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김현주 갤러리에서는 2019. 4. 10() ~ 2019. 4. 25()까지 김영성 이 열릴 예정이다.

김영성 展

일견 범인의 눈으로서는 머나먼 대척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작은 것들을 지고의 세계로 격상시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사회와 물화物化로 인한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인간 존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데 뜻이 있다. 그의 시각에서는,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작은 미물들마저 누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방기하는 우를 범한다. 이는 인간 스스로가 한낱 물로서의 존재로 격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겉으로는 당당한 것 같으나, 속내는 실체를 상실한 미소한 존재요, 없음과 진배없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자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영성 展

더 나아가 오늘의 인간은 자신의 미소한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미소한 생명체들이 물질의 틈새를 전전하며 살듯이, 물질에 의탁함으로써 존재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미소해진 인간의 정황을 그리는 게 그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의 이면을 나는 그린다. 과 물이 공존하는 걸 다루는 건 그 하나의 방법이다. 광고사진이나 연극을 연출하듯이, 작은 것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실존의 허무를 그다.(근작 작업노트에서 번안).

김영성 展

그는 이 정황을 그리기 위해, 부드러운 실크, 유리 용기, 금속 수저, 톱니바퀴와 같은 강인한 물질들을 등장시켜 작은 생명체들의 지지체로 삼는다. 그가 다루는 지지체들은 실크처럼 반사가 적어 부드러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반사가 큰 것들이다. 빛의 투과와 굴절이 크고 강한 게 특징이다. 실크는 고급하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현대인의 선호 일등 품목이다. 견고하고 투명한 유리와 금속은 현대인이 의존하고 있는 광범위한 물질성을 대변한다. 이것들이야 말로 현대 기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가능케 하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것들을 티끌에 지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의 의지 처이자 은물恩物로 도입하고 묘사한다. 현대사회의 물화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를 정교하고도 치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스텐레스 티스푼에 앉아있는 작은 달팽이가 편안한 안락을 누리는 걸 그림으로써, 현대인이 누리는 물질적 안락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이는 잠시 예약된 안락일 뿐이라는 걸 우화寓話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투과와 반사가 요란하고 빛의 굴절이 현란한 유리컵의 물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빨강과 노란 빛깔의 비늘을 한 찬란한 관상용 고기와 황금빛과 에메랄드 빛깔을 하고 톱니바퀴나 스푼에 의지하고 있는 개구리를 빌려서는 최후의 집행유예를 즐기는 현대인의 찰나의식을 우화로 보여준다. 상품화된 오브제를 보존하는 데는 흔히 실크를 사용하듯이, 실크를 빌려 요란한 형상을 하고 있는 뿔 달린 곤충을 감싼 건 애석하지만, 잠시 요람에서의 잠을 즐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에둘러 보여주기 위함이다.

김영성 展

그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아름답고 화려한 물질적 안락을 누리지만, 이는 우리의 불안한 현존재의 운명에 다름 아니라는 거다. 화려한 외관으로 치장하고 행복을 구가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생명마저 투자해야 하는 왜소한 인간 존재의 가벼움은 배가될 뿐이라는 걸 그의 근작들은 완곡히 보여준다. 그리고 현존재의 이러한 정황은 예약된 운명에 다름 아니라는 메시지를 근작들은 절절히 전달한다.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하기 위해 작은 것들과 끝임 없이 사투를 벌인다. 그들의 그늘진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열정은 물론, 무생명한 물질들의 차갑고 섬광을 발하는 현란한 표면을 묘파하는 데 심혈을 쏟는다. 그는 이를 위해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과 싸워야 하고 작은 생명체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김영성 展

그의 근작들은 그야 말로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헌사를 빌려 굴절된 현대의 인간상에 대한 비판’criticism의 날을 세운다. 작은 것들이 갖는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무한한 공감을 표함과 동시에, 현대사회의 물질화에 대해서는 힐난의 시선을 번뜩인다. 그는 이 두 개의 가치들의 교점에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우뚝 세운다.

그의 근작들은 그럼으로써, 생명의 신비를 예찬하고 현대인의 탈생명적 물질의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의 근작전이 갖고 있는 키워드가 이것이다.

평론 김복영

김영성 展

김영성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후 다수의 개인전과 100여 회의 단체전을 치렀으며, MBC 미술대전. 장려상을 비롯한 입선 등 30여 회의 수상 경력을 지녔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