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성북구 성북로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에서는 2020. 01. 28 ~ 2020. 02. 16까지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이 열릴 예정이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김주희의 신작 <중첩된 시간> 시리즈에 부쳐
박기웅(미술학박사, 전 홍익대 교수)


작가의 작품들은 요즘 흔치 않은 유화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생태공원>과 같은 주변을 그리거나 해외여행을 통해 얻거나모아진 사진들을 소재로 선택하여 축적된 시간과 장소들을 재해석하거나 오버랩하여 새로운 유형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신이 직접촬영한 여행의 기록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러한 화풍은 새로운 유형의 기억풀이 풍경화로 여겨지기에 충분하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하지만일반적으로 치밀하게 완성도나 묘사 위주로 그리는 그림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러한 작가의 화풍이 어떤 점에서 일반적인 유화와 차별화되고어느 안목에서 문제가 되어 우리가 주목해야하는지 생소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의 화풍의 미적 특성과 가치에 대하여 간략하게살펴보고자 한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이러한 기억의 연속을 품은 소재들은 작가의 기분이나 당시의 기억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거듭나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원색의 터치가매우 특징적이다. <타임스퀘어>와 같은 작품에서는 그리기와 터치의 사이에서 형성된 이미지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바라보아야만 드러나는데, 가까이서 바라보면 직선이나 곡선의 오버래핑으로 먼저 그려져 색 면 추상에 가깝다. 그래서 작가는 단순한묘사 위주의 화풍에서 벗어나 구상과 추상적인 기법을 조합하여 새로운 회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작가가 사용하는 기초적인 색상들은직사광선과 역광에 의한 색상들 외의 자연색과 인공 색 사이에서의 새로운 발색 연구에 기초를 둔다. 그래서 작가는 일반 화가들이자주 사용하지 않는 색상들을 대담하게 사용하는데, 예를 들면 세 가지로 제작한 <디즈니월드> 시리즈의 경우 마젠타, 핑크, 스카이블루 울트라마린... 등을 같은 화면에서 동시에 콘트라스트 효과를 자아내게 설정하면서 다룬다는 점이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이러한 색상은여러 가지의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의 이미지들이 동시에 사용되면서 오버래핑이 이루어지고 적절한 공간을 형성하면서 화면에 자리 잡게되는데, 전술한 바처럼 작가는 대체적으로 디테일한 묘사나 치밀한 완성도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미완성과 완성사이에서 고민했던모더니즘의 창시자인 세잔의 회화에서 사용된 미학처럼 흰색이나 울트라마린과 같은 색상이 마치 “회화는 색상 그 자체이다.” 라고외치는 것처럼 하나의 색상으로 존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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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가의 신작들은 사진의 재해석을통해 실경과의 간극을 주면서도 새로운 조형의 지평을 넓혀 나아가는 자세는 매우 존중해야할 가치가 있다고 해석되며 묘사에 집착하여색채 자체가 뿜어내는 기운을 상실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풍경화라는 고정된 장르를 잠시 빌려서 자신이 보여주고자하는 색상과 터치 그리고 기억 속에 간직했던 인상들이 자신의 붓끝에서 새롭게 재현되어 이미지와 색상 그리고 공간들을 통해서 새롭게드러냄으로써, 작가는 새로운 기억의 회화를 재창조하고 있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즉, 작가가 하나의 장면에서 획득한 기억의 중심이 어떤 자극적인색상이나 빛으로 그 순간을 떠올리는 작가 내부의 기억, 즉 어떤 장소에서는 어떤 색, 어떤 장소에서는 어떤 빛 등으로 압축하여새로운 의미의 풍경화로 기록함으로써, 그야말로 그 장소에서 이루어졌던 사건이나 이야기보다는 화가의 눈으로 각인되었던 현상을 오버랩이라는기법으로 집중하는 화풍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래서 기억 속에 담긴 추억의 순간이 하나의 그림에서는 색상이나터치에 주목하고 어떤 그림에서는 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 내부의 이미지가 여러 가지의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중첩되어 드러나게되는 것이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작가의 이번 작품들은 형식적으로는 주변 환경의 이미지를 담거나 여행 중에 느껴진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남게 된 일기와 같은 삶의기록이라 할 수 있으며, 미학적으로는 유채의 맛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율하고, 1960년대 이후에 개발된 새로운 형광 톤의 색상을과감하게 도입하여 요즘 시대의 찬란하고도 화려한 문명의 껍질들을 시각화하는 특이한 감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전통적인 무겁고 중후한방식의 유화가 아니라, 가볍고도 경쾌한 감성을 베이스로 하는 문명 찬미적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는 21세기의 신세대 유채화풍을 꿈꾸는 회화로 해석될 수 있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김주희는 계원 예술 고등학교 서양화과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 석사 졸업 후 22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다수의 수상 경력으로 한국미술협회 강동미술협회 YAP(young artist power)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중첩된 시간 - 김주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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