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프라자(회장 박복신) 갤러리(관장 허성미) 54관에서는 2019. 5. 29() ~ 2019. 6. 4()까지 장범순 초대이 열릴 예정이다.

장범순 초대展

거침없는 상상력의 부조리한 형상들- 장범순의 풍자

스위스의 정신분석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이 극찬한 단 한 명의 화가가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네덜란드 출신으로, 출생조차 추정해야 할 만큼 자료가 많지 않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가 바로 그였다.

칼 융은 기괴함의 거장’, ‘무의식의 발견자라고 격찬하며 보스의 초현실주의적이며 창의적인 세계에 크게 주목했다. 특히 그의 넘치는 기발한 상상력과 풍부하고 독창적인 환상 묘사는 다시 그런 작가를 볼 수 없을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장범순 초대展

장범순 교수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그의 회화적 감성이 보스에서 시작한 풍자적이고 엉뚱한 쉼 없는 상상력의 표현과 오버랩 되었다. 물론 그는 보스처럼 기괴하지는 않지만, 아주 높은 상상력으로 흥미로운 현실의 아이러니, 그 이중성의 양면들을 간결하게 펼쳐내기 때문이다.

<대어의 꿈>에서 보이는 황당한 크기의 낚시 바늘로 고기를 잡으러 가는 사람의 표정, 그 뒤로 짖고 있는 개의 입 벌린 상황 등이 희극적이고 냉소적이다. 교감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불통>에서 보이는 서로 다른 엇갈린 표정,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있는 <당황과 황당>의 아이러니컬한 물고기와 사람과의 키스 등. 그의 작품에 전개되는 상황들은 온통 부적절한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로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장범순 초대展

이런 그의 화면에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묵시적인 사건들을 간결한 언어의 풍자로 우리를 잠시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 풍자는 마치 폴란드 태생으로 국제 카툰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유명해진 파벨 쿠친스키 작가의 시니컬한 흐름을 같이한다. 그 또한 사회 및 정치의 빈부격차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장범순 교수도 사실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상징적 메시지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의 여지를 갖게 한다. 이렇게 볼 때 장범순 교수의 작품 속 회화의 진정한 음미할 맛은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다른 많은 작가들이 갖지 못한 간결한 비유와 은근히 침묵하는 은유적인 감성. 그리하여 그 문학적 메타포로 사람들의 가슴을 흔드는 서정성의 여운과 울림이다.

장범순 초대展

두 번째로 작품 전편에 나타나는 부조리한 형상을 띄면서도 적절한 패러디와 아이러니한 수사법으로 우리들의 현실을 은근슬쩍 비틀어 놓는 것 또한 한 매력이다.

특히 < 나는 게 나는 게 아니야 > 에서 보이는 단순한 새의 비상 풍경 안에서 명료하게 그의 발언의 진의를 단적으로 발견한다. 날개 짓 해야 할 날개가 집게에 묶여 날고 있는 부조리한 새의 불편한 비상 같은 것이다. 바로 자유와 구속의 야누스적인 두 얼굴의 부조리한 측면을 심플하게 꼬집어 놓는 연출력이다.

이외에도 그는 < 열린 문들>에서 보여주는 탄탄한 조형성과 스토리적 감성, <정오의 절규>에서 드러나고 있는 파라독스한 상황과 뭉크의 <절규>에 이미지가 시사적인 사건과 맞물리는 재능을 보여준다.

이처럼 작가는 스토리적인 콘셉트 아래 회화와 문학의 경계를 그만의 감성으로 우리들을 사유의 바다에서 헤엄치게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의 작업이 20여전 부터 아주 오랫동안 일관되게 사회 풍자적인 시각을 지켜왔다는 사실이다.

장범순 초대展

이와 더불어 눈여겨 볼만한 작업기법의 특징은 이번 전시 역시 그동안의 작업 연장인 ‘Uncanny'란 테마로 배경을 복합적인 테크닉으로 바탕 화면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우리 전통 여인의 머리빗을 표현 도구로 의류 직조의 날실 씨실의 조합으로 우리네 인생사의 인연과 애환, 그 삶의 부조리를 한 땀 한 땀 엮어 빗질로 다듬듯이 모든 작품을 완결하고 있다.

장범순 교수는 이렇게 소리 높은 이야기를 목청 돋우지 않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듯 낮게 건네며 함께 생각하는 힘의 수사학을 멋지게 드러낸다. 이것이 그의 그림을 다시 한번 되돌아가 자꾸 곱씹는 이유이며 <힘내라구>처럼 서로 다른 자세로 손을 잡는 부조리한 형상이 주는 장범순 교수만의 현실을 바라보는 별난 맛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장범순 초대展

장범순은 홍익대학교 응용미술과 졸업,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베를린 공대 연구교수 (한국 속담을 주제로 회화 작품 발표), 세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엮임, 세명대 명예교수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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