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의원이 새 예산안 통과 직후의 의정 보고서를 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그는 고속철 역사에 100억원 ‘테크노파크 조성 100억원’ 처럼 지역구 현안 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했다.
언론이 “나라 살림을 공정이 배정에 할 경제부총리 출신이 지역구 챙기기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그 수원이 기자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지역구민한테 “언론 욕까지 먹어가며 지역 예산을 확보했다”고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말에 예산 국회가 마무리되면 의원들은 보도자료 경쟁을 벌인다.
원래 정부 예산 안에 들어 있지 않았거나 소액만 배정됐던 지역구 SOC 예산을 ‘정치력’을 발휘해 신설하고 증액했다는 내용이다. ‘예산 나눠 먹기’란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마 정치인이 언론의 비판을 받고소 좋아하는 유일한 경우일 것이다. 국회 예산심사는 정부안에서 일정액을 먼저 깎은 뒤 국회 요구사항을 반영에 증액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증엑 단계에서 자기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사람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예결위원장과 간사 정권 실세 의원뿐이다.
한 의원은 “이들의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은 쪽지는 예결위에 넣어봐야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치학자는 이런 예산서를 ‘권력투쟁에 결과를 숫자로 문서화 한 것’이라고 본다.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서에는 여당 대표의 지역구 예산이 정부안보다 270억원 늘어났다.
제1야댱의 원내대표도 지역구 박물관 건립이 60억원을 따냈다.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도 비슷하게 수십억 원씩 증액했다. 필요성이 인정된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을 500억원 늘었다고 비판받은 야당 원내대표는 억울할번한데도 “내가 정액을 주도하는 것이 맞는다고도 했다.”
이런 일이 매년 되풀이되는 건 예결위 증액 심사가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에서 실세 지역구 사업은 증액됐지만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미사일 사업은 500억 원이나 삭감됐다. 이처럼 국가 예산이 무더기로 전락하는 데는 증액에 동의해 준 정부 당국도 문제이고 지역 유권자도 책임이 있다.
지금도 지방예산 확보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원 이름을 따서 ‘ㅇㅇㅇ도’로 ‘ㅇㅇㅇ공항’이라 불리는 곳이 적지 않다. 배경에는 나라 경제 전체를 생각해야 할 국회의원에게 욕을 먹더라도 지역구 예산을 따오라고 요구하는 유권자가 있다.
밀실과 졸속 심사로 얼룩지고 법정 시한을 넘긴 건 물론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처리된 오명을 남긴 채 새해 예산안이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애초 정부 안 보다 9.000억원 순감된 469조 6000억 원 규모다. 차행과 몸싸움 속 ‘지각 처리’ 와중에도 여야 실세 의원들의 탐욕은 맹렬했다.
매년 밀실 예산에서 여야의 예산 나눠먹기와 의원들의 ‘쪽지예산’이 남발해 왔다. 민주당과 한국당끼리만 예산안을 처리한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특히나 여야 실세들을 필두로 그들만의 ‘예산 잔치’가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뒤 닷새 동안에 몰래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말을 빌리면 “욕심은 많고 무자비한” 그야말로 ‘대역비도’ 했다. 엄중한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지역구 선심성 예산 놀음에 악용하는 적폐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공무원 봉급 인상률에 맞춘 1.8%의 국회의원 세비 인상을 두고도 비난과 항의가 빗발치는 이유를 정량 모르는지, 또다시 ‘예산 농단’을 벌인 그들에게 묻고 싶다.