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THE GRAVE OF HEROES는 강덕현작가의 2019년 가장 최근작 시리즈인 ‘Drifting happiness’ 총 24점을 전시한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영감을 캐치하여 그것이 소멸되기 전에 재빨리 화폭 속에 옮기는 작업은, 에나멜 페인트(Enamel paint)의 묽게 떨어지는 성질을 활용하여 색과 색의 겹치는 마블링 효과를 활용해 그만의 독특한 회화적 언어를 만들어 내었다.

강덕현 개인전 '영웅의 무덤'

이번전시는 1년만에 발표한 작품으로서, 2016년부터 활동해오던 퍼포먼스, 거리전시의 등에서 보여준 기존의 작업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상적 가치를 추구해온 “Kein Stress”, “Analog Channel” 시리즈는 작가의 과거와 상상 속에서 추구한 감각에 대한 이야기의 방향성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행복의 가치들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이야기였다면,  THE GRAVE OF HEROES의 ‘Drifting happiness’는 보다 현실적 감각의 작가의 고민과 주변인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혹은 대입시킨 작품들이다.

강덕현 개인전 '영웅의 무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작업 속 인물과 이상적 영웅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동시에 현실적 고민과 문제에 대해 맞서는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영웅적 가치 즉 현 사회에서 영웅은 우리이고 자신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강덕현 개인전 '영웅의 무덤'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순한 행위에서 오는 즐거움을 찾고자 시도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였고 내가 작업을 하는 주체로서 가지는 느낌, 성취, 만족을 온전히 얻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졌다. 2년 동안 과정에 집중하였지만 당연하게도 결과물들은 쌓였고 그 결과물들을 통해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에서 이제는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강덕현 개인전 '영웅의 무덤'

2년 동안의 작업들은 군데군데 나의 유년기 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었고 작업을 벗어나 일상생활에서도 나는 나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과거 여행을 시작했다. 잃어버렸던 꿈과 희망을 과거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기억을 통해 차근차근히 그때의 풍경들을 캔버스 화면에 다시 불러 세웠다. 막막한 현재에 사라져버린 나의 영웅들을 과거에서 소환하면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밝아질 거라 믿었다.

강덕현 개인전 '영웅의 무덤'

애석하게도 과거에서 소환된 영웅들은 현실에서 죽음을 면치 못했다. 지금의 현실은 영웅들의 무덤이었다. 나는 곧 내가 과거의 행복했던 향수에 취해 현실을 외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를 미화시키고 신화화 시키면서까지 절대적인 힘의 도피처가 필요했고 의지할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강덕현 개인전 '영웅의 무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비로소 4년 전 나를 괴롭혔던 불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영웅을 우리 스스로 죽이게 만드는 사회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한국 사회에 심어놓은 부작용일 것이다) 마치 성인식의 관례처럼 스스로 영웅의 목을 쳐냈으니 세상에는 무차별적인 경쟁, 자기혐오, 분노, 우울증, 자살 등의 형태도 다양한 악당들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에서, 또는 다른 어떤 곳에서 영웅이 등장해 지금의 악당을 물리쳐줄 것이라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영웅은 꿈이고 행복이다. 돈을 위해 취업을 위해 영웅이 되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 그것들은 영웅의 탈을 쓴 악당일 뿐이다.

강덕현 개인전 '영웅의 무덤'

이번 <영웅의 무덤> 전시는 행복주의자가 바라본 현실의 모습이다. 영웅은 죽고 행복은 길을 잃은 채 떠돌아다닌다. 지금까지 나의 행복인 신화와 동화, 만화, 과거, 가족, 친구, 이성 등의 이미지의 형태를 뭉그러뜨리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 했는데,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모호한 행복을 드러내고 싶었다.

강덕현 개인전 '영웅의 무덤'

이전 작업들이 추상 속에서 명확하게 이미지를 도출하여 행복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들어가 있었다면 이번 작업들은 행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보다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정확히 파악하는데 집중한다. 또 나의 판타지나 기억, 자아의 왜곡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에서 행복을 고민한다. 이런 상황에 유토피아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 상조였다. 우리는 우리가 빼앗겼던 행복부터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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