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사업은 워킹그룹(working group)과 협의해야/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있었던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개별 관광’에 대하여 주권국 대한민국 대통령임을 분명히 했다. 남북분단 이후 국가의 통치권자가 열아홉 번이나 바뀌었으나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고유권한을 행사했던 최고지도자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미 외교 관계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국군통수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한국전 후 미군이 갖고 있던 전시작전권은 노무현 정부 시절 되찾았으나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다시 미군으로 넘어가고 오늘에 이르게 된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했던 비참한 자주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본의 강제점령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한반도는 동족상쟁의 뼈아픈 상처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다행히 미국의 한국전 참전으로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고, 세계 경제 대국 10위 국에 오를 수 있었던 것 또한 미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통치권을 주한 미국 대사가 방해하고 나섰다. ‘개별 관광’도 미국과 협의 해야 한다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은 분명한 내정 간섭이다. ‘개별 관광’을 두고 ‘남북협력사업은 워킹그룹(working group)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트집을 잡고 있는데 과연 그 말이 미국 정부의 뜻인지 묻고 싶다.

미국 정부를 대표하여 한국에 와있는 해리 해리스 대사가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분단 국민의 아픔을 저버리고 그러한 트집을 잡았을까? 국민의 염원인 남북통일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금강산 관광이나 남북철도 연결사업 등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을 일일이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면 한국은 미국의 종속국이란 말인가? 한 미 관계가 성립된 후 가장 치욕적일 수 있는 해리 해리스 미 대사의 발언이 미국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기를 바란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발언에 대하여 정부는 ‘남북협력 부문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한반도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려면 우선 이뤄져야 할 사업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이다. 거기에는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가동과 남북철도연결 사업 등이 있다. 남과 북의 자유로운 왕래가 통일 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그걸 막으려는 의도는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북핵 제재에 연계하여 사사건건 한국 정부를 간섭하려는 해리 해리스 미 대사의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는 미 대사를 불러 개인의 의견인지 아니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를 분명하게 따져 물어 대처해야 할 것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었으나 1990년 10월 3일 독일연방공화국으로 통일할 수 있었다. 동서독 수상의 통일 mast plan 이라 할 수 있는 10개 조항(zehn punkte plan)의 합의로 이루어지게 된다. 거기에는 동 서독의 철도연결 사업과 이산가족 사업이 들어 있고 베를린에서 함부르크를 잇는 고속도로의 건설이 포함되어 있다.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한 나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도 관계국들이 방해하지 않고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해리스 발언’으로 그동안 쌓아온 미국과의 우호 관계가 외교 마찰로 번져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또 정치 지도자들은 주권국으로 당당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통령들이 미국 정부에 당당하게 서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해리스 발언’을 나오게 한 동기가 되었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된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