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갤러리도스에서는 2020. 2. 5 () ~ 2020. 2. 18 ()까지 김지도 오늘의 신화이 열릴 예정이다.

김지도 ‘오늘의 신화’展

그럼에도 흔적은 아직까지 새겨져있다.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김지도는 내일로 내딛기 위해 필요한 오늘의 해답을 신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진다. 무르익은 듯 어색한 청년세대가 내색하지 않은 채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는 불안은 길을 걷다 우연히 주운 누군가의 분실물처럼 작지만 소리 없이 책임감을 종용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갈망과 그것이 자신을 올바름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나지막한 탄식은 작가로 하여금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지금 서있는 길에 새겨진 선대의 발자국을 세어 보게 한다. 신화에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 같은 고민을 겪은 사람들의 발자취와 그로인해 닦여진 길이 있다. 그 흔적을 잘 읽고 따라갈 수 있다면, 우리가 문에 당도 했을 때 지금껏 간직하고 있던 불안은 열쇠가 될 지도 모른다.

김지도 ‘오늘의 신화’展

작가의 작품 중 밤에 친구의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주기 위해 호수를 비추는 모습은 어쩌면 수많은 이야기를 빨아들이며 퇴적된 시간의 사이에서 어딘가 자신이 원하는 지혜가 있길 바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소망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듯 이룰 수 없는 일에 헛수고를 들이는 것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김지도가 말하는 이야기의 중점은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결과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찾고자 하는 가? 라는 행위이자 과정에 있다. 효율과 신속함이라는 미명아래 길고 느린 이야기는 잘려나가고 압축되며 짧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대체되는 시대이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은 과정의 중요함을 미덕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과정은 빠른 결과도출을 위한 건조한 공정의 일부였다. 그에 반해 김지도가 자신의 작업을 이야기 위해 선택한 신화는 기나긴 과정의 나열이다. 결말만 존재하는 신화는 없다. 신화는 마지막 페이지를 교훈으로 내어주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서도 어떠한 사건이 유발한 고난과 그에 따른 인물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김지도 ‘오늘의 신화’展

김지도의 그림은 의식도중 춤에 의한 각성과 그 순간에 번뜩이는 빛처럼 강렬한 색이 분위기를 신비롭게 자아낸다. 한 작품 안에서 여러 가지 현란한 색상을 사용하지 않고 하나의 지배적인 색을 사용함으로 내용의 무게감을 막론하고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한다. 이야기의 중점이 되는 부분이나 인물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은 화면 속에서 또 하나의 액자 역할을 하며 주요 사건이나 인물을 화면 정중앙에 배치함으로써 마치 성화를 보는 듯하다.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방향과 무대를 비추듯 존재하는 조명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여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지도 ‘오늘의 신화’展

물감의 수분이 증발하고 메말라야 종이에 안착되는 듯 신화 역시 빛바래고 마모되었을 지언 정 시대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가루를 흩날리며 새겨져있다. 신화는 시대에 맞게 재해석, 재조명되며 생명을 보충 받고 동시대인들의 그러한 행위가 모여 또 하나의 의식이 된다. 빠르게 제공되며 소비하는 이미지에 둘러싸인 오늘날의 관객에게 신화란 더 이상 읽지 않는 옛날 옛적 이야기처럼 가깝지 않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신화는 장르를 막론하고 동시대 대중문화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아직까지 열매를 맺고 있다. 거대자본이 매끈하게 다듬어낸 세련된 슈퍼히어로의 모습이 아닌 투박한 사연에 고민을 담아 느리게 그려낸 김지도의 작품은 낯설지만 쉽게 읽을 수 있다.

김지도 ‘오늘의 신화’展

김지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고 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지도 ‘오늘의 신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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