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나우에서는 2019 년 08 월 21 일(수) - 09 월 03 일(화)까지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이 열릴 예정이다.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

손영실 (경일대 교수, 이미지 비평가)
 
이순희는 경주의 문화유적들을 대상으로 생명력을 가진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자전적 시각을 통해 사진 에 담아낸다.   21세기 경주는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많은 변모를 거쳤음에도, 도시 전체는 경주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 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천 년 전 신라 유적들과 공존하고 있다. 경주의 곳곳에 흩어진 유적들을 촬 영한 이 사진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애써 찾아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에 위치한 것들을 보여준다.  작가의 첫 사진적 대상은 계림이다. 계림의 나무들은 사람의 모습과 닮은 독특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나 무 형상을 통해 감지되는 미묘한 분위기나 신령스러움을 작가는 만물에 깃든‘영’으로 간주했다.

그리하여 움직이는 기의 형상인‘영’은 구체적인 사물도 아니며 형태도 없지만, 존재의 본질로 파악되었다. 작가는 범신론적 관점을 채택하여 계림을 영적 에너지가 깃들여 있고 신비로운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로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며 나무들을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로 표현하고자 했다.  두 번째 대상인 당산나무는 마을 입구에 심어져 있고 공동체를 보살펴줄 신령이 살고 있다고 여겨져 신 성시되는 영물이다. 경주에 남겨진, 오랜 수령의 당산 나무는 이른 봄, 싹을 틔우기 위해 수액을 가지 끝 까지 채워 올린다. 작가는 생명력이 절정에 다다른 이 시기, 밤의 어둠 속에 나무의 신령스러운 양상을 표현하였다. 

세 번째 대상은 경주의 잊혀져간 유물들이다. 황룡사, 보문사, 망덕사 등과 같은 경주 전역에 분포한 폐사 지에 남겨진 석물, 기단석, 석등과 경주 남산의 불탑과 부서진 불상, 모전 석탑지의 돌기둥은 역사의 광풍 을 견디며 영욕의 시간을 거친, 찬란한 빛이 사라진 채, 응축된 시간과 기억을 담고 있다. 부재 속 고독감 을 극대화 하고자 초록이 무성한 여름날, 빛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온전히 드러내기 전인 밤과 새벽 시간 대에 촬영되었다. 이 사진들은 들판의 뚫려진 텅 빈 공간에 스트로보 조명을 써서 온전히 피사체에 집중 하고 마주하게 한다. 소유할 수 없는 시공간, 그녀가 머문 곳과 그 시간이 곧 삶이 자리한 곳임이 느껴진 다. 촬영된 유물들은 삶의 편린(片鱗)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부식되고 마모된 유물의 소멸에 관한 불 안감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자신이 머문 시간과 공간에 삶의 숨결, 생명력 을 불어넣는다. 유적지는 사라진 구조물에 관한 은유를 품은 채, 경험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특징짓고 실 제 경험이 어떻게 장소라는 감각에 고정되는지를 바라보게 한다.   

장소에 관한 사진적 재현은 공간에 관한 신체적 감성을 일으키고 상상의 도약을 가능하게 하며 역사의 어떤 순간으로 이동하는 시간 여행자로서의 특권을 부여한다. 현재는 시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며 낯 선 조우를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이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품은 일종의‘사이-공간’에 놓여진다. 프랑스 철 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의 시간론에 따르면 응축된 순간들은 체험되는 현재를 구성하며 그 현재는 다 가올 미래로 가게 하는 시간적 계기의 중심이다. 의식에 드러나지 않는, 각각의 독립된 순간들의 개별적 감각과 무의식의 층위가 있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경주에 천 년 간 존재해온 문화유적들을 매개로 물리적 장소에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감성 형식을 경험하고 재현하는 방식을 통해 존재를 자각하는 낯선 감정을 마주하게 하며 역사의 숨결과 시간 의 기억을 담아 개념화되기 이전의 감각 경험에 기반한, 현재의 자아를 사유하게 하는 풍경으로 제시한다.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나무란 ‘겨울에 죽지 않는 식물’을 말한다. 이 땅에는 약 1천 여종의 나무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그중 소 나무, 은행나무와 함께 가장 오래 살아온 나무가 바로 느티나무다. 너그러움이 느껴지는 느티나무의 목재 는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중후한 데다 결이 곱고 황갈색을 띠며 윤이 나는 편이다. 더구나 잘 썩지 않으며 벌레도 잘 슬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마찰이나 충격에 강하며 단단해서 말려도 잘 갈라지지 않 고 덜 비틀어지는 편이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나무로 친다. 그래서 느티나무 목재는 주로 힘을 받칠 수 있는 기둥으로 사용하거나 땅 속에 묻히는 관재로 쓰였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건축물과 선박 등의 자재는 느티나무가 주종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신라의 천마총이나 가야의 고분에서 나오는 지체 높은 사 람들의 관 역시 대부분 느티나무로 만들어졌다. 
 
 이순희는 경주 계림에 자리한 느티나무를 촬영했다. 계림은 신라의 왕위를 계승하게 된 경주 김씨의 시 조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전해지는 영험스러운 숲이다. 경주 김씨가 왕위에 오른 후에는 나라의 이름까지 계림이라고 할 정도로 신성시되었다는 그 숲이다. 지금의 계림은 분명 신라 초부터 있던 그 숲은 아닐 것 이다. 그러나 그곳을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싸리나무, 소나무 등의 고목과 내물왕릉은 이곳 이 신라 천년 역사의 흔적이었음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의 터전인 이곳 경주의 문화 유적을 탐방하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계림의 느티나무를 새삼 발견했다고 한다. 천년의 고도 경주는 역사 의 현장이자 설화가 쌓인 곳이고 무덤과 석불과 탑의 영토다. 특히 경주에 흩어진 수많은 고분과 석조물 은 이곳이 죽은 자들의 꿈이 묻혀 있는 거대한 공간이자 신성한 종교의 영역이었음을 일러준다. 오랜 시 간동안 작가는 그런 편린을 찾아 촬영해왔다. 스산한 풍경 그 어딘가에 방치된 돌무더기나 파편들을 보여 준 그 사진은 애도의 시선이 깃든 매혹적인 유물 사진의 또 다른 성과로 보인다.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

 
 능역에 자리한 굽어진 노송과 뭇 나무들은 세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능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우주적인 가교의 역할을 한다. 이른바 나무는 하늘과 연결되는 통로였다. 신화와 삶이 만나는 사다리며 영원한 재생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나무의 상징적 기능이다. 그러니까 고분 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나무가 순환하듯 후대로 이어져 영생을, 삶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한 그루 의 나무속에는 매년 죽음과 새 생명의 탄생이 반복한다. 사람의 죽음 또한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뿌리를 가진 새 생명의 탄생으로 그 세대의 결실을 맺는다. 이처럼 죽음은 단절이 아닌 또 다른 삶 에 이르는 과정이다. 우리 조상들은 생명의 본성과 삶의 이치를 식물성의 세계를 통해 깨달았던 것이다. 고분 주변에 자리한 나무와 계림에 우거진 고목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니까 죽음에 대한 항거와 불멸에 대한 기원이 들러붙어 이룬 무덤의 곡선이 태양을 향해 이룬 수직의 나무들과 공존 하는 계림은 죽음과 삶, 부재와 영원이 길항하는 공간이다. 동에서 터오는 태양빛을 가장 먼저, 충만하게 받아내는 이 계림은 죽은 이가 영생을 도모하는 공간적 연출이자 영원한 생명의 순환을 몸소 겪어내는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장소성을 제공한다.    사진 속에는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의 느티나무가 단독으로 직립하고 있다. 단호하게 까만 어두운 배경을 뒤로 하고 적나라한 나무의 살, 나무의 물성이 카메라 렌즈 앞에 무방비로, 전면적으 로 노출되어 있다. 짐승의 꿈틀거림을 느끼게 하는 느티나무의 몸통. 그리고 줄기와 뿌리가 엄숙하다. 단단하고 차가운 피부로 응축된 나무는 길고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견딜 최소한의 신체성으로 서 있다.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

그 단호한 나무의 물성과 색채는 처연하고 마냥 신비롭다. 언어와 문자의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는 희박한 색 채,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색상을 몸에 감은 나무다. 그것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기이하고 난해한 존재이 자 낯설고 경이로운 대상으로 다가온다. 어둠이 물러나기 전과 태양 빛이 스며들기 전의 시간대, 이른바 새벽녘에 촬영한 느티나무다. 그 시간은 음기와 양기가 꽉 맞물린 이상한 시간대이기도 하다. 동시에 빛 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때다. 사물은 겨우 드러나며 주의 깊게 들여다보아야만 보인다. 작가는 아직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느티나무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인공조명을 사용해 나무의 몸을 밀착 시켜 건져 올렸다. 오로지 느티나무의 형태, 그 몸에서 번져 나오는 다소 신비스러운 기운이랄까, 묘한 느낌(언캐니) 을 포착하고 싶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보이지 않는 기의 움직임인 ‘영(靈)’이라고 부른다. 이는 나무 를 인간과 동일한 영혼을 지닌 존재로 보는 물활론적인 상상력과 정령적인 신앙적 사유체계를 반영한다. 
 
“계림의 나무들은 마치 사람과 닮은 듯한 모습이다. 그 나무에도 영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리지어 있지만, 홀로 자라는 나무들은 나름의 정령(만물에 깃들어 있는 신령한 기운)을 갖고 있었다. 이 나무들은 시간의 변화를 느끼며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팔을 뻗어 하늘을 이고 지하로 뿌리를 내려 살 아 숨 쉬고 있었다. 본인은 이러한 계림의 나무들에서 신라 고유의 에너지와 분위기를 느꼈다.”(작가노 트) ,
 
 풍경/나무는 내 몸 안과 밖에서 서식한다. 내 몸 밖에 있는 것이 세계이고 풍경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 직 내 몸을 통해서만 인식된다. 몸 없는 풍경이란 부재하다. 풍경은 객관적인 실체이면서도 실은 매우 주 관적인 대상이다. 저마다 자신의 몸과 감각을 통해서만 저 풍경, 자연을 흡입하고 받아들인다. 풍경화란 그런 면에서 오직 한 개인의 몸을 통과한 바깥 세계의 인식이고 대상화이다. 선험적으로 규정된 의미체계 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 나를 둘러싼 세계를 질문하는 일이고 그것을 유의미한 존재로 받아들 이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저 자연/나무를 보는 나란 존재가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 바로 풍경이고 나 무 사진이다. 이순희는 자신의 몸으로, 몸의 감각으로 저 나무의 살을 지각하고자 한다. 나무의 살과 자신 의 살, 감각이 서로 얽혀서 이룬 ‘그것’을 사진으로, 이미지로 가시화하고자 한다. 그러니까 인간의 육체와 감성으로는 도저히 포착하기 어려운 기이한 낯설음으로 자리한 저 완강한 타자를 어떻게든 내 것으로 하 고자 하는 욕망이 작가로 하여금 느티나무의 표면에 몰입하게 했고 그것을 사진으로 포착하게 했다. 그러 나 저 나무의 타자성은 보는 이에게 쉽게 몸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무는 이상한 기운과 기이한 아우 라를 뿜어낸다. 작가는 분명 그것을 포착하고 싶었다. 과연 사진은 그러한 기운, 영혼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

 여러 수종들로 둘러쌓인 계림, 그리고 그 사이로 벅차게 부풀어 오르는 무덤은 수평으로 돌아가길 거부 했던 이들의 간절한 저항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계림에서 겨울의 느티나무를 독대했다. 아무도 없는 어두 운, 깊은 새벽에 그 절대적인 고독과 침묵의 시간 동안 오로지 자신의 살아있는 감각으로 앞에 박힌 나무 의 살을 응시했다. 그 나무가 뿜어내는 기운과 영혼을 접신하고자 했다. 세계는 주체에게는 늘 수수께끼 다. 그러기에 작가는 그 이해하기 힘든 그러나 분명 자신의 내부에서 감지하는, 그 대상을 다시 주의 깊 게 들여다보고 이를 촬영 하고자 했다. 그 순간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현전의 체험에서 문득 낯선 느낌, 나무가 발산하는 기운을 만났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계,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유령 과 함께 한다. 일상의 시간 속에서 느닷없이, 불현듯 나타나는 것을 수시로 접하고 만난다. 현실세계에 비 이성적이고 신화적인 세계가 순간 침입하는 바로 그 시간, 경험이다. 그러한 순간 현실계에 문득 날카로운 금이 간다. 보이는 세계 위로 또 다른 세계가 엉기고 들러붙고 퍼져나간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바 로 그러한 금이 가는 순간이 바로 기운이고 영이고 정령적인 것이 도래하는 순간일 것이다. 느티나무를 바라보는 현실의 시간에 느닷없이 금이 가는 체험, 순간의 도래! 이순희의 느티나무 사진은 바로 그런 순 간의 몸의 감각을 재현하고자 한다.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

[작가노트]  정령의 숲 ‘정령의 숲’은 본인이 살고 있는 역사도시 ‘경주’를 촬영한 사진이다. 신라 천년의 시간과 김알지의 탄생 신화를 간직한 역사적 공간 계림의 나무는 경주의 많은 문화유적지들과 신라의 땅을 지키고 있다. 계림의 나무들은 마치 사람과 닮은 듯 한 모습에서 나무에도 영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리 지어 있지만, 홀로 자라는 나무들은 나름의 정령(만물에 깃들어 있는 신령한 기운)을 갖고 있었다. 이 나무들은 시간의 변화를 느끼며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팔을 뻗어 하늘을 이고 지하로 뿌리를 내려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러한 계림의 나무들에서 신라 고유의 에너지와 분위기를 느꼈다. 그저 평범한 햇살 아래에서도 나무들 은 거대한 뿌리를 드러내며,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이들과 조용히 마주서면 세상엔 이들과 나만이 존재한다. 이들의 독특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어 인적이 없는 이른 새벽이나 해질녘을 선택하고 인공조명을 사용하여 주변의 배경을 어둡게 하고, 나무의 형태가 잘 드 러나는 계절에 촬영하였다.  동양에서는 영혼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도 있어서 사람들처럼 살아간다고 믿었다. 이런 동양의 우주관을 바탕으로 계림의 오래된 나무가 지니고 있는 신비로움과 조형성을 보이지 않는 기의 움직임인 ‘영’이라는 형상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이 가진 오관(五官)으로는 볼 수 없는 ‘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보편적 감각기관인 내적 감각기관을 이용하여 ‘영’을 시각화시켰다. 인간 의 내적 감각기관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기의 형상인 ‘영’은 사물의 내면에 존재한다. 

무릇 사물이란 보이지 않는 기에 의해서 끊임없이 생성, 변화, 소멸하는 순환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형용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존재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형상을 지닌 사물로서 나타난다. 사물의 형체와 외 견을 통해 나타나는 분위기나 신령스러움은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들릴 듯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움직이 는 기의 형상인 ‘영’은 구체적인 사물도 아니며 형태도 없지만, 존재의 본질이며 정신이다.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에 따라 그 외형을 달리하는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작 업을 하고 있다.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

당산나무 당산나무의 내력은 단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단군의 아버지 환웅은 하늘에서 신단수라는 성스러운 나무를 타고 태백산(백두산) 꼭대기에 내린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신이 타고 내린다고 믿은 나무가 바로 당산나무이다. 고조선 사람들은 당산나무(신단수) 아래에서 제를 올리며, 그들의 공동체를 보살펴줄 신령이 내리기를 빌었던 것이다. 정령의 숲(계림)을 촬영하며 나무의 수종을 조사 하던 중 계림의 묘목 수종들이 회화나무, 팽나무, 느티나 무 등 ‘박달나무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정령의 숲의 이미지에서 당산나무로 소재를 옮기게 되었다. 당산나무는 박달나무과로 마을 입구에 심어져 있다.  2015년 2월 어느 날 해를 등지며 서 있는 오랜 수령의 나무를 보게 되었다. 나무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가지 끝 마다 물이 올라 있었다.

꽃을 피울 수 없지만, 이른 봄 싹을 틔우기 위해 수액을 가지 끝까지 올린 나무. 본인에게는 꽃이 피었다. 꽃이 핀 나무의 영혼을 표현하고자 오랜 수령의 당산나무를 소재로 선 택하였다. 당산나무의 생명력과 존재감, 그리고 신령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른 봄의 시간과 밤을 선택 하였다.  무릇 사물이란 보이지 않는 기에 의해서 끊임없이 생성, 변화, 소멸하는 순환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형용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존재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형상을 지닌 사물로서 나타난다. 사물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사물의 본질인 기는 있는 듯 없는 듯 하여,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드 릴 듯 들리지 않는다. 사물의 형체와 외견을 통해 나타나는 분위기나 신령스러움은 인간이 가진 오관으로 는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기는 구체적인 사물도 아니며 형태도 없지만, 존재의 본질이며, 정신이다. 나의 사진 세계는 비 물질 세계의 보이지 않는 기의 움직임을 표현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에 따라 그 외형을 달리하는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주, 천년의 그들 본인이 사물을 바라보는 동양의 우주관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동양에서는 영혼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도 있어서 사람들처럼 살아간다고 믿었다. 사진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 현실 의 재현 이라는 상황 속에서 사물의 보이는 것의 너머 보이지 않는 존재를 촬영하고 싶었다.

이순희 Lee Sun-Hee '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展

이순희는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박사과정 수료, 경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영상학과 석사과정 졸업,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졸업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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