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초구 효령로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는 2019. 06. 30.() ~ 2019. 07. 08()까지 Small But Strong ‘이지희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Small But Strong ‘이지희 개인전’

수천만 개의 색을 내는 LED 빛으로 작업하는 이지희 한양여대 교수는 예술과 과학의 연금술사로 불린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와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를 전공하고 빛과 과학기술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접목하기 위해 숭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오는 630일부터 78일까지 서초구 한전아트센터갤러리에서 열리는 “Small But Strong”()은 빛과 실물 도토리, 도토리 실루엣 등을 함께 사용한 설치물과 이미지 작업을 통해 하찮은 것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거대한 다양성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보여주는 전시다.

우연히 길바닥에서 만난 도토리에서 비롯된 미미한 존재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설치에서부터 프린트물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입체와 평면, 허구와 실재의 경계는 천천히 변하며 반전되는 빛의 개입으로 모호해지고 음과 양, 상반된 가치의 절묘한 조화와 순환을 읽을 수 있다.

하찮아 보이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과 인간이 부여하는 가치의 간극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전시로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씨앗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빛이 확산해 나가는 인터랙티브 작업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관계의 변화와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많은 도토리가 등장한다. 수없이 보았으면서도 스쳐 지나갈 뿐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이 작은 생명의 씨앗이 어느 날 말을 걸어 왔고 그 때 생긴 관심과 호기심에서 작품이 시작되었다. 도토리는 그 안에 강한 에너지를 품고 오랜 시간 흙 속에서 견디며 빛과 성장조건이 맞으면 싹을 틔운다. 비록 싹을 틔우지 못할지라도 대지를 풍요롭게 하거나 다른 생명을 위한 식량이 되어주기도 하는 작지만 작다고 할 수 없는 존재이다.

Small But Strong ‘이지희 개인전’

설치와 이미지 작업을 통해 하찮고 작은 것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거대한 다양성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하였다. 어쩌면 과거의 작업에서 가졌던 하나의 점, pixel 등 최소단위에 대한 집착이 도토리로 넘어간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점에서부터 형태가 시작되고 하나의 디지털 픽셀이 압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에너지의 집약체이며 수많은 진화적 가능성과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하나의 씨앗으로서의 도토리가 지닌 의미를 간과할 수 없었다.

‘Counterpoint I’에서는 도토리 형태와 도토리가 오려져 나간 형태가 서로 등가의 존재로 공존하는 4개의 액자로 이루어졌다. 2개의 액자마다 도토리를 비추고 있는 파란 빛과 초록 빛은 점차 중간색으로 수렴되면서 서서히 색이 교차가 일어난다. 음양(陰陽)은 상대적 또는 대립적 속성과 동시에 그 상호간의 의존성과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시간의 개입으로 인해 음양은 부단한 변화와 일정한 한계가 없이 지속적인 균형의 지속성을 유지한다. 이질성의 상호작용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주기적인 반복은 리듬을 형성한다. 실재와 허상, 도토리 형상과 남아 있는 허공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입체와 평면, 허구와 실재, 켜짐과 꺼짐의 경계가 무너진다. 변화하지 않는 듯 변화하는 빛의 완만한 변용(metamorphosis)은 에너지와 생명의 흐름과 순환을 암시한다. 본질은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나타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지된다. 흐르는 시간의 맥락 속에서 생명체는 보다 큰 의미를 지니며 음과 양, 상반된 가치의 절묘한 조화와 순환을 보여준다.

실물과 도토리 실루엣,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대비와 충돌을 일으킨다. 도토리는 존재의 가치와 생명의 고귀함을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것들이 서로 얽혀 변화하고 전개되는 상황 안에서 보이지 않는 실체와 본질의 단면을 잠깐씩 엿볼 수 있다. 하찮아 보이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과 인간이 부여하는 가치의 간극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Growing’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며 사물의 존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빛이 관객에 움직임에 따라 도토리에게 제공되는 작업이다. 사람이 다가가면 빛이 생명의 에너지처럼 점차 퍼져나가 도토리에게 삶의 가능성을 부여한다. 생명 순환의 고리를 열어 줄 가능성에 대한 암시인 빛은 사물로 남을 것인지 불완전한 생명체에서 완성체로 성장해 갈 수 있을지의 갈림길에서 하나의 구원과도 같은 존재이다.

실물로 제작된 <Matching>은 모자를 잃어버린 도토리에게 자기 모자는 아니지만 어울리는 모자를 일일이 매칭해준 작업이다. 도토리 모자와 매칭 되는 몸이 때로는 돌이라든가 솔방울 등 다양한 것까지 포함되기도 한다. 땅에 떨어질 때는 모자와 몸이 분리되어 몸통만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 다양한 서식지에 적응하여 뿌리내린다. 그 과정에서 생명체들은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은유로 순혈에서 벗어나 혼혈되면서 생기는 어색함과 뜻하지 않은 조화로운 모습에서 공존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지희는 서울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New York University 대학원 졸업( Art &Media), 숭실대학교 미디어학과 대학원 졸업(공학박사)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한국영상학회 이사, 한국영상미디어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