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기자간담회(왼쪽부터 이석규 전통축제팀장, 김헌선 민속예술축제 추진위원, 정가보컬 박민희 멘토, 신진예술가 이나래) 2019.9.5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전통성악의 한 갈래인 정가(正歌)를 아는 사람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아정(雅正)한 노래라는 뜻으로, 정악 가운데 가곡(歌曲)·가사(歌詞)·시조(時調) 등 성악곡(聲樂曲)을 말한다. 가곡과 시조는 3장 4음보 형식의 시조시 사설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적인 형식은 서로 다르다.

 

정가 보컬리스트 박민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이자 공연매체를 실험하는 공연예술가다. 그에게 '전통음악하기'란 전통음악적 사고방식을 수행하는 것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전통음악이 지닌 의미를 탐구하고, 그 질문을 관객과 공유하는 공연을 만듬에 매진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와 '제26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민희는 "많은 동료들이 실험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하고 있죠. 그런데 아직 우리 음악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에요. 작품은 작품대로 완성을 하고, 설명은 항상 0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거죠. 제 역은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드는 겁니다."라고 운을 뗐다. 

 

정가 보컬리스트 박민희_'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기자간담회. 2019.9.5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박민희는 독보적인 보이스를 바탕으로 정재일, 차승민, 박우재, 계수정, 조월, 잠비나이, 고래야, 49몰핀스 등 다양한 음악가들과 협업은 물론 안은미 컴퍼니, 음악동인 고물, 국립현대무용단 등 현대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가곡실격: 나흘 밤' , '가곡실격: 방5↻’ 등이 있다. 

 

많은 동료들과 다양한 음악적 플랫폼을 통해 정가를 알리기를 노력해 온 박민희에게 정가 대중화는 아직은 넘어야 할 벽이 높다. 하지만 그는 포기를 모른다. 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대중들과 더 많은 만남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적 공간에서 전통의 동시대성을 모색하는 '문화공가음악회'가 신진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신진X미술관>이 더욱 뜻깊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대표적인 미래인재 육성사업 '신진국악실험무대'를 통해 발굴된 신진예술단체 중 성악, 기악, 무용 분야의 우수 세 팀을 선정, 전시와 융합공연을 펼친다. 타고난 음색이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신진예술가 이나래(성악, 2015 신진국악실험무대)는 목소리만으로 서사가 잘 드러나는 소리꾼이다. 박민희는 이나래의 멘토로서 백남준아트센터의 <생태감각>과 만난다. 

 

신진예술가 이나래_'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기자간담회. 2019.9.5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생태감각>은 지국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간의 권위에 의문을 제시하며 공존과 공생을 모색한다. 이나래는 조은지 작가의 <문어적 황홀경>, 박민하 작가의 <대화-77-08-12>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소리와 각각의 전시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서사 표현이 자유롭기에 다수의 판소리 창자와 달리 극 장르보다는 시각적인 자극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그는 그렇기에 이번 백남준아트센터의 <생태감각> 전시와의 컬래버레이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민희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나래를 통해 판소리를 새롭게 만나고 있다. 그는 “전통음악가들의 협업의 장이 열린 채로 마련된다”고 소개했다.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서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하는, 요구를 받을 때가 많다"면서 "전통 음악을 원형대로 지켜주고, 누군가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 활동을 해나가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아람 멘토와 앙상블 본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정조의 이상과 죽음을 다룬 <셩: 판타스틱 시티>와 함께 한다. 이들은 조선의 선비들이 즐겼던 '풍류음악'과 백성의 삶이 녹아있는 '무속 음악'을 바탕으로 정조를 새롭게 사유한다. 

 

한국춤울 바탕으로 동시대적 이야기를 담는 안무가 장혜림 멘토는 아트.선(국악, 2017 신진국악실험무대)과 함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방혜자의 예술세계를 다룬 영은미술관의 <빛의 세계를 그리다>를 몸의 언어로 풀어낸다. 자신이 춤을 추며 흘려보내야 하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늘 고민하는 안무가인 선은지는  '함께', '소통', '이해', '공감'이란 뜻을 사랑하는 그녀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반영하여, 춤을 나누고자 '아트.선'이란 단체를 설립했다.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기자간담회(왼쪽부터 안무가 장혜림, 신진예술가 이나래) 2019.9.5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번 이아람 멘토와의 협업을 통해 방혜자의 우주적이며 유현한 그림을 배경으로 화백의 수필 '마음의 침묵'의 택스트들을 전통춤 문법으로 풀어낸다. 

 

박민희 멘토는 이번 전통음악과 미술의 협업이 누군가에게는 성에 안 찰 수도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도 전통음악가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통 음악가들은 기술, 기능적인 연습과 학습을 많이 해왔죠. 그래서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자기 세계관을 깊이 있게 만들 시간이 부족한 거죠.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 작가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그 분들의 생각을 읽어볼 기회가 마련됐어요. 이번 사업을 통해서 다음에 또 다른 무엇이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사고를 하는지 보고, 결과보다 사고를 유추하는 과정을 배우게 될 것 같습니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와 ‘제26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와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가 공동 주최하고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정성숙)과 한국민속예술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며 10월 2일(수)부터 4일(금)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중앙광장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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