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갤러리도스에서는 2020. 1. 1 (수) ~ 2020. 1. 7 (화)까지 조세미 ‘따라오는 그림자’展이 열릴 예정이다.

조세미 ‘따라오는 그림자’展

갤러리도스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자 일 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의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다. 공모전에는 매번 새로운 주제가 정해지게 되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참신하게 풀어내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2020년 상반기는 ‘감각의 대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조세미, 우지윤, 서지수, 설혜린, 심윤옥, 신민경, 길재영 총 7명의 작가를 선정하였으며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이 릴레이 형식으로 연이어 펼쳐지게 된다.
 

조세미 ‘따라오는 그림자’展

 
감각의 대화
 
인간의 대화는 말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말, 즉 언어를 통한 대화로 상호작용을 하며 이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사회 관습적 체계 속에서 행해진다. 예술 또한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고 교류하는 하나의 매개체이다. 하지만 예술은 일반적 대화방식과 달리 어떠한 규칙이나 약속에 얽매어있지 않다. 작품을 통해 직관적인 느낌으로 전달되는 감각적 언어의 예술은 그 내용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사뭇 다른 부류의 소통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논리성과 객관성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은 주관적 표현의 결과물인 예술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감각이 우선으로 살아있는 예술을 보며 관람객들은 말로써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동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갤러리 도스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예민한 감각으로 세상을 조금 더 본능적으로 느끼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줄 것이며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이 감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
 

조세미 ‘따라오는 그림자’展

낮선 박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조세미는 이미지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형상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잔상을 포착한다.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눈으로 바라본 것을 믿게 만들고 때로는 의심케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작업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끼치는 외적 요인들을 흡수한 채 진행된다. 관람자 역시 작품을 바라볼 때 단순히는 공간의 온도와 소리나 빛과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나아가 당시의 기분이나 근접한 시기에 겪은 사건과 기억처럼 개인마다 다른 사연을 작품에 투사하여 받아들인다. 흥미롭게도 작가의 생경한 경험에서 비롯된 변칙적 이미지로부터 관객들은 각자에게 익숙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거나 규칙성을 찾아내려 노력하게 된다.

조세미 ‘따라오는 그림자’展

일상의 사소한 경험에서 비롯된 잔상에 대한 고찰은 화면으로 옮겨지면서 과장되거나 간소화 된 불규칙한 형상의 모습으로 연쇄된다. 시작지점을 알 수 없는 형상들은 군체생물처럼 뒤엉켜있는 모습인 동시에 각기 다른 방향과 속도로 증식하고 때로는 충돌한다. 서로 다른 색과 형태가 마주하는 부분에서는 미묘한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그 긴장은 화면을 구성하는 조형요소들이 만나는 순간 각각의 특징을 소멸시키며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증폭해나간다. 단순히 색과 형태의 변화뿐 아니라 붓질의 속도와 물감의 농도차이 같은 표현방식에서의 다양성을 꾀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반복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화면을 복잡하게 채운 추상적 표현으로 리드미컬하게 이끌어 낸다.

조세미 ‘따라오는 그림자’展

작가는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표현함에 있어 각지고 단단한 형태보다는 식물을 연상하는 곡선적인 형태를 주로 사용한다. 기계적인 무기물에서 무정하게 빠른 속도를 느끼고 유기물이 가진 생명력에서는 느린 속도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세미는 자신이 느낀 잔상에 대한 경험은 유기체가 지닌 환경에 대한 탄력적인 적응성이나 민감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다. 시야에 들어온 이미지가 사라지기 전에 그려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 채 움직인 붓질의 속도와 방향성에서 인간이 지닌 신체구조와 힘의 스펙트럼이 명확히 드러난다. 각 작품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빠른 속도의 리듬감은 앞서 이야기한 사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속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변화와 관찰에 대한 강박으로도 새겨져 있다. 이는 일상은 물론 예술을 감상하는 순간에서조차 어떠한 메시지를 읽어내려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기에 동시대적으로 다가온다.

조세미 ‘따라오는 그림자’展

반복적인 경험이 빚어내는 박자는 그 틈 사이에 잔상을 만들어 내며 잔상들이 남긴 그림자는 익숙한 형상을 왜곡시킨다. 그로인한 찰나의 기괴한 형상은 불편함이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 생경함을 받아들이고 들춰보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에 가려져 있던 낮선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메시지가 읽기 쉽고 보기 편하게 속도감 있는 영상으로 넘쳐나는 동시대에 적응한 관객들에게 조세미의 작품은 효율적인 내용전달의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방향성과 순서를 간편히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는 잔상과 착시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시선에 의문을 가지게 하거나 마치 타인의 시야를 빌려온 것처럼 느끼게 되는 체험을 제공한다.

조세미 ‘따라오는 그림자’展

조세미는 서울여자대학교  공예학과 졸업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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