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천시 동구 창영동에 위치한 어울림갤러리에서는 2020. 1. 1(수) ~ 2020. 1. 30(목)까지 구나현 초대 기획展이 열리고 있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평범한것이 가장 특별한 것'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긍정적인 이미지의 기준은 과연 우리 스스로 세운 것일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를 살아 나가면서 보편적이라는 명목 하에 매우 좁은 범위의 이미지들을 '좋은 것, 또는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구나현 초대 기획展

예를 들자면 어렸을 때 분홍색을 좋아하던 남자아이가 친구들의 놀림,또는 부모님의 선택권 박탈로 인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파란색은 남자의 색.분홍색은 여자의 색.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아름다움의 기준을<젊고,희고,생기가 넘치는>의 테두리 안에서 인식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 한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구나현 초대 기획展

이렇게 우리는 하루 종일 쏟아지는 아름다운 이미지들 속에서 정신없이 환상을 쫓는다. 그러다 문득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구질구질 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울을 보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내 얼굴, 무료한 내 일상, 바쁘고 팍팍한 삶, 나이가 들어 주름만 늘어갈 내 미래. 모자라고 뒤쳐지고 화려함이 어색한 그냥 평범한 내 인생은 아름다운 이미지를 쫓기 위해 태어난 것인가?

구나현 초대 기획展

비슷하게나마 닮기 위해 꾸미고 지우고 감추지만 나이가 들수록 괴리감은 커지고 슬퍼진다. 자연스러운 것이 점점 부끄럽고 추한 것이 되어간다.

나이가 들어 주름이 많은 얼굴도,꾸미지 않은 얼굴도 이상한 표정의 내 얼굴도 모두 다 가치 있고 나름의 매력이 있다.특별하지 않은 그대로의 우리 인생은 모두 특별하고 아름답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내가 그리는 얼굴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냄새나 입맛같은 것들이 베어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것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건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삶이라 생각했고 그것은 늘 특별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뭔가 부족하고 벌어지고 구멍이 나고 흘러내리는 것들이 너무도 인간적이고 익살스럽게 느껴져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평소에 외면했던 이미지들이 익살스럽게 다가왔을 때 거기서 오는 긍정적인 느낌들로부터 우리가 가진 평범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싹트길 바란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나와 닮은. 구멍나고 엉킨 집이 곧 무너질 것 처럼 위태해 보인다. 멋지게 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냥 내 마음이 가는 그런 것이 있다.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네가 마음에 든다' 고 말해본다.

근 몇년간 답답한 작업실을 벗어나 커다란 도화지를 찾아 길에서 작업을 하며 동네마다 있는 폐가나 재개발 지역의 낡은 벽, 무너진 돌조각 같은 것에 사람의 얼굴들을 그렸다.

버려진 공간 속에서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며칠을 머무르며 한가지 느낀것이 있다. 누군가 머물다 떠난 공간들은 비어있는 채로 그 나름의 시간을 살고있다는 것이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그저 낡은 벽이고 버려진 건물, 쓰러져 가는 빈집일 뿐인데 거기서 나는 인상이나 표정들을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 붙였다 뗀 스티커 자국, 누군가의 취향이 반영된 특이한 문고리, 누군가 흘리고 간 주인없는 신발 한 짝 같은 단서들은 공간이 품고있는 사연들을 낯선 침입자에게 털어놓는 듯 했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계단은 이끼가 점령하고 창문을 뒤덮은 덩쿨은 깨진 창문 틈으로 파고들어 초록색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비어있는 공간속에 시간은 성실하게 밀도를 쌓아 마치 살아있는 것 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무너지는 것은 그냥 단순한 벽돌 담이 아니라 그 담벼락에 쌓인 많은 시간들임을 아무도 눈치채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구나현 초대 기획展

쉽게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들을 금새 쌓아 올리는 모습은 오늘날 이익과 쓸모에 의해서만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들 개개인은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았음에도 많은 순간 박탈감을 느끼고 가치를 부정받으며 사회 일원으로서 끝없는 노력과 희생을 강요받는다.

내일 무너질지도 모를 담벼락 위에 정성스럽게 누군가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쓸모에 대한 고민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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