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길에 위치한 라메르갤러리에서는 2019. 11. 20(수) ~ 2019. 11 .26(화)까지 이홍기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홍기 展

視空間의 軌跡을 표출
자연주의와 인본주의를 초월하는 영혼의 결속 -

朴明仁 (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

미술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학문이다. 자연미이거나 현실미(예술미)이거나 인류생활에서 분리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물질생활과 정신생활에서 실험하고 창조하면서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생활환경의 아름다움은 바로 미술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는 결코 사물의 객관적 속성에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연미의 조건을 직접적으로 자연에서 구하는 것은 방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고 또한 그것을 주관적 작용이나 태도로 환원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연은 감수(感受)될 때 직접적 체험을 경과해서 자연감적 계기와 예술감적 계기가 상통하면서 미적 의미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홍기 展

자연에서 미를 발견하고 이를 느낄 수 있는 심미능력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독특한 능력이다. 선천적일 수도 있으나 생리진화현상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능력이 배양되거나 실천과정에서 부단히 진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미술가의 심미객체는 의식상태에 따라 감수(感受), 지각(知覺), 상상(想像), 정감(情感), 경험(經驗), 사유(思惟)와 같은 인식능력과 감성능력의 심리적 공능(功能)이 심미대상으로부터의 자극과 교차되고 융화되어 형성된 심리상태이다.이러한 심리의식으로 대상물체를 관조할 때 감각행위가 시작된다. 따라서 인류의 변천과 더불어 많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자연의 미는 어떠한 변화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로서의 미적 존재인 것이다.

이홍기 展

이홍기는 이러한 미적 개념을 사유하면서 인물, 풍경, 정물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구태의연한 과거 개념에 묶이고 싶지 않아 깊이 사유한 끝에 자연주의 개념에서 일탈하여 미술가적 의식을 접목했고, 인물을 묘사하면서 인본주의적인 경향을 타파하고 인간의 고뇌하는 모습이나 몰두하는 모습, 생각과 행동이 혼연일체가 된 표정을 표출하기 위해 영혼이란 명제로 구성하게 된 것이다.

진보적인 개념과 이론을 바탕으로 표현력이 성숙단계에 이르러서 이홍기는 투병으로 인해 시간 속에 갇혀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은 미술가로서의 뼈 아픈 고통이었다. 그러나 시공간을 의지로 극복하면서 하나하나 차근히 좌절을 이겨냈다. 이번에 5년만에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로 5년이란 시공간의 궤적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 때의 작품들은 투병을 벗어나 밝은 빛을 보게 되면서 단순한 감각에 따라 일어나는 감각감정을 《환희》라고 명명했다. 그런 만큼 풍경, 인물, 정물을 다양한 정상(情狀)을 발표한다. 정상이란 심정이 밖으로 들어나는 정형(情形)을 말하는데 정(情)은 한 물체가 그와 같은 물체를 이루는 근원적인 것이라 한다면 상(狀)은 외부로 표출되는 상태이다. 이러한 논리를 근간으로 내부적인 것과 외부적인 것 즉, 정과 상을 하나로 융합시켜 정형을 이루어 내고 있다.

이홍기의 작품을 처음 보게 된 것은 악기를 다루는 인물화였다. 작품명제가 《영혼》이라는 점에 시선이 압도되었다. 바로 정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술과 음악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를 표현하고 있어서 즉석에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혹자는 미술과 음악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협화(協和, Harmony)가 생명력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주의 이치도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협화이다. 이홍기는 이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여 《영혼》이란 명제를 부여했다. 바로 영혼이란 생명이다. 화폭에 연주하는 사람은 인물이 주요 테마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이었다.

음악에는 리듬이라는 音線(음률)이 있고, 미술에는 색선(色線)이 있다. 공히 이 두 가지의 선은 생명력을 갖고 움직인다. 음선의 움직임으로 하모니가 형성되고 색선의 움직임으로 사물의 협화가 형성된다. 그런가 하면, 투병생활로 어두웠던 때를 꽃을 그리면서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의인화하여 《환희》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유가 건강을 회복하게 하였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관망하며 삶의 가치를 표출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이홍기는 무한성과 삶의 경탄을 지각(知覺)의 범주와 의식의 확대로 나타낸 것이다.

이홍기 展

자연미에 관심이 쇠약해진 현대 서양미학에 있어서 적극적인 의의를 인식하고 있던 독일의 사상가 데오도어 아도르노(Adorno, 1903∼1969)는 칸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미학의 전개에서 자연미를 파괴하는 예술미의 지배가 확립되어 가는 근대적 과정을 파괴적 계기라고 인식했다. 이 같은 파괴적 계기는 개개인이 여러 각도에서 체험하고 분석하고 인식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미는 변하지 않는다.

예술은 자연이 약속한 것을 다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자연주의 예술과 같이 자연의 외관을 모사하는 것은 자연을 소재로 처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논리를 들어 이홍기의 작품을 분석하자면 자연주의적인 관점을 벗어나 풍경을 묘사하고 있고, 인물을 등장시켜 인간의 사유를 표현하고자 음선과 색선을 융합하여 살아 있는 영혼을 묘사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홍기 展

많은 미술가들이 최고의 작품을 완성하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연주의 형식처럼 자연의 형상을 모사하는데 멈추는가 아니면 자신의 의식을 매개로 하여 개성을 작품과 융합한 창조성을 발휘하느냐 하는데 차이점이 있다. 이홍기는 자신만의 특성을 표출하기 위해 영혼을 집적시켰고, 의식의 전환을 위해 환희라는 테마를 설정했다. 그러므로 해서 싸인 또는 서명을 보지 않아도 이홍기의 작품임을 알게 한다. 이것이 창조성이다. 대한민국 미술가들은 특히 독보적이다 또는 독창적이다 라는 말을 많이 한다. 과연 그러한 작품들이 몇이나 될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독보(獨步)란 미술가들이 왜 그렇게 자주 쓰는지 알고 보면 웃기는 말이다. 조선 인조 때 초명(初名)이 중헐(中歇)인 승려가 묘향산에서 불도를 닦다가 병자호란이 일어난 후 명ㆍ청나라를 왕래하면서 공을 세웠으나 간신의 모함으로 울산에 유배되었는데 이를 독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남이 감히 따를 수 없는 정도로 뛰어나다는 말로 통용된다. 시기심이 깔려 있다. 역사적으로나 현대적으로 보아도 외로운 말이다. 그리고 독창적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한다. 역시 모방하지 않고 자기 혼자 힘으로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지만, 과연 현대에 와서 누가 모방없이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미학에서 회화를 모방성, 복제성, 반복성이라고 말한다. 회화는 자기 자신의 비슷한 작품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변화가 또는 자기만의 창작성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근대에 와서 이러한 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이것이 자신의 의식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르노아르는 평생 검은 색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검은 색은 죽음과 좌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날씬하고 아름다운 모델을 그리면서 화폭에 가득 차게 그렸고, 모델이 왜 내 모습을 이렇게 그리느냐고 물으니까 르노아르는 나는 사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색을 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르노아르의 독창성이 완성된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는 앞에 있는 여인을 자연주의처럼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색을 구성하면서 모델을 매개로 했던 것이다. 독창성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이홍기 展

그런 점에서 이홍기의 독창성은 표현된 화폭의 존재성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을 표현하는데 노력해 온 과정을 가치있게 평가하고 싶은 것이다. 사물을 또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보이는 대로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의식을 접목하려고 한 결과적 산출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5년의 시간공간을 되돌아보며 깊은 궤적을 회화로 기록한 이홍기는 현재를 기록할 것이고 내일을 위해 아픔을 토양으로 삼아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홍기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후 계원조형예술대학 교수역임하고 제52회 목우회공모미술대전 대상수상, 제31회 한국수채화공모대전 대상수상 외에 많은 수상 경력과 다수의 개인전, 2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사)한국미술협회이사, 사)목우회회원, 사)한국수채화협회회원, 사)금천미술협회고문(회장역임), 현대사생회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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