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길에 위치한 AP 갤러리에서는 2019. 11. 20(수) ~ 2019. 12. 3(화)까지 송선영 展이 열릴 예정이다.

송선영 展

캐릭터 놀이로 상상과 자유의 세계를 즐기다

화가 송선영의 의식에는 닫힌 문이 없다. 송선영은 창조적 사유로 물성을 통과하여 본질에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작가는 ‘전통문양 연작’으로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엮고 풀어 민족의 특성을 드러내었다. 연이어 ‘공간과 물성의 이중적 세계’를 탐색하여 물성의 인식과 의미의 속성을 밝혀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색의 길로 이끌었다. 이제 ‘캐릭터(Character)와 놀이( Play)'로 작가는 인간의 보편성과 세계성의 일반화를 보여주고 있다. 송선영은 현실과 상상의 문에 달린 문고리를 주저하지 않고 열어젖히고 우리를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그가 캐릭터가 있는 시공간에서 함께 자유롭게 즐기자고 우리를 초대한다.

송선영 展

캐릭터로 변신하다

작가의 세대는 물질적으로 가난했기에 상상력으로 풍요롭던 유년시절을 가지고 있다. 송선영은 공책 뒷장에 그려진 종이 인형이나 도화지에 그린 인형으로 놀이를 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작가는 인형놀이를 할 때 아름다운 공주, 화려한 궁전의 왕비가 되는 상상 속에서 배고픔을 잊고 즐거움에 빠져 혼자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작가에게 어릴 적 인형이라는 캐릭터는 ‘알라딘의 램프’에서 나온 요정이 주인공의 환경까지 바꿔놓는 것처럼 독특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였다.

캐릭터(Character)는 가상의 존재인 사람이나 동물을 상징적 이미지로 만들어 긍정적으로 의인화한 것이다. 송선영의 캐릭터들은 인형놀이의 영향을 받아 인형 형태를 지닌 인물이 주를 이룬다. 작가의 캐릭터들은 인형이 옷을 바꿔 입을 때마다 변신하던 추억을 닮은 변화미를 보여준다. 캐릭터의 둥그런 얼굴, 순수한 눈매, 적당한 콧날, 웃음을 머금은 입술은 유사하지만 입고 있는 옷의 모양새는 다채롭다.

송선영의 캐릭터들은 인형처럼 하나의 표정을 짓고 있으나 복식(服飾)이나 포즈에서 살아있는 내면세계를 포착하게 한다. 인형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캐릭터는 작가로부터 실재의 존재처럼 생명을 얻어 보는 사람은 생명체로 인식하게 된다. 캐릭터는 가상의 존재이면서 실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실존의 인물이 되는 것이다. 작가의 캐릭터는 우리에게 변신의 기쁨을 줄뿐만 아니라 상상 세계의 동반자로 동행한다.

송선영 展

놀이로 세상을 여행하다

놀이(Play)는 인간을 경쾌하고 신명나게 하고, 신명난 인간은 놀이판의 물체를 놀이 속에 끌어들인다. 놀이에 동원된 물체는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하나의 놀이세계를 구축한다. 송선영은 놀이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시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캐릭터 주변의 공간에 꽃, 자동차, 집, 산, 구름, 길, 나무, 나비, 개, 해, 바다, 풍뎅이, 개미들을 상징화하여 배치하였다. 이들은 동물이거나 식물이거나, 정적이거나 동적이거나, 크거나 작거나, 푸르거나 붉거나와 상관없이 놀이 속의 동심을 품고 있다. 놀이 속의 동심에서는 일이 곧 놀이이고 놀이가 곧 일이다. 그의 작품과 대면하는 사람은 고통과 강제성을 띤 일에서 풀려나 만족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감상자는 일이나 사랑은 희망이지만 때로 고문인 현실 속에서 인생 첫걸음부터 익혔던 희열을 찾아 캐릭터 축제에 참가한다.

송선영은 실크스크린 공판화 효과를 접목한 캔버스에 유화, 오일,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회화성을 살리고 일러스트를 조합하여 다양한 형태와 표정을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색감이 요란하지 않고 통일감을 주는 시선 처리는 놀이에 들뜬 감정만을 표출하지 않겠다는 그의 주제의식과 관련이 깊다. 그는 자유의 시공간 속으로 자동차가 되어 여행을 떠나고, 꽃·섬·바다가 되어 유람하지만 도피 수단으로의 캐릭터 여행을 원하지 않는다. 그가 현재의 놀이가 중독을 불러오고 더 큰 고통으로 인간을 몰락시키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딱딱하고 불편한 일의 세계로부터 부드럽고 편안한 놀이 세상으로 이끌어오는 그의 작품은 놀이 DNA를 활성화시킨다.

송선영 展

캐릭터 놀이로 세계가 하나 되다

송선영은 새로운 기법과 재료를 사용한 캐릭터의 전통의상으로 그의 미학을 드러내었다. 작가는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스웨덴, 멕시코, 터키, 아프가니스탄, 가나, 인도, 그리스, 베트남, 러시아, 스페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몽골, 중국, 이란, 아메리카 원주민, 이스라엘 등 세계적인 전통의상을 연구하여 캐릭터의 개성과 특성을 살렸다. 여기에서 전통에 뿌리를 두고 물상의 실체를 탐색하면서도 세계를 지향하는 작가의 넓은 안목을 엿볼 수 있다.

송선영 展

작가의 캐릭터는 나라의 경계를 복식으로 두지만 놀이로 경계를 허물게 하고, 자유롭게 노는 가운데 일로 축축하게 젖은 무거움을 말리게 한다. 인간은 능동적으로 세상을 개척하려는 짐을 스스로 지고 괴로움 속으로 빠져든다. 스스로 짊어진 선택 안에서 인간은 감당하기 버거운 괴로움을 견디느라 고달프다. 인간이 일에 무리수를 두어 고통의 분수령을 넘은 시점에서 캐릭터 놀이는 세계인의 공통된 마음을 하나로 엮어낸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살린 캐릭터들은 사람들을 놀이로 이끌어 괴로움을 덜어내고 품은 꿈을 펼치게 한다.

작품의 캐릭터는 한 명, 두 명, 여러 명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는 캐릭터에 놀이가 가미될 때 나는 너로 통하고 너와 나는 우리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캐릭터를 공유하고 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교차된 길 안에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송선영의 캐릭터 놀이는 인간이 가진 같은 공감대의 이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송선영 展

화가 송선영의 ‘캐릭터(Character)와 놀이(Play)'는 일과 놀이의 교차점에서 진실한 자신과 대면하게 하고 타인과의 소통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작가는 이질과 분열의 시대를 넘어서서 전통과 개성은 살리되 세계 공존의 행복과 평화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본성의 길을 회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캐릭터에 대한 공감력과 놀이에 대한 인류 보편성을 내세우고 있다.

실러와 노발리스는 창조의 놀이가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균형 잡히게 하여 인간을 고귀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작가의 ‘캐릭터(Character)와 놀이(Play)'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높이는 미적 놀이로 현대인의 놀이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킨다.

다음에는 작가 송선영이 어떠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한바탕 그림판을 펼칠까 궁금해진다. 그의 앞에 열리지 않는 문은 없을 테니 깊은 사유와 각고의 노력으로 빚은 보물들을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더불어 그의 캐릭터가 인기 캐릭터로 발굴되어 주목받는 날을 기다린다.

이택화(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송선영 展

송선영은 서원대학교 예술학부 미술학과 졸업 후 15회 개인전, 아트페어 14회 및 단체전, 해외전 350여회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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