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갤러리류가헌에서는 12월 3일~12월 15일까지 안온 사진전 '꽃무덤'이 전시 될 예정이다.

안온 사진전 '꽃무덤'

사진가 안온의 사진 연작 <꽃무덤>은, 문인이 글로 쓴 이 ‘죽은 자를 그리고 생각하는’ 추모를 사진이라는 시각언어로 구현한 것이다. 여기의 ‘죽은 자’들은, 노동운동이나 사회변혁 운동 등 살아서 이 땅 민중의 권리쟁취와 해방을 위해 온 삶을 바친 민주열사들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청년노동자 전태일을 처음으로 1970년부터 민주화운동 관련 희생자들이 안장되기 시작해서 노동자와 학생, 빈민, 장애인 등과 함께 현재 160여 명이 모란공원에 안장돼 있다. 1986년 노조탄압에 맞서 분신한 노동자 박영진, 2013년 배고파서 힘들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 노동자 최종범과 2018년 화력발전소 석탄 컨베이어벨트에서 참혹하게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까지, 숱한 ‘꽃넋’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안온 사진전 '꽃무덤'

 죽었으나 죽지 않고 살아, 남겨진 이들의 길이 되는 이들. 하지만,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나아가야 할 길의 표상으로서의 이 ‘비(碑)’들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음예(陰翳)의 영역에 잠긴 채다.

오래 가슴 속에 무거운 빗돌 하나를 세워둔 채 살아오던 사진가 안온은, 2017년부터 모란공원 열사묘역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민주열사 추모 사진작업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꽃무덤>이 그 결과물이다. 
 

안온 사진전 '꽃무덤'

 안온은 말한다. “'열사'라는 호칭만으로는 호명하지 못하는 것들과, 찬란한 젊음을 살고 싶었을 그들의 무덤을, 양지 바른 곳으로 내오고 싶었다. 오후 해가 넓고 길게 드는 이곳 류가헌에서 추모전 연작의 프롤로그를 시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기억에서 사라져 가지만 그들의 의로운 삶과 죽음에 햇볕이 비추기를 바라는 것이다.

 안온 사진전 <꽃무덤>은 12월 3일부터 15일까지, 류가헌 전시1관에서 열린다.

안온 사진전 '꽃무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는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청년노동자 전태일'과 민주주의에 헌신한 많은 이들의 무덤이 있다.
1986년 노조탄압에 맞서 분신한 '노동자 박영진'을 전태일열사의 곁에 안장하기 위해 한달여에 걸친 장례투쟁으로 30여명이 구속되었다.
같은해 6월 21일 부산 송도 앞바다에서 나일론 밧줄에 묶여 시멘트 덩어리를 매달고 죽임을 당한 채 발견된 서울대 1학년 '학생 김성수'도 이곳에 묻혔다.
​모란공원에는 노동자 민중의 권리쟁취와 해방을 위해 온 삶을 바친 노동자, 학생, 빈민, 장애인 등 160여 명의 넋들이 모셔져 있고, 그 자체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이정표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현재형이다
청년노동자 전태일과 박영진으로 부터, 2013년 '배고파서 힘들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 노동자 '별이아빠 최종범'과 2018년 화력발전소 석탄 컨베이어벨트에서 참혹하게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까지, 죽음은 정의에 이르지 못하고 또 다른 죽음으로 돌아온다.
모란공원에서는 긴 세월을 건너 ​그들의 의로운 삶을 기리는 추모제가 이어지고, 산자들은 죽은이의 무덤 앞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들은 죽었으나 죽지 않고 살아, 남겨진 이들의 길이 되었다​

안온 사진전 '꽃무덤'


이 작업은 묘지에 머물며 기록한 어떤 죽음들에 관한 것이다
죽은 이는 있으나 죽인 자들는 없는, '정의는 승리한다’는 명쾌한 단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숱한 죽음들이 여기에 있다.

'열사'라는 호칭만으로는 호명하지 못하는 것들과, 찬란한 젊음을 살고 싶었을 그들의 무덤을, 양지 바른 곳으로 내오고 싶었다.
오후 해가 넓고 길게 드는 이곳 류가헌에서 추모전 연작의 프롤로그를 시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 작업은 묘지를 비추는 가시광선을 내내 따라가는 것이었다.
기억에서 사라져 가지만 그들의 의로운 삶과 죽음에 햇볕이 비추기를 나는 바랐다.

누군가의 말처럼
​역사는 바다와 같아서 광막하고 무섭지만 섬이 있어 계속 항해할 수 있다.
여기 제 몸을 부숴 밑돌이 되고 제몸을 갈아 진흙이 되어 우리가 발 딛을 섬을 위해 제방을 만든 넋들 있으니, 빚진 이 누구든 꽃한송이 올리리.  ​
야만의 지배를 물리치려는 선량한 인간들의 눈물겨운 싸움은 남은 자들의 몫이고,​
이 오후해가 드는 작은 공간은 세상에 궂은 꿈만 꾸다 가는 그들에게 띄우는 꽃상여이다.

​만인을 위한 꿈을 하늘 아닌 땅에서 이루고자한 청춘들 누웠나이
스스로 몸을 바쳐 더욱 푸르고 이슬처럼 살리라던 맹세는 더욱 가슴 저미누나
의로운 것이야말로 진실임을,
​싸우는 것이야말로 양심임을,
이 비 앞에 서면 새삼 알리라.
어두운 세상 밝히고자 제 자신 바쳐 해방의 등불 되었으니
꽃 넋들은 늘 산자의 빛이요 별뉘라
지나는 이 있어 스스로 빛을 발한 이 불멸의 영혼들에게서 삼가 불씨를 구할지어니

추모비 글/서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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