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매체로한 현대미술 작업을 통해, 죽음에 대한 동시대적인 재해석

[아트코리아방송=이다영기자] 홍준호 작가의 개인전 ‘죽음의 시대적 고찰(Era review on Death)展’이 7월 13일부터 7월 28일까지 연희동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에서 열린다. 홍준호 작가는 사진의 프로세스를 변형하고 연구하며 수년간 새로운 작품을 잇따라 발표를 하고 있다. 

 

홍준호_Era review on Death #001_Pigment print(Taking Photo of a beam project on crumpled paper), 145 x 108cm, 2019 (작품 이미지 제공 – 홍준호)

 

왠진 낯설지 않은 형상을 가진 작품이 눈 앞에 있지만, 무언가 낯설다. 자세히 보니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피렌체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다비드상(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 모세상(로마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과 같이 미술사 책에서 그리고 이탈리아 여행에서나 볼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대리석상이 깨져서 낯설게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엔 원숭이, 사자, 산양 같은 동물들의 얼굴이 무언가 불편하게 일그러져 있다. 작품을 처음 보면 형상이 보이다가 한걸음 다가가니 금새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많은 주름들이 시선과 감각을 현혹한다. 묘한 느낌이 들어 자세히 보기 위해 한걸음 더 다가가니 흑백인 줄 알았던 작품에 색이 보인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브라운관 TV에서 보았던 빨, 녹, 파(Red, Green, Blue)의 픽셀(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의 작품에서 관객이 보는 위치에 따라 이렇게 다양하게 보이다니 이것이 한 개의 작품이라니 놀랍다.

 

홍준호_Era review on Death #116_Pigment print(Taking Photo of a beam project on crumpled paper), 150 x 98.42cm, 2018 (작품 이미지 제공 – 홍준호)

 

홍준호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미켈란젤로의 대리석상은 종교 즉, 신을 의미하고 동물은 자연을 의미하는데 작가와 관객은 인간이다. 우리 모두는 죽는다. 그런데 어떤 대상이던 소멸과 죽음을 의미하고 기억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이번 전시를 보는 한가지의 힌트를 주었다.

하지만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신의 죽음이라니? 작가는 프레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의 ‘신은 죽었다(Gott ist tot)’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형이상학의 종언으로 신의 죽음을 이야기한 인간과 실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작가의 경험과 교육을 위해 죽어도 죽지 못하고 박제된 채, 전시된 그들의 눈에서 죽음에 대한 연민을 느꼈다고 한다.

 

홍준호_Era review on Death #010_Pigment print(Taking Photo of a beam project on crumpled paper), 120 x 92.28cm, 2019 (작품 이미지 제공 – 홍준호)

 

죽음의 시대적 고찰(Era review of Death)은 전작인 우상의 해체(Deconstruction of Idols) 시리즈 중 일부라고 했다. 작품의 제작은 실제 대상을 찍은 사진을 빔 프로젝트를 사용해 구겨진 종이 위에 빛으로 투사시켜 다시 촬영하였다. 이렇게 종이를 구겨서 작업하게 된 것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2017년부터 작업했던 작품 중에 구기기 연습(Study of Crumpling) 시리즈가 있습니다. 당시 사진에 우연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사진을 구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복제 즉, Edition이 있고 사람의 눈과 비슷하게 3차원 세계를 2차원 평면에 표현하는 합니다. 제가 선택한 구기는 행위는 사진 Edition을 없앨 수 있게 하였고 사진이 표현한 3차원을 프린트한 2차원을 깨트리고 왜곡시켜 비현실적 3차원을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다른 방식으로 적용해서 현재의 작업에 활용하게 된 것입니다.”

 

홍준호_Era review on Death #219_Pigment print(Taking Photo of a beam project on crumpled paper), 100 x 65.42cm, 2018 (작품 이미지 제공 – 홍준호)

 

“우리는 미디어(언론, 인터넷 등)를 통해서 왜곡되어 전달된 세상을 진짜 세상이라 믿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왜곡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그것이 정의고 올바르다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의 눈에는 무엇이 올바른지 판단할 수 없는 왜곡만이 존재할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현대사회이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홍준호 작가는 전시에 사용된 이미지 속 성상은 왜곡되어버린 종교를 박제된 동물은 인간의 교육(계몽)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유희나 살육과 같은 행위라고 말했다. 전시 제목에서 느껴지는 고민과 깊이만큼 작품의 대상을 선정하는데도 고민과 깊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홍준호 작가는 “왜곡된 상을 통해 신과 동물 사이에 인간이 느끼는 21C 죽음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마지막을 전했다. 이 전시는 7월 28일까지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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