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프라자(박복신 회장) 갤러리3층 특별관에서는 2019.4.24.()- 4.30()까지 이영희 초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영희 초대전

기다림은 모든 사람의 희망이다
시간과 빛에 투영된 삶의 리얼리티

인간의 삶은 시간 속에 존재한다. 제각기 다른 삶은 인간의 개성을 낳고, 그 개성은 창조력의 근원이 된다. 긴 겨울 동안에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따뜻한 봄을 기다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더운 여름 속에서 시원한 가을을 기다린다. 말하자면, 지나치며 기다리며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인간의 삶도 이러한 하루하루의 시간 속에서 영속적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러한 시간 속에서 하루의 가치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다. 이것은 삶의 리얼리티이다.

이영희 초대전

그렇기 때문에 그림을 그려 온 이제까지 사실적인 형상을 그려 오면서도 싫증을 느낄 수가 없었다. 바로 시간이란 인간의 참 모습을 담고 있고, 역사를 창출하는 영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 나의 삶이 있고 예술이 있는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주로 나무의 절단된 다양한 단면들, 돌과 그 돌이 물속에서 투영되어 나오는 형상, 그리고 빛에 의해 변화되는 상황들을 인간의 삶의 한 단면을 대입하여 구성하고 있다. 그것은 사실주의적 풍경화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콘트라스트시킨 상징주의적 표상이다.

이영희 초대전

나는 나무들의 단면들을 표현하면서 그 위에 길(그 길은 나무를 수직으로 절단했을 때의 단면일 수도 있고, 우리가 흔히 걷는 길일 수도 있다)을 그려 넣게 되었고, 어느 곳에선가 열매나 곡식을 추수해 간 자리에 홀연히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았을 때, 마치 나의 먼 삶의 길을 보는듯한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 길은 끝없이 먼 길일 수도 있고, 미지의 세계로, 미래의 나의 삶의 길일 수도 있다. 그 길의 끝은 두려움이 없는 빛의 무엇인가가 기다려지는 것이 마음속에 있어 왔다. 그 기다림은 어떠한 희망의 이 될 수도 있는 기다림이다. 바로 나의 희망이었고 회화에 있어서의 모티브였다. 막연한 것 같지만 미래에 대한 기다림은 희망이었다. 나의 그림 속에 표현되고 있는 외로워 보이거나 슬퍼 보이는 촌부나 보행자들도 모두 희망을 지닌 인물들이다. 이러한 회화적 개성은 이제까지 하여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다림은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영희 초대전

인생은 뜻대로 되는 일보다 되지 않는 일이 더 많고, 괴롭고 힘든 일이 더 많다.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앞서고 자신감보다 좌절감에 빠지기 쉽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 그리고 역사성을 지닌 빛을 추이하면서 반성도 하고 미래도 설계한다.

그림 속에 표현된 길은 평범한 시골길이 아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시작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길이다. 그리고 역사의 수많은 미스터리를 안고 있는 푸른 공간과 인간의 삶의 영욕을 묻어 두고 있는 길에 여러 가지 형상들을 묘사하려고 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는 것처럼 삶의 하루하루는 그렇게 시작되는가. 그러한 길을 가는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미래에 대한 무언가를 갖고 삶의 길을 가고 있다. 실상일 수도 있고, 허상일 수도 있는 이러한 형상들은 밤의 음기로 차가웠다가 아침의 양기로 더워지면서 기류의 변화로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여명과 인간의 정신이 만나는 시점으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어둠이 잠들지 않는 시간까지 그릴 것이다.

이영희 초대전

나의 작품에는 사물과 색채에서, 특히 길과 하늘의 무한한 공간 속에 나의 사고를 담고 있다. 지평선을 향해 뻗은 길에 거리감과 시간을 표현하면서 생의 이념을 담고 있다. 회화적 장르나 이즘에 구애됨이 없이 자연의 모든 대상은 나의 회화에 언제나 수용되는 소재이며, 다만 그 소재에 시간과 빛의 무한한 변화와 의미를 그려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하나하나 느껴지게 해주신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

이영희 초대전

이영희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17, 다수의 단체전을 치렀으며 중앙대학교, 경상대학교, 부산여자대학교, 경희대학교, 협성대학 대학원 강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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