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갤러리 도스에서는 2019. 7. 17 (수) ~ 2019. 7. 23 (화)까지 최혜연 ‘뜰의 구석’ 展이 열릴 예정이다.

최혜연 ‘뜰의 구석’ 展

감정이 지나온 자리의 풍경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문빈)

우리의 내면을 이루는 감정은 우리가 바라보고 접하는 모든 외적인 것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매일같이 보는 대상일지라도 그날의 감정에 따라 그들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며 나아가 외형적 형상까지 왜곡되어 재조합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렇듯 순간의 감정으로 인해 우리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감지하기도 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갑자기 가슴으로 와 닿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최혜연은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며 그로 인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자신 안의 세상을 바라본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내면에 따른 외부의 인식 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객체를 발견한다. 우리가 쉬이 접할 수 있는 사물 혹은 풍경들은 최혜연의 그림 속에서 감정이 투영된 채 낯설게 인식되며 작가가 남긴 흔적은 그대로 화면에 고이게 된다.

최혜연 ‘뜰의 구석’ 展

최혜연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느린 시선과 호흡을 잃지 않는다. 온전한 작가의 시선으로 관통된 풍경에는 작가만의 경험과 감정이 머무른다. 현실에 있을 법한 풍경은 우리에게 특이하거나 이색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평범한 풍경 속에는 작가의 감성이 지닌 가느다란 울림이 있으며 이는 그림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느리기 때문에 깊어지는 감흥은 대상에 내재한 의미 또한 더욱 깊어지게 한다. 그렇게 작가가 천천히 음미하며 바라본 풍경은 비로소 특별해지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뒤덮여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시선이 미처 닿지 않았던 곳까지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세상의 구석진 곳들을 낱낱이 살피는 작가는 작은 상황과 소재 하나하나에 따스한 관심을 두며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되새겨본다.

최혜연 ‘뜰의 구석’ 展

반복과 변화가 가벼우면서 단단하게 쌓인 작품은 단순히 붓 자국이 중첩됨을 넘어서 시간의 중첩 또한 표현해준다. 기억 속 자리한 풍경은 겹치고 겹쳐져 흐릿한 잔상으로 남는다. 작가에게 풍경은 뿌연 인상으로 내면에 존재하고 있기에 오브제들은 전체적으로 선명한 형체와 색을 띠고 있지 않다. 이것은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은 감정의 유동성을 보여주며 동시에 순간의 감정에 따른 잔상만이 남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은 추상적 개념일 뿐만 아니라 매우 복합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것을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점을 빌려 작가는 그림에 완전한 형태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작가 특유의 채색법 또한 빛바랜 감정과 추억을 대변하는 듯 보는 이들에게 여운을 남겨준다. 담한 색채로 종이에 스며들며 점차 얇게 올라온 색은 유약함을 띠며 아련한 감성을 배가시켜준다. 딱히 사물을 묘사하려 들지 않은 추상적인 붓질이지만 왜인지 모를 섬세함을 지닌 점은 감성적 측면을 내세웠지만 감정과 본능에 치우치지 않은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인한 것이며 이로 인해 여운은 더욱 짙어지게 된다.

최혜연 ‘뜰의 구석’ 展

작가는 현실 속에서 판타지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의 풍경을 내면의 이야기를 거쳐 받아들일 뿐이다. 이것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공감의 여지를 준다. 작가의 의도와 이야기로 꽉 채워진 작품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큰 힘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관객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해석을 제한하는 경향도 있다. 이와 반대되게 최혜연은 우리가 작품을 감상할 때 주관적인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얗게 김이 서린 것 같은 부분들이 주는 틈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감정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된다. 우리는 최혜연의 작품을 보며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일상으로부터 놓치기 쉬운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최혜연 ‘뜰의 구석’ 展

최혜연은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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