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 학주(학생주임) 떴다. 학생주임이 막강한 권력자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등굣길 학생주임 앞을 지나는 학생들 사이에선 쫄깃한 긴장감이 흘렀다. 남고생은 스포츠형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집어 밖으로 삐져나오면 안 됐다.

여고생은 귀밑머리 3cm, 앞가르마, 치마 길이... ‘길면 걸리는규칙들이다. 그저 눈에 띄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남고에서는 엎드려뻗쳐라는 고함과 함께 퍽퍽엉덩이 맞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과 후나 주말 극장 앞에서도 학생주임의 매서운 눈은 번득였다.

학생들은 토끼드이 하늘의 매를 살피듯 학주임이 떴는지를 살폈다. 때로는 거친 말을 퍼붓고 출석부로 머리를 쥐어박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학생들의 앞날을 걱정해 주는 학생주임 교사도 많았다. 그래서 기성세대에겐 중고교 시절이 더더욱 잊기 힘든 기억의 한 단편이다.

그랬던 학생주임이 요즘은 권위주의 색채를 벗어버린 생활 지도교사로 통칭되는데 구민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지난 해 5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가장 기피하는 보직으로 생활지도부장을 꼽았다.

경력교사들이 손사래를 치니 학교 내 약자인 기간제 교사나 신입 교사에게 생활지도를 맡기는 일이 빈발하다. 생활지도 교사가 담당하는 업무인 학교폭력 생활지도 등은 공문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학부모 민원은 폭주하는 일이다.

학교폭력자치위라도 한번 열리면 교사들은 거의 수업을 포기해야 될 정도다. 학폭위 결과가 상급학교 진학에 영향을 주다 보니 학부모들은 교사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한다. 생활지도에 열심히 나섰다가 오히려 학생, 학부모 교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기도 한다.

2.000년대 들어 학생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상식적으로 교사가 생활지도를 할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됐다. 교사의 역할이라면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인데, 이제 생활지도를 학교 내 다른 직군에 맡겨 달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학생주임을 피해 다니던 시절, 학생들은 늘 학교를 탈출하는 꿈을 꿨다. 이제는 교사가 학생과 직접 부딪치는 일을 피한다. 이런 학교에서 교사가 행복할 리 없다. 제주 A초교에서는 학부모 1명이 지난 한 해 동안 100여 건의 민원과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리 결과에 불복해 교육청, 국민신문고 등 행정기관마다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불복했고 교장, 교감, 담임, 보건교사뿐 아니라 동문회장까지 직권남용, 아동학대 등으로 고소했다.

학교업무는 마비될 지경이었고 해당 교사는 줄줄이 병가를 가거나 전보를 신청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지만 교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결코 드물지 않다. 학생 지도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소송을 당한 교사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는다.

교사보험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전국 시도교육청 17곳 중 11곳은 단체로 교사보험에 가입했고, 나머지 교육청도 예산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4월에는 기존 법률비용보험에 교권침해피해 특약을 추가한 보험까지 출시됐다.

변호사 비용만 지원하는 기존 보험과 달리 교권침해로 판명되면 최대 3.000만 원까지 정신적, 신체적 피해 보상을 해 준다. 지난달까지 1.579명이 가입했다.

자괴감을 느끼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늘고 있다. 이달 명예퇴직을 하는 초중고교 교사가 6.39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교사들은 개학 직전 명퇴를 하는데 지난해 2, 8월 명예퇴직 교사 수를 햡친 것이 6.149명 만큼 많다.

서울 강남 B초교장은 요즘 학부모도 교사에게 자녀 맞춤형 서비스를 기대한다. 학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고 나면 신임 교사는 병가를, 나이 든 교사는 명퇴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학생 지도는 위험해서 서로 기피하는 업무가 됐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노래를 부르며 자랐을 세대들은 쓸쓸함을 감추기 어려운 소식이다. 기둥도 이울고, 서까래도 썩은 채 간시히 버티고 선 우리 교육의 단명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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