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19년 10월 22일(화) ~ 11월 3일(일)까지 최수연 사진전 '목수木手'가 전시 될 예정이다.

최수연 사진전 '목수木手'

자를 쥐고 잴 때 손가락이 놓이던 자리였는지, 각도자의 숫자 61과 62는 지워진 채다. 무쇠로 만들어진 대팻날도 녹이 슬었다. 하지만 손잡이에는 아직 오랜 세월 손에 견 반들반들 한 윤기가 남아있다. 작은 끌의 날도 살아있다. 장대패는 몸통을 쥔 손이 미끄럽지 않도록 칼로 그은 빗금들이 문양을 이루어, 그 자체로 순박한 목공예품이다.
 
 사진가 최수연이 찍은 목수의 손도구들. 대패나 끌처럼 우리 눈에 익은 도구들도 있고, 생김만 보아서는 어떤 쓰임새를 지녔는지 도통 가늠키 어려운 도구들도 있다. 다만 한결같은 것은, 모두 평생 목수로 살다 간 사람이 남겨 놓은 유품이라는 점이다. 한 사람이 살면서 가족을 먹여 살렸던 도구, 평생 동안을 짊어지고 여러 현장들을 누볐던....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한 생애가 남겨 놓은 삶의 흔적들이다.

최수연 사진전 '목수木手'

 ‘목(木)’은 이미 사진가 최수연을 수식하는 단어가 된 지 오래다. 잡지사의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2007년 첫 개인전 <논>을 시작으로 <흐름>, <소>, 2015년 <유랑>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의 사진전과 사진에세이, 사진집을 펴낸 그는, 그렇게 기자와 사진가로 살아가는 틈 사이에 손수 나무를 깎고 다듬어 가구와 그릇 등 쓰임새 있는 물건들을 만들어왔다.

최수연 사진전 '목수木手'

 나무로 만든 수제기타에서부터 가공하지 않은 그이의 사진들만큼이나 질박한 목기들을 만들어낸 그의 ‘나무 다루는 솜씨’는 주변인들의 부러움을 사왔다. 그런 사진가 최수연이니, 우리 땅 곳곳을 떠돌며 그 때마다 만나는 사람과 자연과 그들이 어우러진 삶을 사진으로 담은 <유랑> 사진전의 기억이 강렬했던 관람객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오브제를 찍은’ 이번 사진들이 일견 자연스럽다. 단순히 사물이 아니라, 목수가 사용하는 도구들을 유정한 시선으로 기록한 때문이다.

최수연 사진전 '목수木手'

 더구나 도구들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장인어른의 유품으로, 작가가 물려받아 현재도 직접 사용하는 것들이다.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인간의 삶을 기억하는 도구’들이다. 최수연은 사진으로 그것을 ‘기록한’ 것이다.  

 전시장에는 장대패에서부터 끌, 망치, 녹이 슨 못, 정에 이르기까지 목수의 도구들을 초상사진처럼 정갈하게 두고 찍은 사진 40점이 선보이며, 그동안 발간된 작가의 사진집과 사진에세이들도 만날 수 있다.

최수연 사진전 '목수木手'

삶이 남겨놓은 것들은 무엇인가. 
여기 많은 목수 도구들이 있다. 
평생 목수로 살다 남겨놓은 유품이다. 
그 유품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한 인간이 살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렸던 도구. 그 도구들의 흔적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목수란 거창하고 폼나는 직업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택한 직업일 것이다. 
그 직업은 수많은 목수 도구들이 필요했을 것이고, 평생 짊어지고 여러 현장을 누볐을 것이다.  

도구는 사용하는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고 직업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그가 남겨놓은 유품은 의미가 깊다.  
인간은 도구를 가지고 관계를 가지고, 대화를 하고, 서로 소통하기도 한다.
또한 그 사람을 판단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 도구는 삶의 의미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삶을 기억하는 도구, 그것을 표현하고 기록한 사진이다.
목수에 대한 기억이다.

2019년 10월 최수연

최수연 사진전 '목수木手'

최수연은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줄곧 잡지사 사진기자로 일해오고 있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농민신문사가 펴내는 생활잡지 <전원생활>의 사진기자로 일하면서도 그는 <논(2007년)>, <흐름<2010년)>, <소(2011년)>를 주제로 한 세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논, 밥 한 그릇의 시원(始原)>과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 소> <유랑> 세 권의 사진에세이를 펴냈다.

일하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는 날이 되면 사진가 최수연은 흙 위에 지어진 집에 딸린 작은 공방에서 나무를 깎고 다듬어 가구와 그릇 등의 소품을 만드는 목수가 된다. 멈춰진 것보다는 흐르는 것에서, 잘 짜여 완벽한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눈을 가진 그가 선택한 현재의 일과 삶의 방식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듯하다. 생명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사진적 시각으로 담아내는 것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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