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세종호텔 세종갤러리에서는 2019. 5. 21() ~ 2019. 6. 2()까지 이종송 초대이 열릴 예정이다.

이종송 초대전

행동주의 산수화가 이종송: 축복, 지속가능한 자연과 전통을 위한 기도

1. 이종송의 <움직이는 산>연작

이종송의 작품에는 한국 미술의 정통성이 있다. 반구대 암각화, 고분벽화, 나전칠기, 고려회화, 일월오봉도로 이어지는 한국의 귀족왕실미술의 전통이 그것이다. 이종송의 산수화는 자연을 추구하기보다는 인간의 예술과 삶을 추구한다.

<움직이는 산>연작은 귀족적 고려회화와 일월오봉도와 같은 궁중회화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고려시대 나전칠기와 조선시대 일월오봉도는 한국에서만 만들어진 예술작품들이다. 이종송 회화의 재료와 색채는 도자기와 보석을 곱게 갈아서 붙여놓은 듯 아름답다. 그의 회화작품의 구도와 소재는 일월오봉도를 연상시킨다. 일월오봉도에는 다섯 산봉우리, 두 줄기 폭포, 산 아래 물결, 소나무가 있다. 왕이 그림 앞에 앉아있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일월오봉도는 왕좌의 배경이었다가 왕이 묻힐 때 같이 묻히는 삶 속의 예술이다. 고분벽화도 화려한 왕족귀족풍의 미술이다. 고구려인들은 계세사상을 갖고 있었다. 현세에서 받은 축복을 죽음 이후에도 가져가기를, 그것이 지속되기를 바랬다. 죽어서도 현세의 축복이 지속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고분벽화는 축복을 기원하는 기도이다. 그리고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이종송의 예술세계는 현대성을 잘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실제 삶에 기능하는 실용적이고 장식적인 예술로서, 몬드리안의 데스틸, 마티스의 형식주의적, 표현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다. 전통과 모더니즘이 함께 공존하듯, 고급예술로서의 수묵화 작가의 정서와 도예장인적 제작기법 및 방식이 공존한다.

이종송의 예술 활동은 비구상 수묵화를 시작으로, 나무판에 흙을 발라 채색하는 부조벽화 추상화로 나아갔고, 이후 구상적인 산수풍경으로 진경산수화를 제작했다. 한국의 풍경을 여행하며 사생하여 작품으로 제작했고 한국의 자연과 세계의 오지를 다니며 원시풍경을 그렸다. 그의 산수는 끊임없는 변화를 거듭해왔고, <움직이는 산>, <오래된 미래>, <숲의 춤>, <독도연주>연작들로 이어져 왔다. 그는 현장에서 느낀 감동을 음악처럼 단순화하고 추상화한 산수화로 전달한다. 그는 특정장소에서 두 주 혹은 한 달 이상 머물며 관찰한 자연을 작품으로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현장의 감흥으로 인해 독창적이고, 재료 및 색감이 특별하며, 제작 기법이 특이하다.

이종송 초대전

그의 작품 제재들은 소나무, 백학, 오봉산, , 바위, 구름 등 장수와 부요의 상징이다. 이들은 주체가 선택한 것보다는 주어진 축복이다. 그의 그림은 산수화이다. <움직이는 산(Mountain in Motion)>을 보면, 산과 물을 그린 그림이지만 깊은 산속 같기도 하고 바다 속 풍경 같기도 하다. 밑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 속을 보는 듯이 두렵다. 작품 속에 산등성이는 사라진 고대생물 거대한 공룡의 근육, , 등줄기를 보는 듯이 금방이라도 꿈틀꿈틀 움직이며 일어설 것같이 살아있는 자연이다. 살아있는 듯 꿈틀대는 웅장하고 거대한 산과 깊은 호수와 바다가 자연의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산수만이 아닌 소나무, 구름, 폭포, 매화, , 사슴, 고래, 사람, 호랑이 등의 등장은 꿈 속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이고, 신화적이며, 유토피아적이다. 거대한 자연의 약동하는 생명력은 경이로움과 감동을 전달해주는 초현실주의의 그림으로 표현된다. 그가 그린 산들은 그가 정상에 올랐을 때 본 정경들이다. 직접 산행을 하면서 다닌 산의 전경의 소나무와 중경, 원경의 풍경을 소재로 수묵과 채색을 혼용하여 형태와 색채를 재구성한 작가는 선각자, 모험가, 예술가로서의 당당함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가 조우한 산에 대한 동경, 경외감이 우리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 전 세계의 원시적 풍경과 한국의 자연과 풍경이 주는 감각적 요소를, 소리와 바람과 대지의 생명력을, 보고 듣고 호흡하고 마시고 느끼고 그린다. 이러한 자연의 생명력과 그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즐거움이 지속되기를 기도하는지도 모른다. 그의 산수 속에서는 거대한 산들 사이로 담장, 다리, 물줄기, 길 등이 가로지르거나 둘러있다. 그가 걸었던 산수 속의 길은 자연과 인간과의 만남을 통해 조화롭게 이상화된 관계를 보여준다. 작가를 통한 인간과 자연과의 만남은 조화롭게 이상화된 현대화된 풍경 속에서 기록되고 공유된다. 마치 암각화와 고분벽화 속에서 표현된, 조화롭게 지속되기를 바라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와 같다. 그는 원시적인 풍경과 대지의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작가는 자연의 에너지를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가 그 길을 걷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들 자연풍광을 만날 수도, 감정이입을 할 수도 없다. 작가는 실크로드, 차마고도, 사막, 만년설, 낭떠러지, 오아시스의 길을 오가며 오감으로 경험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관객에게 전달해준다.

이종송 초대전

2. 이종송 예술의 재료

이종송은 <움직이는 산>연작(2018-2019)을 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로 작업하였다. 고대로부터 인류는 깊은 동굴 속, 돌이나 흙 위에 천연안료로 벽화를 그렸다. 흙벽화기법은 나무판이 뒤틀리지 않도록 그 위에 마대를 대고 백토, 석분, 석회, 해초풀을 잘 연마한 후 접착제를 섞어서 화면을 여러 번 반복하여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조개껍질로 만든 호분, 연백, 황토의 감촉과 특성, 식물과 광물의 천연안료색채 등의 모든 것이 동굴벽화, 고분벽화, 나전칠기를 제작하던 장인의 방식처럼 섬세하고 정교하다. 이들 예술작품이 삶의 축복에 대한 기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고귀한 품격을 갖추었던 것처럼, 이종송 작가의 작품은 자연에서 얻은 돌과 흙의 천연안료로 인해 보석처럼 빛나는 품격과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그 위에 자연의 산, , 소나무, 바위, 구름을 그린다. 그러나 이종송이 귀한 재료들로 그리는 자연형상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이종송의 예술이다. 그는 현재의 축복, 경이로운 자연, 소중한 전통이 지속되기를 기도하며 그렇게 대지의 원류와 자연의 본질을 찾아 여행을 하고 산행을 하고 그림을 그린다. 예전에 암각화, 동굴벽화, 고분벽화, 나전칠기, 일월오봉도의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종송의 시점은 자연과 사람, 과거와 미래, 전통과 현대 사이에 서 있다.

이종송 초대전

3. 이 시대, 산수화의 의미와 역할

‘40여 회의 개인전. 그는 수많은 산수를 그렸다. 오래 전부터 수많은 선조들, 선각자들은 산수화를 그려왔다. 과연 자연을 그린 산수화는 이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는 사생을 통하여 자신만의 특별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자연을 직접 만나고 이때 느낀 감동을 표현한다. 한국의 산수화에는 아무리 깊은 산과 계곡이라도 길이 있고 물길이 있다. 사람이 자연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이종송은 그래서 선구자이다.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 경이롭고 두려운 자연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해준다. 그것이 예술가로서 그의 역할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나에게 풍경은 생활이고 삶의 이상향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했던 어릴 적부터의 추억을 가지고 있고, 화구를 들고 야외 스케치를 다니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사생을 다니면 설레고 행복을 느끼는 작가의 즐거움은 변하지 않았고 그는 숙명처럼 그림을 그린다. 그의 초기 작품에서는 초록, 파랑, 흰색, 빨강, 노랑, 고동색이 함께 사용되었다면 최근 작품들에는 빨강, 파랑, 노랑, 흰색이 각각 전체에 가득하다. 이들 색은 기원(祈願)에 관한 것이다. 암각화, 고분벽화, 고려회화, 나전칠기, 일월오봉도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계층의 미술로서 모두 그 시대의 국가, 사회, 개인 모두를 위한 축복을 기원하는 기도의 의미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선각자와 같이 수없는 여행, 아카데미 미술교육, 전통회화에 대한 연구와 조사, 실험과 실습으로 얻은 기술과 경험 모두를 그의 작품 속에 응축하고 있다.

이종송 초대전

4. 이종송 예술의 가치와 평가

그의 작품은 한국적 대상과 색감, 한국적 정서를 갖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주요 작품재료인 천연안료는 주로 서양, 유럽, 일본에서 온 것이고, 그가 즐겨 듣는 음악도 주로 서양 클래식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작품에서의 한국적 정서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는 경기도 인천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아버지와 등산, 여행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25년간 후학들을 지도해 온 그는 전체가 하얀 외관에 새파란 현관을 가진, 이 층 작업공간에, 클래식 음악을 운치 있게 들을 수 있는 큰 스테레오와 피아노가 놓여 있고, 앞마당에는 아름다운 매화나무 한 그루가 빛을 발하는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 그가 말하는 교류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고, 춥거나 덥지 않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을 한다.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걷고 스케치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인생과 유사하다. “참고, 즐기고, 지속하는 자세로 사는 것과 스스로 삶을 신나고 행복하도록해주는 것, 그의 예술활동은 이 현세의 축복과 자연과 전통의 지속을 위한 기도로서 읽혀진다.

작가는 작가가 무엇을 경험하고 학습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들의 진정성 있는 관계가 의미를 만들어내며, “가장 현대적인 것이 한국적이고 새로운 전통이 된다고 말한다. 즉 전통, 한국, 동양, 현대라는 개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예술가 자신의 삶과, 그 시대를 함께 살면서 자연과 전통과 삶의 감흥을 공유하는 동시대인들의 진정성 있는 삶 자체가 예술의 일부인 것이다.

이종송 초대전

이종송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후 40회 개인전, 30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에 출품했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