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강남구 압구정로에 위치한 UM 갤러리에서는 2019. 10. 4(금) ~ 2019. 11. 29(금)까지 황영자 展 '나는 그림쟁이다'가 전시되고 있다.

황영자 展 '나는 그림쟁이다'

나는 그림 안에서 그림과 함께 산다.

그림 속이 내 집이다.

생각 속에서 그림이 나오고 생각을 그리다 다음 그림으로 옮겨지고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렇게 작품이 태어난다. 내 마음과 머릿속 지나온 추억이 내그림의 자궁이다.

어린 시절 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 손에 자랐다.

황영자 展 '나는 그림쟁이다'

바로 내 및 3살, 2살 두 자식을 연이어 잃고 어머니는 반 미친 사람처럼 깊은 우울 속에서 살았다.

해만 지면 홀로 연못가에 앉아 한없이 우시던 어머니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물에 빠져 죽을까봐 너댓 살짜리 어린 나는 잠도 못자고 어머니를 지키는 그런 유년시절을 보냈으니 나 엮시 일찌감치 내 마음이 고장이 나 있었다.

내 부모는 자기들의 깊은 슬픔 대문에 나를 돌본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리라.

어린 딸이 깊은 우울 속에서 맨드라미꽃을 만지며 그 부드러운 촉감에 위로를 받고 울던 딸이 어디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하얀 쌀밥에 긴꼬망 간장(일본식 간장) 넣고 콩고물 넣어서 비벼주고 예쁜 간다꾸(원피스) 입히고 인형만 주면 잘 크리라 생각했을까?

정말 나는 인형에 의지해서 큰 것 같다. 나는 옛날 사람이라 정신과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고독이 내 몸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평생 내 마음속은 화가 많고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바퀴처럼 기복이 심하다.

황영자 展 '나는 그림쟁이다'

공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항상 뒤엉킨 실타래처럼 뒤죽박죽이다.

내 시린 가슴은 항상 뻥 뚫려 있고 끝을 향해 달려간다. 지나고 보니 위험한 순간도 많았었다.

그때마다 나를 잡아 준 것이 그림이다. 허공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자유롭고자 하는 나를 어떻게 무엇으로 잡아 맬 수 있겠는가.

허수아비 텅 빈 가슴을 그림으로 채워가며 살았다. 본능에 생각을 싣고 감각에 정신을 담아 수많은 세월을 삭히고 닦는 업연으로 인해 선대 인연이 선 듯 화가의 길로 들어선 걸까.

예술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황영자 展 '나는 그림쟁이다'

다른 학문은 어떤 교육을 통해서 깨우치며 자기 존재의 근원을 알아차린다면 예술가는 다르다.

배워서가 아니고 누가 뭘 전해준 지식이 아니라 그냥 안다.

자기 존재의 근원과 본래 하나라는 걸 몸속 깊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을 망설이며 살았다.

내 칼날 같은 감각이 무너지고 평범해 질까봐 담금질하며 고독하게 살았다. 이제 나이 80이 되니 자신의 노을을 본 것 같고 이 육신의 덧없음을 몸소 무상의 교훈으로 알고 상처 많은 마음을 따르지 않고 마음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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