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갤러리 블랭크는 2019년 6월 11일(화)부터 8월 11일(일)까지 한기표의 개인展 <THI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회화 13점과 작품의 이해를 도울 전시서문, 작업노트, 인터뷰, 에피소드 등이 함께 공개된다. 전시기간 중에는 ‘다른 작업소개‘ 및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한기표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블랭크가 제작하는 ‘인스피레이션’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기표 개인전

한기표는 사람들의 미묘한 표정 속에 숨겨진 내면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감시당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북한사람들을 그린다. 작가가 판단했을 때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이면에 드리워진, 그러한 표정과 분위기를 지닌 인물을 선택해 화면에 담아낸다. 작품 속 인물들이 남녀를 막론하고 미묘하게 닮아 있는 것은 실존하는 인물을 재현한 그림이 객관적 사실보다 작가가 부여한 의미를 더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한기표 개인전

북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기전 작가는 일본의 유명한 영화배우 아오이 유우의 표정을 관찰하며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가 나타내는 감정 표현이 작가의 눈에는 오히려 웃고 있지만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고, 슬프고 화나 보였다고 한다. 어째보면 매우 주관적으로 선정된 한기표의 대상들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그의 화면에 담겨졌다.

한기표 개인전

프랑스 유학을 통해 미술을 공부하기 전, 작가는 생물학부 과정을 전공하며 원자 단위에서부터 넓은 생태 단위를 세분하고 관찰하는 과학적인 사고를 접하였다. 인물만큼 그의 캔버스에는 꽃이 자주 등장하는데, 인물처럼 꽃 한 송이, 솔방울 하나를 특별한 배경 없이 확대해 그려놓는 방식은 대상의 사실성보다 이미지의 다른 면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다.

한기표 개인전

단순한 구도 속에서 채도 낮은 색감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들은 시선의 움직임을 느리고 길게 머물게 한다. 아크릴 물감과 젯소를 섞어 스케치 없이 계속해서 붓질을 쌓아가는 작업과정은 일차적으로 시각을 통해 인지되는 대상을 촉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게 하고자 함이다. 젯소를 통해 희석된 물감의 농도, 이전에 칠했던 색과 겹쳐지는 단계별 흔적, 강조되거나 흐려진 부분들은 작가가 바라보는 이미지에 대한 단상을 드러낸다.

그는 캔버스틀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동이 잦았을 유학생활에서 캔버스 틀을 보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애초부터 틀을 싫어하는 성향이었고, 자유분방한 프랑스의 분위기처럼 천을 가위로 자르면서 남겨진 자연스러운 외곽선과 전시했을 때 천 아래로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좋아한다. 또한 작품에 제목을 표기하지도 않는다. 그림을 있는 그대로 놓아주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정체성을 심어두는 것 같아 작품명을 자신이 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한기표 개인전

내 안에서 꺼내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자 자기 탐구를 주제로 한기표는 다양한 소재를 통한 실험으로 얻어진 힌트들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중이다. 감추어 드러나지 않은 인물의 표정, 성 기관으로써의 꽃, 험한 환경에서 생존해가는 여린 동물의 모습이 같은 주제 안에서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젯소를 물감에 희석시킨다거나 틀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 회화의 기법적인 관점에서 얇고 불완전하고 보존하기에도 불리해 보이는 작업과정을 통과하고 있는 한기표 작가가 앞으로 어떠한 전개를 이어나갈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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