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인사동길에 위치한 인사동마루 갤러리에서는 2019. 06. 05 ~ 2019. 06. 10까지 염원念願-복이 깃들기를 이정윤이 열릴 예정이다.

염원念願-복이 깃들기를 – 이정윤展

염원에 대한 단상
이정윤

나는 작화의 과정 자체를 염원의 행위와 동일시하며, 민화(民畵)의 길상(吉祥)적 의미를 차용(借用, appropriation)하여 현대인의 일상적 가치와 의미를 찾고, 그들에게 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염원念願-복이 깃들기를 – 이정윤展

매일 쏟아지는 다채로운 시각 이미지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의 한계와 어리석음을 늘 경험하고 때론 절망한다. 한정된 환경에서 자라난 나를 통해, ‘작품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달픔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달려가지 못하고, 제 한 몸 추스르기도 버거운 나의 존재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기에는 머리가 무겁고, 사회문제나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스스로의 무지함과 연약함에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어릴 적, 아무런 힘도 없는 어린 아이처럼.

염원念願-복이 깃들기를 – 이정윤展

그 시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염원이었다. 빌고 또 빌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시간만큼, 정해진 순서대로 행하는 그 행위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주문이었고, ‘을 꾸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문득, 종이위에 기도문을 쓰듯, 종이위에 무언가를 그리는 행위가 새롭게 느껴졌다. 천재적 영감과 번뜩이는 통찰력은 없지만, 이 세계와 사람들이 복을 누리며 살기를. 조금 더 삶의 희망을 찾으며 버텨나가기를 간절히 빌고 싶어졌다.

염원念願-복이 깃들기를 – 이정윤展

()을 비는 그림. ‘민화가 떠올랐다. 온갖 동·식물들이 등장하여 서로 다른 화복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자유분방한 색감과 구도로 그려진 그림. 인간이기에 갖고자 했던 꿈과 희망.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속성은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나는 작품 속에서 평범한 일상과 민화 속 이야기꾼들이 반복하여 등장하도록 구도를 잡았다. 그들 삶 속 깊숙이, 곳곳에, 매 순간에 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염원念願-복이 깃들기를 – 이정윤展

작품 전체의 형식은 책가도의 틀로부터 시작했다. 책가도란 조선 후기에 궁중이나 상유계층에서 책과 함께 각종 진귀한 기물들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뜻 한다. 이 형식을 변형하여 구획을 짓고, 쉽게 이미지를 찾을 수 없도록 일상의 풍경과 민화 속 소재들의 부분을 그려놓았다. 또한 반복되는 먹선을 통해 종종 잃어버리는 삶의 의미와 가치의 혼란스러움을, 정신없이 바삐 돌아가는 현재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 분명 우리 삶의 도처에는 복이 있겠지만, 그것은 늘 그렇듯 너무 잘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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