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19년 9월 17일(화) ~ 29일(일)까지 문지숙 사진전 '神의 딸, 서순실 심방'이 전시되고 있다.

여름을 떠나보낸 9월, 문지숙의 사진 <神의 딸, 서순실 심방>이 마치 태풍처럼 제주로부터 대구를 지나 서울로 북상했다. 발원지인 제주에서 첫 전시를 마치고 8월 말부터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그리고 9월 17일부터 서울 류가헌에서 전시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문지숙 사진전 '神의 딸, 서순실 심방'

 
 ‘심방’이란 제주도에서 무당을 일컫는 말이다. 서순실은 제주의 심방 중에서도 큰굿을 주관하는 큰무당 즉 ‘큰심방’이다. 열네 살 어린나이에 심방이 된 이래, ‘당오백 절오백’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수많은 신당이 있던 시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 무속신앙의 근현대사와 그 부침을 함께 해왔다. 제주에 여전히 제주굿이 살아있듯이, 김녕마을의 큰심방이자 제주큰굿 전승자로서 큰 존재감을 드리우고 있는 실존인물이다.

 2017년에 평대리 해녀를 주제로 한 <바당꽃> 전시를 선보인 바 있는 사진가 문지숙은, 해녀 사진작업을 이어가던 중에 ‘김녕해녀굿’을 처음 접했고 그곳에서 김녕해녀굿의 중심에 있는 서순실 심방을 만났다. 사진가는 육지와는 사뭇 다른, 더 먼 원형에 가까이 닿아있는 듯한 제주 섬만의 독특한 무속신앙과 서순실 심방이 이끌어가는 굿판의 아우라에 단박에 매료되고 말았다. 아예 제주로 삶의 터전까지 옮기고는, 김녕굿판을 따라 서순실 심방의 행적을 쫒았다. 서순실 심방이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김녕 마을과 해녀, 제주 큰굿이라는 폭넓은 주제를 자신의 사진 프레임 안에 담은 것이다.

문지숙 사진전 '神의 딸, 서순실 심방'

 “사진은 어느 대상을 통해 무엇을 얻고 덜어내며 그것을 다듬는 일이다.” 라는 작가의 사진관대로라면 해녀를, 심방을 대상으로 삼아, 얻고 덜어내고 다듬은 것이 곧 문지숙의 사진 인 셈이다. 2017년에 이태리 밀라노의 사진축제(Fedele Arte)에서 <바당꽃>을 선보였듯이, 2019년 7월에는 프랑스 아를국제사진축제(Arles Photo Festival)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가하고 루앙 사진축제(Rouen KLAF) 그룹 전시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사진작업을 통해 제주 해녀와 무속을 해외에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무속인으로서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살아있는 자들의 희망을 빌어주며 또한 한 여성으로서 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서순실 큰심방. 인간의 딸로 태어나 신의 딸로 거듭난 한 심방에 대한 기록은, 개인의 역사를 넘어 우리 공동체의 역사를 새김 하는 일이기도 하다.  

문지숙 사진전 '神의 딸, 서순실 심방'

 문지숙 사진전 <神의 딸, 서순실 심방>은 9월 17일부터 2주간 류가헌 갤러리 전시2관에서 열린다. 30여 점의 전시작과 함께 서순실 심방의 인터뷰 영상이 함께 상영되며, 갓 출시된 사진집 <神의 딸>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 삶에 대한 의문과 함께 삶이 힘들 때 또는 절명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찾는 각자의 절대적인 존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무엇이든 젊은 날부터 늘 궁금했다. 과연 신이란 존재하는 것인지? 10여년의 외국생활과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지쳐, 제대로 숨조차 쉬기 힘들 때 오랫동안 손 놓고 있던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그 답을 얻고 싶어 인도와 네팔을 다녀오고 티베트에서 수많은 기도하는 이들을 만났지만 내 가슴속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제주굿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5년 전 해녀사진 작업을 하던 중 김녕 해녀굿을 촬영 하면서부터이다. 그곳에서 처음 서순실 큰심방을 뵙게 되었고, 3년 전 제주도에 정착하면서부터 서 순실 심방을 본격적으로 촬영하게 되었다. 육지와는 사뭇 다른 제주 섬만의 독특한 무속신앙에 매료되었고 개인뿐만이 아니라 아직도 마을이나 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굿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문지숙 사진전 '神의 딸, 서순실 심방'

 처음에는 제주큰굿보존회 회장으로써 제주큰굿의 중심에 있는 서순실 심방과 단골(무속신앙을 믿는 마을사람)의 관계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그들의 무속신앙을 기록하고자 하였으나 솔직히 내속엔 늘 궁금증이 있었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죽은 이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굿을 행하는 서순실 심방과 아직도 때마다 신당을 찾고 기도하며 굿을 하는 마을 사람들(단골)을 통해 나는 그들의 신앙과 믿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 해녀는 위험한 바다에서 사고 없이 무사하길 기원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은 저승으로 간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굿을 통해 그들의 간절한 그리움과 한을 위로 받는다. 아픈 이는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미래와 무사 안녕을 위해 늘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나는 그들의 간절한 희망과 기도를 옆에서 지켜보며 깨달았다. 섬이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제주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들의 조상 때부터 믿어왔던 신들에 대한 경배와 믿음이었다고.

​ 제주도의 아름다운 전통 무속신앙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종교의 근원과 기도의 목적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랑하기 때문에 기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간절한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신앙과 종교의 근원이 사랑이며 신은 우리들의 사랑과 믿음 속에 존재 하는 것이 아닐까?

문지숙 사진전 '神의 딸, 서순실 심방'

문지숙은 1962년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제주도에서 거주하며 사진 작업 중이다. 2001년 경성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을 공부하다 2002년부터 외국에서 거주하며 대학교에서 한국어와 영어강사로 활동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2014년부터 제주도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하다 2017년부터 제주도로 거주지를 옮겨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평대리 해녀사진 ‘바당꽃’으로 2017년 6월 갤러리 브레송 전시를 시작으로, 7월 이태리 밀라노 산페델레 갤러리(Milano Fedele Arte)에서 그리고 8월 제주 다리갤러리에서 전시하였고 10월에는 제주 해녀박물관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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