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삼청로에 위치한 학고재 갤러리에서는 2019. 7. 10(수) ~ 2019. 8. 25(일)까지 채림 展이 열리고 있다.

채림 展

학고재청담은 2019년 7월 10일(수)부터 2018년 8월 25일(일)까지 채림(蔡林, b. 1963~, 서울) 개인전 《멀리에서 : From a distance》를 연다. 채림은 전통 공예 기법인 옻칠과 자신의 주특기인보석 공예를 통해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추구하는 작가다. 그는 유망한 주얼리 디자이너로 출발하여 다수의 수상 이력을 가졌으며 옻칠을 연구한다. 채림은 작업을 통해 보석의 장식적 의미와 옻의 공예적 가치를 넘어서 순수미술로의 확장을 시도한다. 그는 대표적인 한국 전통 공예 기법을 작업세계로 끌어들여 전통과 현대, 동구와 서구, 자연과 세공이 어우러진 독특한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채림 展

지난 학고재에서의 개인전 《Nature Meets Nature, Art Meets Art - 숲의 사색》(2017)에는 옻칠 위에 자개, 순은, 호박, 산호, 비취, 청금석과 호안석 등 전통 장신구에 주로 쓰인 보석들을 이용해 보석과 회화의 물리적 만남을 선보였다. 이번 학고재청담 《멀리에서 : From a distance》展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각 소재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에 집중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채림 展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작업은 보석 공예 없이 옻칠만을 이용한 회화 <멀리에서>(2019) 시리즈와 자개와 진주를 황동 가지에 올려 평면적으로 배열한 <비 온 후에> (2019)이다. 채림은 <멀리에서> 시리즈를 통해 옻칠 기법만으로 인상주의를 연상시키는 회화 작업을 시도한다. 맞은편에 자리한 <비 온 후에>는 그간 옻칠 바탕 위에 올렸던 보석 오브제를 지지체로부터 과감히 분리해 하얀 벽에 배열, 설치한 신작이다. 학고재청담은 이번 전시를 통해 채림의 보석 공예와 옻칠의 개별적인 아름다움과 순수미술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채림 展

큐레이터이자 평론가인 로버트 모건(Robert C. Morgan)은 채림의 작업세계를 가리켜 ‘조각회화(sculpture painting)’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평면 회화 위에 주얼리 오브제를 부착하는 채림의 예술세계를 가리키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채림은 회화와 조각을 결합한 작업으로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작가는 이번 학고재청담 개인전을 통해 처음 선보이는 신작을 통해 조각과 회화를 과감히 분리하고, 각 재료와 장르에 한층 깊이 있는 예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채림 展

회화를 칠漆하다

채림은 옻과 안료를 조합해 원하는 색을 만든다. 그리고 목판 위에 옻칠이 깊은 색감을 띨때까지 수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옻칠은 나무에 수십 번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 특유의 빛깔과 광택을 만들어가는 전통 공예 기법이다. 방수와 방습 기능까지 갖춰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옻칠의 조색 작업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까다롭다. 또, 반복적인 칠은 작가에게 수행에 가까운 인내 및 노동력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그가 옻칠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우리의 것과 근본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채림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 <멀리에서> 시리즈를 통해 그간의 ‘보석 회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순수 옻칠 회화를 시도한다. 보석의 장식성을 내려놓고 옻칠 특유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견 인상주의 회화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가 사랑하는 제주도의 기억 속 풍경을 담고 있다. 한국화 특유의 여백과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마치 유화처럼 부드러운 색감을 지녔지만 옻칠 특유의 매끄러운 표면을 자랑한다. 이 세련된 일련의 회화는 한국 미술 특유의 우아한 절제미와 동시대적 감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채림 展

세공을 설치하다

옻칠 회화 <멀리에서> 시리즈에서 전통적 가치의 재발견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가는 평면적 설치 <비 온 후에>에서는 자신만의 미학을 보다 분명하게 추구한다. <비 온 후에>는 채림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설치 작품이다. 채림은 전통 보석 세공 기법에서 벗어나 자개와 진주를 마치 브로치처럼 정교하게 세팅한다. 한국 전통 보석 공예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것이다. 흰 벽에 드리워진 부드러운 연필 드로잉을 연상시키는 황동 가지의 그림자는 채림이 새롭게 실험하고 있는 조형 요소다.

<과수원 하늘>(2018~2019)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크기와 모양, 색이 제가끔인 자개와 진주를 황동 가지가 살며시 움켜쥐고, 이를 다시 도금한 황동 프레임이 넝쿨과도 같이 감싸 안은 이 작품은 보석 세공만으로 이루어진 조각 작품으로, 벽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마치 드로잉처럼 회화적 멋을 더하고 있다.

채림 展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채림의 작품 속 주된 모티브는 숲이다. 작가는 종종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이름 ‘林’을 한자로 새겨 만든 낙관을 찍음으로써 이를 암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인적이 끊긴 깊은 숲속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채림은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결, 짙은 숲의 향기, 쓸쓸하고 고적한 기운, 청량한 공기를 포착한다. 채림이 이렇듯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를 그리게 된 데에는 모네(Claude Monet)의 영향이 크다. 작가는 모네가 생전에 가꾸었던 파리 근교의 지베르니 정원을 방문하면서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지베르니 정원은 모네의 <수련> 시리즈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채림 展

그의 작품에서 시각적으로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식물을 연상시키는 조형 요소의 활용이다. 화면 곳곳, 덩굴과 나뭇가지를 연상시키는 선들이 서로 만나며 여러 표정을 짓는다. 이들은 덩굴이 뻗어 나가듯 반경을 넓혀가며, 전시장을 신비로운 숲속과 같은 분위기로 바꾼다. 채림의 작품 속 뻗어나가는 것은 비단 덩굴뿐만이 아니다. 채림은 옻칠과 보석 공예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채림은 각 장르의 명맥을 잇는 것보다는 전통을 배우되 이것의 미학을 동시대적으로 번역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작업의 의의를 둔다. 이를 위해 작가는 전통 옻칠 기법을 공부하고 이를 모더니즘 회화로 풀어냈으며, 전통 보석 공예와 서구의 주얼리 세팅 기술을 접목해 자신만의 설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 자신이 사랑하는 제주의 풍경을 담고, 한국 전통 장신구에 사용하는 보석을 주로 사용하는 등, 한국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이렇듯, 채림의 작업세계는 전통에 뿌리를 둔 채 현대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으며, 동구와 서구, 자연과 세공이 어우러지고 있다. 이번 학고재청담 《멀리에서 : From a distance》는 채림이 제시하는 전통에 뿌리를 둔 문화 혼종적, 동시대적 미학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할 것이다.

채림은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 후 다수의 개인전과 많은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제 7 회 국제주얼리디자인공모전 금상을 비롯한 많은 수상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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