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서는 2019. 11. 16(토) ~ 2019. 11. 23(토)까지 추인엽 회고전, < Cosmic Water>에 관하여; 순환(循環, circulation)이 전시된다.

추인엽 회고展

추인엽 회고전, < Cosmic Water>에 관하여; 순환(循環, circulation)

동자승처럼 둥근 얼굴로 허허허 웃는다. 한여름 족구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야무진 체구에 날렵한 몸놀림으로 미대 앞마당을 신나게 누볐다. 그는 뛰었다.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의 명산을 올랐고 마라톤의 완주는 흔한 일이었다. 산행에서 일정한 속도로 한걸음씩 올라야 하는 우직함을, 마라톤이 요구하는 끈기를 배웠을 것이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 발원지 황지 등 머리 속 전국지도를 따라 방방곡곡을 찾아 다녔다. 서산, 태백, 제주 가는 곳마다 자기의 고향이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을 관조하는 방법을 체득했을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탐구한 작가는 물이 가지는 순환의 법칙을 보았다. 그리고 순환이라는 주제를 ‘우주의 물(Cosmic Water)’로 담아냈다.

추인엽 회고展

추인엽은 시대를 고민하던 시기를 거쳐 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계속한다. 고구려 고분벽화, 고인돌, 비석 등을 연구하며 우리 것에 천착한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말하는 물은 그에게 최고의 표상(表象, representation)이다. 상생과 조화의 자연관에 기대어 물의 생명력을 표현한다. 물은 거침이 없이 굽어 흐르고 늘 변화한다. 작가는 물에서 조형을 배운다. 90년대 초 폭포가 있는 풍경화를 시작으로 작가는 물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킨다. 본인의 평면·입체·설치작품을 중심으로 <한국적 정서의 다원적 표출에 관한 연구>를 1996년까지 진행한다. 그 후 비닐하우스 작업실에서 다양한 조형작업을 지속한다. 작업의 중심에는 ‘한국적 정서는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를 포함한다. 작가의 관심은 상반된 두 가지가 하나의 짝을 이룬 것이다.

추인엽 회고展

음과 양, 물과 산, 흐름과 멈춤, 가벼움과 무거움, 부드러움과 딱딱함 등 양가적(ambivalence) 의미를 가진다. 그 속에서 작가는 한국적인 음양오행의 해석에 귀 기울인다. 우주를 순환하는 하나로 보았다. 샘, 폭포, 강, 바다 등을 그리면서 찾은 중심어는 흐름이며 순환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우주로 감도는 물의 순환으로 세계를 본 것이다. 끝없이 순환하는 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물이라는 대상에 머물지 않고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로 작업을 확장시킨다.

추인엽 회고展

물을 그린다. 아름다움에 관한 화두는 물이다. 대자연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원천은 물이다. 물은 도(道)이다. 물에 대한 탐구는 자연의 근원에 대한 것이다. 작가는 물의 순환을 통해 우주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우주 순환의 원리를 조형의 언어로 환원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작가는 강에서 우주의 순환을 본다. 그는 “강은 하늘과 바다를 연결하며 하늘에서 떨어진 물을 바다로 전달된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물의 흐름을 흐르는 강을 통하여 역동적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추인엽 회고展

또한 물 한 방울의 움직임에서도 순환의 의미를 찾는다. 작가는 한 방울의 물이 원형의 파문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형상을 표현한다. 우주의 순환을 원형의 연결 구조로 보여준 것이다. 작업에서 물의 역동적인 반복은 순환 에너지의 상징이다. 이 것은 우주 속으로 퍼져나가는 기(氣)의 순환이고 흐름이다.

추인엽 회고展

추인엽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 동서양의 혼성, 현실과 초현실의 접목 등을 시도한다. 고전주의의 회화의 규칙을 따르지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조형의 세계를 만든다. 그의 작업은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함께 묘한 매력을 풍긴다. 10년을 정리하는 2003년 개인전 이후, 새롭게 등장한 물의 형상은 <순환계>연작에 나타난다. 그리고 2005년 발표한 개인전<순환계, 水-江>은 생태에 관한 문화적인 담론을 포함한다. 물의 형상을 통하여 동양적인 사색의 공간을 2008년 보여준다. 작가는 2009년 일본 마사고화랑 초대전 <Cosmic Water-oasis>에서 우주를 담은 것 같은 원의 화면을 제작한다. 가는 모래 바탕 위에 사실적인 묘사와 초현실의 공간구성을 더 한다. 이후 물(水)의 작가로 소개된(월간미술, 2010년 3월호) 추인엽은 물에 관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그리고 2012년 원의 기하학적인 추상으로 절제미(節制美)를 작업에 담아낸다. 음양의 원리를 적용한 정연한 기하학의 원으로 구조적인 패턴을 만든다. 자유곡선의 흐름은 완전한 원으로 바뀐다. 원의 조합으로 만든 <Cosmic Water>의 형상은 여러 조형의 변주를 가능하게 한다.

 

추인엽 회고展

공공미술(Public Art)을 제작한다. 첫 선을 보인 작품은 2007년 아파트 단지에 설치한 <순환계-흐르는 강>이다. 높이가 8미터인 스테인리스 스틸의 조형물이다. 작가는 물의 순환을 원의 패턴이 가지는 절제된 조형미로 보여준다.  2008년 개인전에서 조각을 발표한 후 몇 차례 더 공공미술에 참여한다. 그 중 하나는 과천중앙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물의 패턴을 활용한 화강석 조각 <순환계 흐르는 강물>은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의자로도 사용된다. 작가는 작품과 사람들이 자연스레 교감하기를 바란다. “자연에 대한 동경과 원리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강의 이미지를 단순하고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구상하여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그리고 작가는 생명의 시초인 물을 주제로 도시인이 잊고 지낸 대자연의 순환을 환기시키고, 인간과 자연을 합일시키려는 제작의도를 <순환계-하늘로 흐르는 강4>의 표지석에 밝혀 놓았다. 마지막 해 제작한 공공미술 <Cosmic water-flower>은 하나의 원 안에 순환하는 물의 형상을 담는다. 이 작품은 절제된 기하학의 추상으로 작업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원의 반을 이루는 상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그 하부는 화강석으로 서로 다른 재질임에도 조화롭고 자연스럽다.

 

추인엽 회고展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추인엽은 작업으로 살았다. 더불어 사는 순환의 세계를 꿈꾸며 작업을 수행했다. 작업의 태도는 자연에 관한 생명회복의 의지였다.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말기 투병 중에 자화상을 소묘로 그렸다. 6일에 걸쳐 완성했다. 병고에도 의지를 세워 작업을 한 것이다. 이 자화상은 작가의 진솔한 생존의 흔적이다. 그리는 동안 존립의 의미를 확인했을 것이다. 죽음을 앞 둔 화가는 초연하고 겸손하고자 했다. 작품을 없애버려 짐이 되지 않게 하라는 글을 남겼다. 짐을 버리고 가려던 유언을 뒤로 한 체, 그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물처럼 작가는 작품으로 순환한다. 물의 흐름에서 우주의 순환을 보았듯이 작품 속에서 스스로의 순환을 마주할 것이다. 물을 통해 순환의 의미를 찾았던 작가의 열정을 여기 다시 펼친다. 그는 오늘도 ‘새 생명을 꿈꾸며 회복 중이다’.

추인엽 회고展

김대신 (문화사박사, 미술과 문화비평)

산바람 부는 신원리에서

작가 추인엽은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 발원지 황지 등 머리 속 전국지도를 따라 방방곡곡을 찾아 다녔다. 서산, 태백, 제주 가는 곳마다 자기의 고향이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을 관조하는 방법을 체득했을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탐구한 작가는 물이 가지는 순환의 법칙을 보았다. 그리고 순환이라는 주제를 ‘우주의 물(Cosmic Water)’로 담아냈다.

끝없이 순환하는 물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물이라는 대상에 머물지 않고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로 작업을 확장시킨다. 물에 대한 탐구는 자연의 근원에 대한 것이다. 작가는 물의 순환을 통해 우주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우주 순환의 원리를 조형의 언어로 환원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작가는 강에서 우주의 순환을 본다. 그는 “강은 하늘과 바다를 연결하며 하늘에서 떨어진 물을 바다로 전달된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물의 흐름을 흐르는 강을 통하여 역동적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또한 물 한 방울의 움직임에서도 순환의 의미를 찾는다. 작가는 한 방울의 물이 원형의 파문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형상을 표현한다. 우주의 순환을 원형의 연결 구조로 보여준 것이다. 작업에서 물의 역동적인 반복은 순환 에너지의 상징이다. 이 것은 우주 속으로 퍼져나가는 기(氣)의 순환이고 흐름이다.

추인엽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 동서양의 혼성, 현실과 초현실의 접목 등을 시도한다. 고전주의의 회화의 규칙을 따르지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조형의 세계를 만든다. 그의 작업은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함께 묘한 매력을 풍긴다. 10년을 정리하는 2003년 개인전 이후, 새롭게 등장한 물의 형상은 <순환계>연작에 나타난다. 그리고 2005년 발표한 개인전<순환계, 水-江>은 생태에 관한 문화적인 담론을 포함한다. 물의 형상을 통하여 동양적인 사색의 공간을 2008년 보여준다. 작가는 2009년 일본 마사고화랑 초대전 <Cosmic Water-oasis>에서 우주를 담은 것 같은 원의 화면을 제작한다. 가는 모래 바탕 위에 사실적인 묘사와 초현실의 공간구성을 더 한다. 이후 물(水)의 작가로 소개된(월간미술, 2010년 3월호) 추인엽은 물에 관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그리고 2012년 원의 기하학적인 추상으로 절제미(節制美)를 작업에 담아낸다. 음양의 원리를 적용한 정연한 기하학의 원으로 구조적인 패턴을 만든다. 자유곡선의 흐름은 완전한 원으로 바뀐다. 원의 조합으로 만든 <Cosmic Water>의 형상은 여러 조형의 변주를 가능하게 한다.

추인엽 회고展

작업의 태도는 자연에 관한 생명회복의 의지였다.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말기 투병 중에 자화상을 소묘로 그렸다. 6일에 걸쳐 완성했다. 병고에도 의지를 세워 작업을 한 것이다. 이 자화상은 작가의 진솔한 생존의 흔적이다. 그리는 동안 존립의 의미를 확인했을 것이다. 죽음을 앞 둔 화가는 초연하고 겸손하고자 했다. 작품을 없애버려 짐이 되지 않게 하라는 글을 남겼다. 짐을 버리고 가려던 유언을 뒤로 한 체, 그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물처럼 작가는 작품으로 순환한다. 물의 흐름에서 우주의 순환을 보았듯이 작품 속에서 스스로의 순환을 마주할 것이다. 물을 통해 순환의 의미를 찾았던 작가의 열정을 여기 다시 펼친다. 그는 오늘도 ‘새 생명을 꿈꾸며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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