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갤러리 도스에서는 2019. 8. 14 (수) ~ 2019. 8. 20 (화)까지 양승원 ‘소리없는 팡파르, 그 고요함 속에서 ’ 展이 열릴 예정이다.

양승원 ‘소리없는 팡파르, 그 고요함 속에서 ’ 展

다시 꺼내본 기쁨의 순간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줄을 잡아당기는 동시에 작은 고깔에서 뿜어져 나오는 찰나의 격발음, 그리고 이어서 공중에 흩날리는 희뿌연 연기와 알록달록한 조각들은 기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머리칼에 헝클어지며 즐거움에 향기를 더한다. 바로 축하의 팡파르이다. 작가는 축하의 구체적인 이유와 대상 혹은 장소가 아닌 기쁨의 현장에서 잠깐이었던 종이 폭죽에 집중한다. 이러한 비구체적 묘사는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 다른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유도하며 각자의 기억에서 이미지와 이야기를 연상 할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한다.

양승원 ‘소리없는 팡파르, 그 고요함 속에서 ’ 展

  양승원은 작품을 통해 문득 떠오르 는 뜻밖의 반가운 장난처럼 우리에게 찰나의 즐거운 경험을 주고자 한다. 이는 사방이 네모난 도시의 틀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기쁨조차 압축해서 느끼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바치는 소박하고 정성스러운 헌사이기도 하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각박한 삶 가운데 잊고 있었던 해맑은 웃음을 끄집어내 주고 싶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선과 도형의 운동감은 원색 위주의 색과 함께 관객의 기억 어딘가를 잔망스럽게 간지럽힌다. 형형색색의 도형과 화면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듯한 화면 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정확히 언제라고 콕 집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게 한다. 이는 관객뿐만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메마른 도시 속에서 움직이는 현대인으로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축하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되새기는 일종의 달콤한 휴식이자 치유로도 볼 수 있다. 작품을 진행하며 작가가 담아낸 팡파르에 대한 기억은 전시공간의 벽에 걸려 이를 감상하는 관객에게 저마다 다른 순간에 만들어진 다른 모양의 감정조차 작가와 이어질 수 있는 연결부를 만들어 낸다.

양승원 ‘소리없는 팡파르, 그 고요함 속에서 ’ 展

 작가는 팡파르의 이미지를 단순히 화면에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파티용품에 사용되는 물건의 구성물질과 동일한 질감의 재료를 캔버스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들과 작가가 이야기하는 종이 폭죽이 물질적 측면에서 일관성을 지니며 소리없는 팡파르라는 작가의 의도에 시너지를 더한다. 팡파르는 종이 폭죽의 폭발이라는 특성이 지닌 불규칙성뿐만 아니라 음악이 지닌 규칙성도 보여준다.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세부적으로는 각기 다른 물성과 형태를 지니는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리드미컬한 조화를 이루도록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현장의 여러 소음과 음악이 겹쳐지며 분위기를 자아내듯, 미러볼과 조명을 연상하는 원 위에 곡선을 그리며 칠해진 물감은 화면 곳곳에서 뻗어 나가는 선들과 각진 조각들이 지닌 직선성과 뒤섞이며 음악성이 느껴진다. 양승원은 정지상태나 고착을 상징하는 점보다는 계속해서 이동하는 선에 집중한다. 이동한 경로를 표시하며 방향성을 가지는 선은 화면의 어느 지점으로 모이지 않고 공간을 자유롭고 불규칙적으로 횡단한다. 선의 양쪽은 과거부터 현재라는 시간성을 나타낸다. 규칙에서 벗어난 횡단을 통해 뜻밖의 지식을 생성하는 선이 있다. 클리나멘(clinamen)이 그렇다. 작가는 팡파르라는 소재를 통해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의 저마다 다른 기억 속 어느 순간-시간을 현재로 끌어오며 작업이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부가 되길 바란다.

양승원 ‘소리없는 팡파르, 그 고요함 속에서 ’ 展

관객은 작품 표면의 미세한 요철이 만들어 내는 입체감에 힘입어 생동감 있는 기억을 연상할 수 있다.

  각자가 기억 구석에 정리해 두었던 이제는 추억이 되었을 기쁨의 순간은 양승원의 소리 없는 팡파르를 통해 다시 터져 나온다. 공중에 잠깐 흩날린 후 바닥에 내려앉으며 축하의 시간에 즐거움을 더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종이 폭죽처럼 작가는 관객과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단순히 전시장에 걸려있는 작품과 이를 감상하는 관객이라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공감을 바탕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상호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이번 전시는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의 작은 장난감으로 인한 미소 같은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작가는 한남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회화과 미술학사, 한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미술학석사, 한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미술학박사과정 졸업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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