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류가헌 갤러리에서는 2019820~91일까지 중국이 사랑하는 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 Black & White, CHINA가 전시되고 있다.

중국이 사랑하는 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 Black & White, CHINA

사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14억 중국인에게 알린 사진. 1991년 중국의 사진가 셰하이룽이 찍은 소녀사진이다. 오른손에 연필을 쥔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커다란 눈망울의 소녀사진은, 아이들에게 특히 기나 긴 역사 내내 교육에서 소외되었던 여자아이들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대륙의 벽지 구석구석까지 학교를 지어줘야 한다는 자각을 일깨웠다. ‘중국희망공정의 일환으로 촬영된 이 사진이 이끌어낸 공감의 힘으로 인해 이후 중국내에 수많은 학교가 건립될 수 있었고 수천만 명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중국 사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으로도 꼽히는 셰하이룽의 소녀사진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중국에 학교 혁명을 이끈 셰하이룽의 사진 이외에, 양옌캉, 왕타오, 왕정핑, 천유양 등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들이 한 자리에 전시된다. 국제문화유한공사에 따르면, 중국 사회를 이끄는 1%부터 수십억 인민에 이르기까지 사진은 몰라도 이들의 사진은 안다.”고 할 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킨 반향에서든 또는 사진 자체가 지닌 미학적인 측면에서든,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흑백사진들이 국내에 전시되는 것이다.

중심축을 이루는 전시는 양옌캉의 <심상(心象)>과 왕정핑의 대표작 <()>이다. 양옌캉의 <심상(心象)>은 중국 뿐 아니라 세계 사진계에서도 티벳불교를 대상으로 한 사진 중 가장 빼어난 수작으로 꼽힌다. 특히 흰 비둘기를 품에 안은 여승은 양엔캉의 이 사진 시리즈를 세상에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진으로, 20점이 선보여지는 이번 전시작에도 포함되어 있다.

21점의 <> 시리즈가 전시되는 왕정핑은 중국 촬영예술제 금상을 비롯해 중요한 사진관련 상들을 모두 수상했다 할 정도의 이력을 지닌 중국의 대표 사진가다. 2008년 독일 베를린에서의 <유목자> 2010년 프랑스 아를에서의 <초원> 사진전 등으로 해외에서도 호평 받는 중국작가다.

동양화 같은 산수 사진으로 유명한 왕타오의 <산수적 山水寂> 시리즈와 중국 문화예술계 12개 분야별 최고상인 금상장수상자로 유명한 천유양의 <후통 胡同> 사진들은, 작가가 손수 은염 인화한 빈티지본들이 전시작으로 선보여진다.

우리와 달리 한 사진 이미지에 대해 인화와 인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에디션 체계를 두고 있는 중국의 사진 문화를 엿 볼 수 있는 자료들도 함께 전시된다. 대륙의 인구에 비례한 에디션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이 솔드아웃 되었지만, 입고된 전시작을 중심으로 사진 구입도 가능하다. 양옌캉의 <심상(心象)> 천유양의 <神人> 사진집 등 국내에서 접할 수 없던 사진집들을 만날 수 있으며, 이번 전시를 위해 소량 입고된 사진집들의 판매도 이루어진다.

<중국이 사랑하는 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_ Black & White, CHINA>전은 820일부터 91일까지, 종로구 청운동에 자리한 류가헌 전시1, 2관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3,000(자율입장요금) 이다.

중국이 사랑하는 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 Black & White, CHINA

양옌캉 杨延康 _ 심상 心象

양옌캉은 중국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종교 사진작가다. 중국에서 - 종교가 꽃피울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인 - 아주 드물게, 수십 년 동안 믿기 어려운 집중력과 열정으로 종교신앙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이어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시베이 지역에서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을 촬영했고, 이어서 다시 10년을 들여 시짱 지역의 티베트불교 승려들을 촬영했다. 현재 닝샤지역의 이슬람 신자들을 촬영 중인 그가 훗날 3번째 작업까지를 마치면, 그는 일생을 걸쳐 중국의 종교 민속사진 3부작을 완성케 될 것이다.

열악하고 험준한 생존 환경에서 신령을 경외하고 자연에 감사의 마음을 품고 있는 시짱민족의 정신적 원천에 대한 탐색과 숙고에서 출발한 심상(心象)’은 양옌캉의 대표작으로 꼽힐 뿐 아니라 지금까지 세상에 발표된 티벳불교 관련 사진 중에서 가장 빼어난 수작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중국이 사랑하는 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 Black & White, CHINA

왕타오 王涛 _ 산수적 山水寂

중국 사진사에서 제일 먼저 사진가 왕타오를 주목 받게 한 사진들은, 황산을 둘러싼 구름과 기암괴석, 그들과 어우러진 고요한 사진 속의 서정이었다. 자연이라는 자연스러운유동성을 지닌 대상들은 사진 속에 정태적으로 소리 없이 담겨있어도 적막하지 않다. 처음 황산을 비롯한 산을 대상으로 작업하던 왕타오는 이후 물로, 그리고 지금은 정태 외에 흐르는 사물에로 시선을 이동하여, 산수사진의 걸작으로 꼽히는 <산수적 山水寂> 시리즈를 완성하였다.

중국이 사랑하는 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 Black & White, CHINA

셰하이룽 解海龙 _ 학교 學校

중국에서 1980년대 중반에 사진을 사회 발전과 여러 세대 교육사업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희망공정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끈 사진가이다. 셰하이룽은 농촌 지역에서 작업하는 동안 농촌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하였고, 이에 강한 사회적 책임감을 느꼈다. 사진은 희망공정을 통해 가난과 사회문제를 폭로하는 매체로서 공식적인 자격을 얻었다. 교실 책상 앞에서 공부에 열중한 커다란 눈망울의 소녀 사진은 희망공정의 상징적인 사진으로 널리 퍼졌다. 셰하이룽은 약 20년 동안 농촌 어린이를 중심으로 1980년대 편벽한 농촌 초등학교의 상태를 기록함으로써, 교육을 넘어 사회의 변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했다.

중국이 사랑하는 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 Black & White, CHINA

왕정핑 王争平 -

말을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표정을 심도 있게 담아내거나, 몸체와 동작의 여러 인상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표현한 왕정핑의 <> 사진들은 대상의 정신적인 영역까지를 담아냈다는 평을 듣는다. 벽 구석에 고개를 묻고 있거나 광활한 초원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돌연히 고개를 쳐들고 울부짖거나 어둠 속에 서서 깊은 잠을 자는 말들의 모습. 이 사진들은 한결 같이 초원에 대한 이해와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었다면 표현하기 어려운 지점에 닿아 있다. 인간과 말의 영적인 소통이 사진에서 드러난다.

중국이 사랑하는 사진가 5인의 흑백사진 Black & White, CHINA

천유양 程玉杨 - 후통 胡同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中国文学艺术界联合会)와 중국촬영가협회(中国摄影家协会)가 주최하는 중국 촬영 금상장, 영화금계상(电影金鸡奖),금응상(电视金鹰奖),매화상(戏剧梅花奖) 등과 함께 중국 문화예술계 12개 분야별 최고상 중에 하나로 예술계에서도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금상장수상자인 천유양은 2008년에 쓰촤성 지진 이후 파괴된 사찰과 불상들을 촬영한 <신인(神人)> 시리즈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가 촬영한 중국 전통마을의 골목(후통 胡同)은 많은 중국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표적인 흑백사진 시리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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