내며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우한 폐렴의 ‘무증상 전염’ 가능성은 방역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검역 대상을 찾을 수 없어 전선이 더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는 1명이 감염시키는 인원수인 재생지수가 1.4~2.5로 사스(4.0)보다는 적지만 에리스(0.4~0.9)보다는 매우 높다.

우한 폐렴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물방울안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증상이 없으므로 전파 가능성이 다소 낮아지기는 하지만 위험성은 상존한다.

2차, 3차 감염 다음 단계는 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차별로 번지는 지역사회 유행어다.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갈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는커녕 쳐다보기조차 조마조마하다.

민주당 대표는 31일 6번 확진화자에 대해 보건소에서 종사하는분 이라고 엉뚱한 말을 해 혼선을 야기했다. 민주당 특별대책위원장은 유증상자 발열 기준에 대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다. 복지부 장관은 우한 교민 귀국비행기 편 탑승 기준을 오락가락했다. 현 정권 사람들은 2015년 메리스 사태 때 ‘정부 무능이 빚은 참사’라는 식의 독한 말도 박근혜 정부에 비난을 쏟았다.

지금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행동을 보며 뭐 하나 나아진 게 없다. 이 마당에 정부는 정신을 엉뚱한 데 팔고 있다. 대통령은 이날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에게 ‘공수처 신설’ 관련 지시를 했다. 이것이 이날 대통령에게서 나온 가장 중요한 대국민 메시지였다.

벌써 시중에선 모임 약속과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우한 폐렴에 대한 지나친 공포는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공기 전염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이 평상심을 가질 수 있으려면 정부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방역 실무자들을 위로하고 국민에게 용기를 줘야 할 대통령이 엉뚱한 공수처 타령이고, 정부는 연일 우왕좌왕하며 무능을 드러낸다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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