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가나아트센터에서는 2019. 3. 13() ~ 2019. 3. 18()까지 도연濤延 임미령 이 열린다.

도연濤延 임미령 展

무지개... 길따라...

삶이라는 굴레는 고통이나 아픔을 준다.
지난날의 삶의 흔적들은 가시와도 같이 몸속 깊이 박혀있다.
나의 그림은 이러한 흔적들을 걷어내고 인생 본연의 아름다운 꿈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나에게 있어 ()’은 참 중요하다. 색은 꿈이요 희망이다.
거기에 무지개면 더 좋겠다. 특히 오방색은 무지개와도 같다.
나는 꿈과 희망을 오방색에 담아 유희를 즐긴다.

캔버스 위에 일차적으로 다양한 색들을 가득 채우고
마스킹액을 사용해 남김(Save)’을 위한 드로잉을 한다.
다시 다양한 색들로 덮고 남김을 여러 번 반복하며
입힘이 부족하면 흘림의 과정을 더한다.

캔버스에 묻어둔 지난날의 흔적들은 뜯어내어 제거(Remove)’ 함으로써
나의 손끝으로부터 하나씩 드러난다.
마치 실타래를 풀어가듯 드러나는 유기적인 형태는 미로의 (Road)’들로 이어진다.그 길들은 겹겹이 중첩(Overlap)된 이미지들로 또 다른 세계(another land)’가 된다.

마치 상처의 흔적들이 뜯겨져 나가고 속살을 드러내듯 숨어있던 색들이 드러날 때면 저만치 무지개 길이 보인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인생의 근원을 찾아서 끊임없이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며 또 다른 세계를 향해 그 길을 따라간다.

도연濤延 임미령 2019 작업노트

도연濤延 임미령 展

삶에 대한 우리의 또 다른 꿈

김진엽(미술평론가)

무의식은 언어구조와 같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주장이다. 보통 무의식은 알 수 없는 것인데 그 무의식이 언어구조처럼 명쾌하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소쉬르는 대상을 지칭하는 언어가 사실은 대상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으며 심지어는 무의미한 약속 기호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언어는 그 대상의 의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언어는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어구조도 무의식처럼 명쾌하지 못하다는 것인가?

그러나 소쉬르는 기존의 언어학이 역사적인 진행과정 만을 추구하였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대신 현재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말의 의미는 계속 변하는데 그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의 사회·문화적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연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처럼 우리의 의식을 통해서는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이고 현재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인 것이다. 대신 그것은 명확한 질서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우리의 의식적인 현재를 지배하는 또 다른 세계이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것이다.

도연濤延 임미령 展

임미령은 강렬한 색채를 바탕으로 우리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런데 그 세계는 표면적인 현재의 일상이 아니다. 작가는 일상이나 의식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세계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또 그 세계는 혼탁하고 어두운 세계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세계이며 우리의 염원이 숨겨져 있는 세계이다. 임미령은 그러한 세계를 꿈꿔 왔고 그의 작업은 그 세계에 접근하기 위한 매개물이다. 화면에는 꽃, 나무, 지구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배치되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화면의 중심은 색채이다.

임미령의 작품을 보고 우선 느끼게 되는 것은 강렬한 색채의 작렬이다. 이 느낌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며, 그처럼 대담한 색채를 쓰는 화가, 그것도 젊은 여류화가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미술평론가 이일, 1988)

초창기 작업부터 임미령은 강렬한 색채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드는 초기의 작업 이후 색채는 더욱 강렬해지고 다채로우며 화면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그 색을 구사하는 어법은 처음부터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임미령의 색채는 장식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것으로 작가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며 그의 내면의 투영이다. 또한 단순히 배경으로 남기보다는 화면을 새롭게 구성하고 의미를 확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색채는 작가가 이야기하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열쇠이다.

임미령의 최근 작업들은 남김과 제거를 통한 오버랩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강렬한 색채의 율동들이 화면을 채워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남김-제거-오버랩은 현재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없어진 것들 즉 부재(不在)가 중요하다. 진정한 삶은 여기에 부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안에 있다. 그래서 예술적 사유, 시적 성찰이 생겨나는 것이다. 임미령의 방식은 결국 시적 성찰로 향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면의 이미지들은 하나의 고정된 형태들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요동치는 색채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데, 조형적으로도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들이 시각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임미령의 작업은 즉흥적인 방식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화면 구성 때문에 가능해진다. 단지 그러한 구성이 최종적으로는 우연한 효과로 나타나는데 이마저도 계획된 측면이지만 그 종결점은 찍지 않는다. 존재의 진정한 처소는 끊임없는 움직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흔히 기원인 색인 원색들, 특히 오방색을 기저로 화면 전면을 덮은 후에 마스킹액을 사용해 드로잉하고, 부분적으로 남기고 다시 물감으로 덮고 뜯어내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유기적인 형태들로 또 다른 세계’(another land)를 표한한다.”(2018 작업노트 중)

도연濤延 임미령 展

색을 칠한 후 위에 또 다른 화면이 중첩되고 처음의 흔적들을 드러내기 위해 화면을 뜯어내는 방식은 시간의 흐름을 왜곡한다. 지금 망각된 기억의 흔적들은 덮고 뜯어냄의 과정을 통해 현재 표면으로 드러난다. 그러한 흔적들은 명확한 것이 아니라 아픔일 수도 있고 잊고 싶은 기억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억들은 우리의 본래적인 모습을 찾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임미령의 화면에서 그러한 기억들이 서서히 드러나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임미령은 우리에게 그 소리에 귀기울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들은 서두도 없고 단락도 없다. 단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뿐이다.

임미령의 이러한 작업은 밖으로 나가기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밖은 기존 사회의 제도 관습, 현실의 삶을 벗어난 곳을 의미한다. 여기는 작가 자신의 내부 깊숙이 숨겨진 무의식의 세계로, 훼손되기 이전의 진정한 자아가 보존되어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이 세계를 현실이 만든 환상의 세계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현실의 자신의 균열과 불안정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회색빛의 무정형의 안개같은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임미령의 또 다른 세계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마저도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인 것이다.

도연濤延 임미령 展

이번 전시의 <Road><춤추는 사람들>은 우주의 중심으로 비상하기를 꿈꾸는 존재의식을 지향한다. <춤추는 사람들>은 현실의 억압과 구속의 공간에 해방되기를 염원하는 몸짓을 보여준다. 특히 <Road>의 마치 지도처럼 보이는 색의 연결고리들은 모든 것을 구분하고자 하는 현대인이 이분법적 사유 방식을 존재의식의 세계로 치환하고 현실 세계로 환유하고 있다.

<earth>, <>, <> 등에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세계를 자아화 하여 현실을 초월하고 우주와의 일체를 이루는 존재의식을 추구하는 시적 성찰을 보여준다.

임미령의 색채의 울림은 숲으로 산으로 길로 끊임없이 나아간다. 이 여정에는 이란 있을 수 없다. 더 넓고 아름다운 을 위해서 그 울림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임미령의 작업은 현재 포천의 작업장으로 옮긴 후 더욱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도 그 동안의 치열한 삶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말을 한다. 작가로서나 인간적으로나 완숙한 삶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그의 여정은 더이상 불안과 상실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도연濤延 임미령 展

도연 濤延 임 미 령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졸업 후 개인전 13, 130여 회의 단체전을 치렀으며, 서울현대미술제 초대작가 우수상을 비롯한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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